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Architect Y Nov 20. 2023

육지것의 제주 이야기 IV 제주의 식생 8 백년초

; Opuntia stricta- 월령리 선인장 백년초(?)

제주를 여행한 사람이라면 한번쯤은 기념품 가게에서 '백년초 초콜릿'을 봤거나 구입한 경험이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생소한 백년초라는 이름이 제주에서 자라는 선인장의 이명이라는것을 알아본 사람도 있을것입니다.


공항에서 서쪽으로 카페촌과 한담으로 너무도 유명한 애월, 곽지를 지나서 한림의 협재해수욕장을 건너자마자 스치듯 지나치게되는 월령리.

옛 이름은 감은질, 즉 검은 길이란 뜻인데, 1990년대 초반에 한자 표기로 월령(月令)이라 하였습니다.

이곳 해안 바위틈에는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선인장이 군락을 이루며 자생하고 있습니다.

까만 현무암 사이로 펼쳐진 선인장, 단아하고 따뜻한 느낌의 마을 안길, 하얀 포말을 일으키며 다가오는 파도 등이 어우러져 운치 있는 풍광을 그려냅니다.

선인장 군락지의 면적은 6914㎡로, 이곳에서 자라는 선인장은 납작한 형태가 손바닥과 비슷하다고 해서 '손바닥 선인장'으로도 불립니다.

선인장에서는 가을에 자주색 열매가 열리기도 하는데 이른바 '백년초'로 알려져 있죠.

그런데 제주도내에서는 백년초의 진품논란이 오랜동안 계속되고 있었습니다.

육지 사람들이 알고 있는것처럼 제주의 선인장 자생지는 월령리외에 애월, 비양도, 보목에서도 찾아볼수 있고 품종도 다른것이 사실입니다.

특히 품종에 대해 학계에서는 오랫동안 논란이 있었습니다.


월령리의 선인장은 일반적으로 손바닥 선인장이라하여 1m 미만으로 작게 자라는 종입니다.

이에반해 서귀포 보목의 선인장은 2m까지 곧추 자라자라며 상부의 가지들이 밑으로 쳐지는 종으로  오래전부터 민간에서 이용되어오며 1980년대 서귀포시 보목리 일대에서는 군락을 이루며 자생하는 등 흔히 볼 수도 있었으나 방파제와 해안도로 등 개발에 따라 멸종위기까지 내몰리다보니 육지사람들에게, 혹은 선인장에 관심없는 도내 주민들에게는 논외의 내용이었습니다.

소수종이라는 점에서 크게 관심을 받지 못하고 있었지만 진짜 백년초가 사라지는것을 안타깝게 생각한 백년초박물관의 김제국대표는 40여년 전부터 섬을 돌아다니며 백년초를 수집했고 현재 그는 5950㎡(1800평)에 10만그루가량의 백년초를 재배 중이며 20여농가에 모종을 보급하고 있습니다.

이 백년초는 '왕선인장'으로 명명돼 '백년초 품종보호출원’(2017년 출원 2016-348)을 했었으며, 그동안 월령리 등 각종 상품에 백년초라는 명칭이 다양한 형태로 사용되는 등 '백년초 명칭 사용'에 대한 분쟁의 원인은 관광자원의 개발과 대표농산물로 성장시킨 북제주군(2006년 제주시에 통합된 행정구역)의 발빠른 행보에서부터입니다.

선인장(Opuntia ficus-indica Mill.)을 대표 농산물로 만들기 위한 노력은 이미 1990년대 초반부터 시작되었는데 1994년 손바닥 선인장을 이용한 잼, 젤리, 술, 피클 등 7종에 대한 실증시험을 거친데 이어 1995년에는 한국식품개발연구원에 선인장이용 가공품 개발용역을 실시해 그 결과를 토대로 선인장 열매를 이용한 적색색소를 추출, 보존하는 방법, 선인장 잎과 열매로부터 다당류를 추출하는 방법, 과즙을 제조하는 방법 등에 특허출원 등 선인장을 특화시키기 위해 노력했고 월령리 선인장 군락은 2001년 9월 천연기념물 제429호로 지정되며 국내 유일의 선인장 자생지로 꼽히게 되어 지역 개발에 속도가 붙었던 것입니다.

왼쪽 월령리 선인장 오른쪽 보목 선인장

내부적으로, 학술적으로 논란이 증폭되자 제주도는 지난해 문화재청으로부터 국비 3천500만 원을 지원받아 총 5천만 원의 예산을 투입해 2022년 9월부터 2023년 2월까지 학술조사 용역을 실시했습니다.

도내에서 자생하는 손바닥선인장에 대한 유전자 분석 결과, 월령리와 비양도 개체와 동일종으로 해안선인장[학명: Opuntia stricta(기원: 북아메리카)]으로 확인됐으며, 애월과 보목 선인장은 남아메리카 기원 분류군(O. monacantha)에 속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오래전부터 민간에서 이용돼 온 종은 왕선인장(O. monacantha Haw.)으로 백년초라고 하며, 일부 지역에서 재배되고 있는 선인장(O. ficus-indica Mill.)과는 구분되어야 한다는 결론에 이르게 됩니다.


월령리 선인장 : 해안선인장(Opuntia stricta Haw.)

분포 : 원산지는 멕시코 등의 북미 지역. 대한민국 내에도 서식하며, 외래(귀화)식물로 분류


보목리 선인장 : 왕선인장(Opuntia monacanthos Haw)

분포 : 남아메리카이며 북미, 남·서유럽, 아프리카, 호주, 중국, 대한민국의 해안가에서도 서식.  대한민국 내에서는 제주특별자치도 서귀포시 보목동 및 제주시 애월읍 애월리 해안가 일대에 서식.


실제 백년초는 제주도민이 예전부터 사용하던 약재로서의 식용 백년초는 인후통 및 화상치료, 장염설사, 상처치료 지혈, 타박상 등에도 효과가 있다고 기록돼 있습니다.

그렇다고 월령리의 선인장자생지가 천연기념물로서 가치가 떨어진것은 아닙니다.

단지, 백년초라는 명칭이 정리 되어야 한다는 것이죠.

월령리
보목 수령 300년 선인장

시간은 늘 흐르기에 모든 건 변하며 찰나라는 순간은 같을 수 없습니다. 

월령은 원래 있던 것과 새로운 것의 만남으로 현무암의 땅의 제주는 그 돌로 돌담을 만들었고 선인장은 떠내려와 제주에 머물게 되었습니다. 

돌은 원래부터 존재했고, 선인장은 이주해 온 산물로 서로 다른 두 개체가 만나 어우러지며 지금의 월령을 이루고 있습니다.

해류를 따라 선인장 씨앗이 떠돌다 월령 바닷가에 안착했을 터이고, 친구가 없던 선인장은 제주 돌을 친구로 삼았고 제주 돌도 거부하지 않았습니다.

월령리 선인장 군락지는 제주의 다른 여행지와는 조금 다른 분위기를 보여주는 곳입니다. 

조용히 사색하거나 가족이나 연인과 함께 도란도란 얘기꽃을 피우며 정을 나누기 좋은 여행지입니다. 

현무암 사이로 펼쳐진 선인장, 단아하고 따뜻한 느낌의 마을 안길, 하얀 포말을 일으키며 다가오는 파도 등이 어우러져 운치 있는 풍광을 그려냅니다.

6~7월이면 노란꽃이 피고 11월에는 열매가 보라색으로 익어갑니다.


대조적으로 보목은 ‘본초구원(本草求原-초기의 각종 답답함을 제거하고 치질치료에 도움)’, ‘민간상용초약안편(民間常用草藥安編-해열진통·인후통·정독·화상·정신이상·소아 급성경련 등에 도움)’, ‘육천본초(陸川本草-소염해독·화농배출·종기·부스럼 등에 효과)’ 등 고서에도 소개된 백년초의 재배지로 이를 생각하고 즐기는 장소로 보목의 백년초 박물관에는 수령 300년으로 추정되는 왕선인장을 찾아 볼 수 있습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육지것의 제주 이야기 I 인문, 올레(올래)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