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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rchitect Y Jan 19. 2024

coffee break...속죄, 용서

; 공허한 자기기만과 극단적 칼뱅주의

2017년 개봉한 영화, 로마서 8:37은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 ‘동주’의 극본으로 잘 알려진 신연식 감독의 죄에대한 기독교적 입장을 보여주려고 한 영화입니다.

이제야 보게되었네요.

죄의 문제를 다룬다면 로마서 6장을 제목으로 해야하는데 신학자 톰 라이트 Nicholas Thomas Wright가 쓴 기독교 관련 서적을 읽고 8장으로 바꾸었다고 합니다.

종교개혁 500주년 기념작  「로마서 8:37」은 교회 내의 고질적인 '우리가 남이가'의 행태를 한편으로는 냉정하게, 한편으로는 가슴 아프게 바라보며 조명하고 있습니다.

자신들이 호위하는 목회자의 비리를 지적하는 등 위협이 가해질 경우, 문제를 제기한 인물은 교회 분열을 획책하는 '니골라당(하나님을 믿은 뒤에는 무슨 행동을 해도 죄가 되지 않는다며 도덕폐기론과 무율법주의를 주장하며 에베소 교회와 버사모 교회에 침투했던 이단)‘으로 매도되곤하는 현재 교회의 모습을 보여주며 영화는 교회 지도부의 죄로 인해 다수의 신자들이 고통과 미혹을 받는 현실을 한국교회의 암적 문제로 제시하고 있습니다.


개략적 내용은 전도사 ‘기섭’이 자신의 우상인 형 ‘요섭’을 둘러싼 사건의 실체에 다가가며, 우리 자신도 모르는 우리 모두의 ‘죄’를 마주보게 되는 이야기입니다. 

실제로 영화를 접해본다면  「로마서 8:37」은 종교영화에 대한 편견을 깨는 우리 모두의 이야기에 가깝습니다.

일반적인 기독교 영화라면 타종교나 무종교인들에게 외면당한다고해도 크리스쳔들의 전폭적 지지로 흥행에 성공했을텐데 한국기독교에 만연한 문제점을 보여준 영화이기에 비판적인 주제(여신도를 향한 성범죄)가 강하다는 이유로 크리스쳔들에게조차 외면당했습니다.

심지어 당시 부산국제영화제에서는 노년층 관객들은 엉터리 영화라든지, 사이비들이 만들었다는등의 폄훼의 감상평을 남겼습니다.


죄의 문제를 다루기 위해 한국 교회를 직접 취재한 신연식 감독은 실제로 취재한 내용을 바탕으로 영화를 만들었다고 합니다. 

한국 교회계에 큰 파장을 일으킬 수 있는 내용을 담고 있어, 대 째 모태신앙 기독교인인 신 감독은 “옳은 일인지 그른 일인지 판단이 안 되더라”고 솔직한 속마음을 토로했습니다. 

영화속에서는 원로목사와 후임목사 간의 쟁투와 함께, 후임목사인 강요섭 목사를 둘러싼 교역자들의 행각도 심각한 문제로 제시된되면서 교회 내 청년부 자매가 속된 말로 '강요섭목사 일빠'라고 부를 정도로 스타 목사, 강요섭에 대한 교회 부교역자들의 충성도는 높다 못해 맹목적입니다.

이들은 강요섭 목사의 성추행 의혹을 처음 들었을 때 그럴 리 없다며 부인했고, 사안이 성추행이 아니라 명백한 성폭행 범죄였던 것으로 확인되자 잠시 당혹감에 휩싸이나 이내 가해자인 강 목사를 두둔합니다.

이들은 '목회자도 사람이고, 사람은 완전할 수 없고, 가끔 실수도 할 수 있다'는 cliché 클리셰가 되어 버린 변명을 들고 나서며 강 목사의 성범죄 사실을 파헤친 교회 간사 및 청년부 전도사와 봉사자, 그리고 성폭행 피해자까지 회유하려 하고, 이런 시도가 실패로 돌아가자 이들을 교회 내에서 매장하려 합니다.


담임목회자의 명백한 범죄를 '실수' 혹은 '연약함'으로 바꾸어 놓는 부교역자들과 신자들의 행태는 특별히 칼빈의 개혁주의 신학을 추종하는 교회들 가운데서 자주 확인되는데 이런 hyper-Calvinism(극단적 칼뱅주의)은 상당히 오래된 교의사적 기원으로 '사람이라 어쩔 수 없었다'는 논리로 무마하려는 습성을 이야기 하고 있는것입니다.


신 감독은 영화 제목부터 metaphor(비유적 표현)로, 영화속 교회의 이름도  '부순, 부숴버린' 교회라는 뜻의 ‘부순교회’라고 작명했다고 합니다.

부숴져버린 교회안에는 각자의 욕망을 지닌 자들이 신이 아닌 교회와 목사를 섬김으로써, 기독교적 가치관에 위배되는 악행을 서슴없이 저지릅니다. 

영화 속에서 한국교회의 모습이 그대로  투영되어 그려지고 있습니다.


「로마서 8:37」은 번뇌하는 젊은 전도사 기섭(이현호)의 기도로 시작하고 끝맺는데 Opening Sequence의 건조한 기도와는 달리, 처절하게 이어지는 closing의 기도는 직접적이든 혹은 간접적이든 연루된 자의 책임에 집중하는 영화의 주제를 함축합니다


이보다 10년 전인 2007년 개봉된 이창동 감독의 영화 「밀양」 에서 원래 알던 주변인에게 아들을 납치당하고 살해당한 피아노학원 강사 이신애(전도연 분)는 교회로부터 큰 위안을 얻게 되는데 영화 속에서 교회는 이신애에게 죄인을 용서하라는 가르침을 전하는 데 주력합니다.

이에 이신애는 교도소에 자신의 아들을 살해한 범인을 직접 찾아가 용서의 마음을 전달하려 하는데, 여기서 유괴범이 한 말 때문에 이신애는 한국교회 전체에 대해 완전하게 절망합니다.


하나님이 이 죄많은 놈한테 손내밀어 주시고, 그 앞에 엎드려가 지은 죄를 회개하도록 하고, 제 죄를 용서해 주셨습니다. 

... 눈물로 회개하고 용서받았습니다. 

그라고 나서부터 마음에 평화를 얻었습니다. 

... 하루하루가 얼마나 감사한지 모릅니다.

- 밀양 영화속 유괴범의 대사

기독교인 입장에서는 이 대사 자체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기 어렵지만 자신이 고통의 나락에 떨어뜨린 피해자 이신애는 아랑곳하지 않고, 무조건 용서받았다고 기뻐하는 모습을 보이는 유괴범의 태도는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죠.

모든 죄는 기본적으로 하나님과 사람 사이에 발생하는 것이지만, 그 가운데서 어떤 죄는 다른 사람을 고통에 빠지게 합니다. 

이런 실제적 죄는 하나님에 대한 회개도 중요하지만, 법적 처벌과 함께 피해자에 대한 진심 어린 사죄도 동반되어야 합니다. 

그것이 죄를 진정 자기의 죄로 인정하고 회개하는 자의 태도여야 함이 분명합니다.

영화속 이신애는 유괴범의 모습과 기독교간의 괴리속에 방황을 거듭하다 마침내 정신병원에 입원하여 치료를 받습니다. 

그녀가 퇴원하며 자기 아들을 죽인 살인범의 딸이 운영하는 미용실에서 머리를 깎는 것으로 영화는 마무리 됩니다.


이 두 편의 영화를 연결 지어 보면 누구를 위한 것이며 주체는 누구인가라는 용서에 대한 여러 생각이 꼬리를 뭅니다. 

‘밀양’은 피해자의 동의 없이 ‘신에게 용서받은 사람’이 누리는 평안을 고발한다. 피해자를 고통 가운데 내버려 둔 채 가해자를 용서한 신의 부당함을 탓한다. 

그런데…. 그건 오성경을 입맛대로 풀려는 오해죠.

용서의 대상이 아니라 나 자신을 위한 용서는 진실하지 못하기에 가식이고, 피해자에 대한 진심 어린 사죄 없이 신으로부터 용서받는다는 것은 공허한 자기기만입니다.

피해자의 아픔을 외면하고 가해자를 ‘멋대로(?)’ 용서하지는 않겠다, 즉 “너희가 서로 사죄하고 용서할 때 비로소 나 또한 너희를 용서하겠다”는 말과 다름없지 않은가. 그러니진정한 사과와 용서는 내가 아니라 그 대상을 위한 것이라야 하고 그것을 통해 얻는 내 안의 평안과 행복은 덤일 뿐인것입니다.

성경 주석서중 손가락안에 꼽는 명 주석 중 하나인 Matthew Henry 주석서에 달린 주석중 ‘다투었다면, 예물을 드리기 전에, 즉 네가 하나님 앞에 엄숙하게 나아오기 전에 먼저 가서 그와 화목하라’라는 내용이 있습니다.

우리가 무슨 신앙적인 행위든지 시작하려고 할 때 진지하게 자신을 반성하며 살피는 기회를 갖아야하는데 만일 우리가 분을 품은 채 신앙적인 행위들을 실행한다면 그 행위들은 하나님께 받아들여지지 못할 것이라는것이죠.

피해자의 아픔을 외면하고 가해자를 ‘멋대로(?)’ 용서하지는 않겠다, 즉 너희가 서로 사죄하고 용서할 때 비로소 나 또한 너희를 용서하겠다는 말과 다름없을것입니다.


그러므로 예물을 제단에 드리려다가 거기서 네 형제에게 원망들을 만한 일이 있는 것이 생각나거든 

예물을 제단 앞에 두고 먼저 가서 형제와 화목하고 그 후에 와서 예물을 드리라 

-[마태복음 5:23-24]


성서적으로든 상식적으로든, 죄의 회개와 극복을 죄지은 당사자에게 직접 요구하지 않는 한국교회의 일반적 행태는 분별력 있는 이들 누구에게나 비정상적인 모습으로 비쳐지게 되기 마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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