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ffee break…Laetare Sunday

; 장미색 제의(카톨릭)과 목사영대(Stole; 개신교)

by Architect Y

며칠 전 한 Christian과의 대화에서 사순절에 대하여 잠시 나눈 이야기를 통해 다시한번 보카시 현실 개신교의 상황을 생각하게되었네요.

매년 사순절 기간동안 스스로 절제하는 생활을 한다는 나의 말에 그 분은 요즘 사순절을 지키는 교회가 흔치 않는데 어느 교회냐는 반문.

소위 종교 트렌드가 바뀌었다는 그의 말은 정확히 현재 개신교의 모습을 비추고 있었습니다.

순우리말 중에 불꽃이나 안개처럼 흔적 없이 잦아드는 사리다라는 단어가 있습니다.

땅끝까지 전하라는 예수의 선교사명을 무색하게 하듯 세속화, 사회화로 유럽의 개신교는 지난 30년간 교인의 수가 반토막 난 속도보다 전 세계에서 유래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빠른 성장을 보였던 한국의 개신교 또한 확장 속도를 무색하게 할 만큼 빠르게 줄어들고 있습니다.

500년전 사화화, 세속화로 종교개혁이 일어난 사실이 망각이 된것처럼 예수의 사랑만을 생각하고 그 과정에는 눈을 감아버리고 깊이감 있는 말씀과 모든 형식이 지금과 맞지 않다고 버리고 급속도로 사회화하며 같은 수순을 밟는 개신교의 모습을 트렌드의 변화라고 애써 변명을 늘어놓고 있지는 않는지 사순절의 중심 주일인 오늘, Laetare Sunday에 잠시 소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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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의 수요일에서 시작된 Lent 사순절은 주일을 제외하고 22일이 지난 후 맞는 4번째 주일이 기쁨의 주일(Laetare Sunday 라에타레 주일)입니다.

절제의 생활을 이어가는 40일(주일 제외) 중 그 중심이 되는 주일은 잠시 숨고르기를 하는 날이라고 여겨왔습니다.

혹시 눈여겨 봤을지 모르겠지만 카톨릭이라면 제의, 개신교라면 Stole(영대)의 색이 절기마다 바뀌고 있습니다.

6주간의 사순절 기간의 색은 보라입니다.

전례적으로 보라색은 죄에 대한 슬픔과 보속(: 죄로 인한 나쁜 결과를 보상하는 일)을 의미하는데 이 사순절 기간의 주일 중 유일하게 붉은 장미색인 날이 제4주일인 Laetare Sunday입니다.

재밌는것은 라틴어 adventus(도착, 오심)에서 유래한 advent(대림절: 성탄 전 4주)기간의 제3주일 (Gaudete Sunday)에도 Stole 색은 붉은 장미색입니다.

두 날 모두 조금만 더 힘내세요, 곧 축제입니다!라는 따뜻한 격려를 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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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신교의 예배 시작 전 준비 찬양을 하는것처럼 카톨릭에서는 Introit 입당송이라고 미사 시작 예식에서 사제와 봉사자들이 입당 행렬을 나아갈 때 함께 부르는 전례문(노래 또는 낭송)이 있었고 이 프롤로그 같은 내용들이 그 주일의 명칭으로 받아 들여 졌습니다.

그래, 사순절기간 중의 1주일 Invocabit 부르라/부르리라은 사순절 첫 주일을 가리키는 용어로도 쓰여, 해당 주일의 성경 읽기(예: 마 4:1-11)와 함께 제시되고 2주일 Reminiscere (주의 인자하심과 긍휼하심을) 기억하소서는 시편 25편 6절에서 유래한 표현을 사용하고 3주일 Oculi 눈(目)의 복수형으로 시편 25:15의 첫 단어에서 유래했으며 바로 오늘 4주일은 기뻐하라는 의미의 이사야서 66장 10절에 나오는 라틴어 구절인 Laetare를, 마지막 5주일의 Judica 심판하소서는 시편 43(42)편 1~2절의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부활절 전주인 사순절 6주일이자, 종려주일은 주님은 우리 위해라는 입당송으로 시편 23편 9 ~ 10절의 내용입니다.

사순 시기는 이처럼 부르짖음(1주) → 호소(2주) → 바라봄(3주) → 위로(4주) → 결단(5주)의 과정을 거쳐 성주간으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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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직 4주일인 Laetare Sunday의 상징성이 매우 뚜렷하고 눈에 띄게 전례 색 변화(rose vestments)가 있으며 대림절 Gaudete와 구조적으로 대응한것이 비해 보편적인 다른 사순절 주일에는 특별한 이름이 사라진것입니다.

라에타레 주일은 단순한 휴식이 아니라 종말론적 희망의 신학을 보여줍니다.

구조적으로 보면 사순절은 십자가를 상징하는데 잠깐의 부활의 빛 (Laetare)을 보이다 다시 십자가의 희생과 부활을 맞이하는 고난 속에서도 이미 시작된 구원의 기쁨 을 상징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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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신교에서 Laetare Sunday(사순절 제4주일)가 거의 잊혀진 이유는 단순히 전례 하나가 사라진 문제가 아니라, 종교개혁 이후 신학적으로 전례관, 예배관의 변화와 깊이 연결되어 있습니다.


16세기 종교개혁을 이끈 인물들, 특히 Martin Luther와 John Calvin은 중세 교회의 전례 체계를 상당 부분 비판했습니다.

그들의 기본 원칙은 성경에 분명한 근거가 없는 전례는 제거하거나 단순화한다.

중세 교회, 특히 Roman Catholic Church에는 수많은 축일, 복잡한 전례력, 성인 축일, 다양한 명칭의 주일 등과 같은 요소들이 매우 많았습니다.

종교개혁자들은 이것을 신앙의 본질을 흐리는 장식적 구조라고 보았고 개신교 전통에서는 사순절 주일 이름, 입당송 기반 주일 명칭 같은 것들이 대부분 사라지며 Laetare Sunday도 이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약화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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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세 교회에서는 신앙 생활이 사순절, 성인 축일, 특별 주일, 금식 규정등 상당히 전례력(calendar)중심이었습니다.

그러나 종교개혁 이후 많은 개신교 전통은 말씀 중심 예배를 강조했습니다.

예배 구조의 중심은 설교, 성경 읽기, 공동기도가 됩니다.

그래 특정 주일 이름이나 상징적 의미보다 그날의 설교 본문이 더 중요해졌고 Invocabit, Reminiscere, Oculi, Laetare같은 라틴 전례 명칭들이 거의 사라졌습니다.


그리고 Laetare Sunday는 사실 금식 완화의 날이라는 성격이 강했습니다.

하지만 종교개혁 이후 많은 개신교 전통에서는 의무적 금식 자체를 폐지하거나 축소했습니다.

금식은 개인의 경건 훈련이고 교회가 강제하지 않게 되면서 사순절 구조 자체가 약해졌습니다.

즉, 금식이 약해지면 금식 중간 휴식일도 의미가 작아진것입니다.

그래서 Laetare Sunday도 자연스럽게 사라졌습니다.


그러나 흥미롭게도 전례적 전통이 강한 개신교 교단에서는 아직도 Laetare Sunday가 존재합니다.

대표적으로 Lutheran Church 루터교회, , Anglican Communion 세계성공회공동체, Episcopal Church 미국 성공회와 같은 교회들에서는 여전히 사순절 제4주일, 장미색 제의(rose vestments), Rejoice Sunday 기뻐하는 주일 전통이 남아 있습니다.

반면 개혁교회, 장로교, 침례교, 복음주의 교회 전통에서는 거의 사라졌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최근 개신교에서 전례력 회복 운동이 다시 나타나고 있다는 것입니다.

특히 젊은 복음주의 교회, 신학 대학, 영성 운동에서 대림절, 사순절, 성주간을 다시 회복하려는 움직임이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Laetare Sunday도 다시 언급되기 시작했습니다.


형식이 중요한것이 아니지만 그 의미와 유래가 잊혀진다면 모든 역사적 사정들이 그러하듯 시나브로 사라질것이 당연한 수순일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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