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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Coffee break

coffee break…은둔, 그리고 죽음

; ひきこもり 은둔형 외톨이에 대한 생각

by Architect Y

몇해전 갑자기 항렬과 무관하게 작은 조부모님 봉분封墳 옆에 작은 평분平墳에 더 작은 碑비 하나가 성묘가는 날마다 눈에 들어 오고 있었습니다.

작은 조부모님의 손자가 뭍혀 있습니다.

6촌 동생의 투병 이야기도 없고 최근까지 당숙과 이와 관련한 대화가 없어 그저 사고사라고만 생각했습니다.

너무 조용히 치춰진 장례와 침묵.

며칠 전에야 5촌 당고모를 통해 알게된 사실, 6촌 동생의 은둔형 외톨이 죽음이라는 것.

마음 한켠이 싸해왔습니다.

서로 이야기 한번 나누지 못하고 혼자 곱씹다 죽어갔을 그의 고통이 조금씩 전해져 오는것입니다.


일본이 앞서 경험했던 사회적 문제인 히키코모리(引ひき籠こもり)가 우리나라에도 나타나고

우리보다 앞서 청년 히키코모리 문제로 골치를 앓았던 일본은 최근에는 중년 히키코모리 문제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1990년대에 방안에 틀어박힌 ‘청년 히키코모리’들이 50대가 된 지금까지 80대 부모의 연금으로 생활하는 이른바 ‘8050 문제’가 벌어지고 있는것입니다.

50대가 되도록 경제적 활동이 전무했던 히키코모리들이 부모가 사망하고 나면 생계 유지 방법이 없어 부모 사망신고를 하지 않고 시체를 방치하는 사건까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습니다.

고립·은둔 청년들을 방치할 경우 당장 사회적 문제가 되는 것은 물론 중년·노년이 될 때까지 고립된 삶을 살면서 더 큰 문제를 일으킬 수 있는 것입니다.

최근 국내 은둔형 청소년이 급증하고 있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은 부족한 상황입니다.

보건복지부에서 국내 은둔형 청년과 고립청년을 51만명으로 추정하고 있지만, 현장에서는 통계치보다 더 많을 것으로 보입니다.


가정불화, 경제적 어려움, 양육자의 편애등으로 인해 안정적 환경에서 자라지 못한 탓이나, 타인을 만날 때 창피한 일을 겪을까 두려워하는 대인공포증(anthrophobia)이나 사회공포증(social phobia)이 원인이 되는등 은둔의 이유는 가지각색입니다.

은둔은 대개 이런저런 실패와 좌절을 겪으며 무언가를 해야겠다는 의지 자체가 꺾이면서 시작되며, 거기에다 사회적 경쟁이 점점 격화되면서 타의적으로 은둔하는 사람들도 나날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우리나라에서는 여전히 은둔형 외톨이 규모를 추정할 만한 조사가 이뤄지지 않고 있으며, 그들을 발굴하고 사회로 복귀시킬 국가적 차원의 시스템이 없습니다.

은둔형 외톨이에 대한 정확한 정의와 대응책이 없다 보니 상담센터나 정신건강의학과에서 세심한 지원을 하기도 어렵죠.

동굴 속에 있던 은둔형 외톨이가 어렵게 세상 밖으로 나가기 위해 상담을 시도해도 의지가 약해서, 철이 없어서 등의 비난을 받고 되레 마음의 문을 닫아버리기도 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영국 University of Glasgow 글래스고 대 의학, 수의학, 생명과학대, 수학통계학부 공동 연구팀은 타인과 만남이 적은 ‘고독’한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보다 수명이 짧다고 밝혔습니다.

연구팀은 대표적인 의생명과학 분야 빅데이터인 ‘영국 바이오뱅크’에 등록된 성인 남녀 45만 8146명을 대상으로 사망률과 5가지 유형의 사회적 상호 작용 사이의 연관성을 정밀 분석했고 분석 결과, 친구나 가족의 만남이 6개월 동안 한 번도 없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사망 위험이 39% 높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개인적 대인 접촉이 사망 확률을 낮추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연구를 이끈 글래스고대 Hamish poster 해미시 포스터 의대 임상 교수는 “디지털 및 통신 기술의 발달이 삶을 편리하게 만들어주지만 보건학적 측면에서는 은둔형 외톨이를 양산하거나 우울증 등 각종 정신신경 질환의 원인이 될 수 있다”라면서 “사회적 고립으로 인한 사망 위험 증가에 대처하기 위한 국가적, 사회적 대책이 필요하다”라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어떻게 살아야 하나, 이렇게 살 바엔… 살아야 하나 말아야 하나, 죽고 싶다… 사는 게 정말 쉽지가 않다.

그런데 대안은 없고 인생이 지옥이고 죽음이 천국이라면, 연옥쯤에 해당하는 것이 은둔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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