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넷플릭스 시리즈를 보고 사랑과 우정에 대하여
가끔 생각해. 우리가 서로를 가장 좋아했던 때가 언제였을까.
뒤를 돌아보는 시간을 만들어 준 9월 12일에 오픈한 넷플릭스 시리즈 「은중과 상연」
지난 시간을 돌이키면 이 드라마처럼 이상하리만큼 친구와 내가 사랑했던 사람과 얽혀있던것을 읽어낼 수 있습니다.
이것이 단지, 나에게만 한정된 일이었는지, 아니면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는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은중과 상연」은 잔잔히 마음 한켠을 두드립니다.
이야기의 중심은 류은중과 천상연, 두 여성의 긴 우정(혹은 관계)이 10대부터 40대까지 세월이 흐르면서 어떻게 변화하고, 상처와 오해, 갈등을 겪고, 마지막엔 어떤 마주침을 하게 되는가 하는 것입니다.
처음엔 1992년 초등학생 시절, 은중은 평범한 배경에서 자라고, 상연은 부유하고 눈에 띄는 전학생으로 등장합니다.
두 사람은 곧 친구가 되지만 동경과 질투, 열등감 등이 섞인 미묘한 감정이 서로에게 영향을 줍니다.
대학, 사회 초년기를 거치면서 우정은 여러 번 엇갈리고 상처가 생기는데 특히 상연의 오빠 천상학의 죽음, 첫사랑 및 감정 관계, 창작이나 직업상 경쟁과 갈등 등이 둘 사이에 균열을 만들고 절교(절연)의 순간도 겪게 됩니다.
시간이 더 흐른 뒤, 마흔셋의 상연은 말기 암 환자가 되고, 조력 사망(안락사)에 대해 은중에게 마지막 여정에 함께해 달라는 부탁함을로써 두 사람은 과거의 상처, 오해, 희망, 미움, 사랑 등이 얽힌 관계를 재조명하고 마주하게 된다.
끝에는 서로를 이해하고 이해받는 순간이 찾아오며, 은중은 상연의 요청을 수락하고 함께 가는 것으로 보이며, 상연은 죽음에 다달으며 은중과 함께 있어 누구보다 행복했다는 말을 남기고 은중은 상연의 일기 등을 통해 그들의 이야기를 기록으로 남깁니다.
류은중(김고은 분)은 가난한 집안 출신. 밝고 당당하며 솔직한 성격이지만 성장하면서 자신이 가진 것이 부족하다고 느끼고, 상연을 보며 동경과 질투를 동시에 경험합니다.
외적으로는 사랑을 받고 인정받는 듯 보이지만 내면에는 비교하고 불안해하는 감정을 보입니다.
천상연(박지현 분)은 유복한 배경에서 자라며 겉으로는 조용하고 말수가 적고, 차가워 보이기도 하지만 상처가 깊고, 솔직히 표현하지 않아서 오해를 많이 받는 인로 자신이 가진 것이 많음에도 불만, 허전함, 또는 내면의 고립감을 느끼는 부분이 있어 결국에는 삶의 마지막 순간에 은중에게 손을 내미는 쪽입니다.
Autre 他者
은중과 상연이 교실과 운동장, 그리고 도서관 같은 일상 공간에서 서로를 처음 인식하는 순간……
은중이 상연을 바라볼 때, 그것은 단순한 호감이 아니라 싱클레어가 데미안을 바라보는 내 삶을 바꾸는 타자他者(에마뉘엘 레비나스)의 도래가 보여집니다.
사랑은 우연처럼 다가오지만, 사실상 존재 전체를 흔드는 윤리적 사건일것입니다.
너는 참 좋겠다.
이런 감정선은 드라마 포스터에서도 보여지고 있습니다.
감정적으로 모호한 상태—친구 사이의 애정과 경쟁, 동경과 질투가 겹쳐 있는 관계의 본질을 시각적으로 보여주는데, 서로를 완전히 똑바로 볼 수 없는, 혹은 서로에게 완전히 보여지지 않는 부분들이 존재함이 그대로 녹아 있습니다.
친구라는 단어의 포장을 벗기면 비로소 드러나는 여러가지 감정을 가려져 보이지는 않지만 이 시리즈에서는 그대로 표현하고 있습니다.
좋아하고 동경하지만 동시에 질투하고 미워하는 감정이 친구라는 관계 안에 있는 복잡한 감정들이 시간이 흐르면서 어떻게 무게를 갖게 되는지를 보여줍니다.
관계가 멀어졌다가 다시 마주치는 순간이 반복되는데이 장면들은 두 인물 사이의 오해, 기대, 미움, 후회 등이 복합적으로 드러나는 클라이맥스 역할을 하며, 우정이란 것이 단순히 좋은 감정만으로 이루어지는 게 아님을 보여주고 또한 이러한 반복은 시간이 흐른다 해도 상처가 사라지는 건 아니라는 메시지를 전달합니다.
절교라는 극단적 선택을 했던 두사람의 모습은 생각보다 깊이있는 이유를 댈 수 없다는것에서 전지적 시점에서 객관적으로 바라보는것은 결코 드라마이기에 가능할것입니다.
우리는 살아가며 결코 객관성을 가진 시점이 아니라 은중이 되고 상연의 모습으로 관계를 만들것입니다.
이 시리즈가 특별하게 보였던것 중 하나가 나의 삶을 투영해 뒤를 돌아보게 하기 때문일것입니다.
durée 지속
은중과 상연의 이야기는 ‘다시 만남’을 통해, 사랑은 단절되지 않고 시간의 층위 속에서 다시 살아난다는 점을 보여줍니다.
시간은 단순히 과거→현재로 흐르는 것이 아니라, 기억과 감정이 겹쳐진 채 현재에 스며듭니다.
사라지는 것 속의 아름다움, 즉 임시적이지만 그 순간만의 빛을 발하는 사랑의 본질을 드러냅니다.
그들의 사랑은 끝난 것이 아니라, 잠시 멈추어 있다가 다시 이어진 지속의 형태로 드러납니다.
사랑은 단절되지 않고, 기억의 층위에서 살아남아 다시 현재로 환원되는 힘을 지닌것이 아닐까요.
나한테는, 너를 사랑하지만 미워하는 그 감정이 사랑이었어.
마지막으로 삶과 죽음, 끝맺음, 용서와 화해를 위해 마지막으로 필요한 것들, 그리고 관계의 진정성에 대한 시험대 같은 역할을 하는 조력 이 장면은 두 사람이 어떤 마음으로 서로를 놓아줄지, 또는 놓지 못할지를 드러내고, 시청자에게도 깊은 감정을 남기는 순간입니다.
상연의 투병과 조력 사망이라는 무거운 주제를 통해, 삶의 마지막, 관계의 마무리, 진실한 마음의 고백, 후회와 화해 가능성 등이 어떻게 존재할 수 있는지 질문을 던집니다.
내게는 친구가 없다.
그래서 내 삶은 실패했다.
혼자서 나의 그림자만 보고 달려왔던 삶이다.
동행자 없이 숨 가쁘게 여기까지 달려왔다.
더러는 동행자가 있다고 생각했지만, 나중에 보니 경쟁자였다
- 고 이어령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