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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Coffee brea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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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rchitect Y Nov 16. 2024

coffee break...秋雨思惟 추우사잡 2

; 가을비 속 주마등… 至味無味 지미무미

살포시 대지를 때리는 가을비는 써늘한 한기 속에서 온갖 상념을 불러일으킵니다. 

‘봄비는 생명의 성장을 재촉하고 가을비는 생명의 연속성을 추구한다.’는 말처럼 봄비는 왕성한 생명력을 대지에 펼쳐 놓으니 모든 생명에게 사랑을 촉발시키지만, 가을비는 생명의 열매를 완숙시켜, 황혼의 어스름과 낙엽 진 쓸쓸한 성찰로 지난 일들을 되돌아보게 만듧니다. 

선조들은 ‘가을비는 장인의 나룻 밑에서도 긋는다.’고 했는데 잠깐 오다 말기 때문에 장인의 턱수염 밑에서도 비를 피할 수 있다는 뜻이죠. 

또 ‘가을비는 빗자루로도 피한다.’고 하는데 빗줄기가 가늘기도 하거니와 내리는 양도 많지 않아서입니다.

겨울을 재촉하며, 추적추적 내리는 가을비는 을씨년스러워 옛 시인들도 가을비에 외롭고 쓸쓸한 이미지를 입혔습니다. 

秋夜雨中 秋風惟苦吟, 擧世少知音. 추야우중 추풍유고음, 거세소지음

窓外三更雨, 燈前萬里心. 창외삼경우, 등전만리심

가을바람에 오직 괴로운 마음으로 시를 짓나니 이 세상에 날 알아주는 이 없다 

창밖에는 밤 깊도록 비가 내리고 등불 앞에는 만리고국 향한 마음만 서성인다.

-秋夜雨中 추야우중, 최치원


살아가며 늘 추구했던 빈잔, 무미, 무색은 이리 어려운 일인지 뒤를 돌아보며 느낍니다.

맛집으로 잘 알려진 집 벽에 순수한 재료로만 육수를 내서 처음 맛보면 이상해도 이것이 냉면 육수의 참맛이라는 설명이 붙어 있었던…,

투덜대는 평양냉면의 슴슴함이 가장 최고의 맛의 경지 중 하나라는것이 편안히 느껴지는 시간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의 깊은 가을 시간 입니다.

축자소언 祝子小言은 세상 사는 맛은 진한 술과 식초 같지만, 지극한 맛은 맛이 없다고, 맛없는 것을 음미하는 사람이 능히 일체의 맛에서 담백해질 수 있고 그래, 담백해야 덕을 기르고, 담백해야 몸을 기르고 담백해야 벗을 기르고, 담백해야 백성을 기른다 이야기를 합니다.

(世味醲嚴, 至味無味. 味無味者, 能淡一切味. 淡足養德, 淡足養身, 淡足養交, 淡足養民)

채근담은 진한 술, 살진 고기, 맵고 단 것은 참맛이 아니고 참맛은 단지 담백할 뿐이라고, 신통하고 기특하며 탁월하고 기이한 것은 지극한 사람이 아니며 지극한 사람은 다만 평범할 따름이라 전합니다.

무언가를 처음 접하는 사람들은 낯설고 거부감을 가지게됩니다.

강력한 한방으로 살아온 현실의 삶이 낮고 느리게 근본을 이야기한다는건 쉽지 않죠.

음식에서 조차 우리의 것을 잃고 자극적이고 강렬한 맛이 trend가 되어버린 지금, 세상은 담백함에 반응하기 어렵습니다.

감정도 억지로라도 끌어내는 강렬함에 익숙합니다.

시간이 걸리지만 민민한 맛을 보여주려는 힘든 노력이 필요할것입니다.


이렇게 될 줄 알았다면 너한테 자주 물어 봤겠지

오늘 하루 어땠냐고

요즘은 뭐가 힘드냐고

같이 사는 동안 왜 그 한마디를 못했을까…


깊은 가을로 달음질하는 계절의 마디에 비오는 내음을 맡으며 무미한 모습을 꿈 꿔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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