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ffee break…40일간의 참회, Lent

; 죄책감 중심에서 방향 전환(reorientation)으로

by Architect Y

신, 구교를 통틀어 올해, 2026년 부활절인 4월5일을 앞둔 40일간은 기독교의 절기인 Lent 사순절입니다.

한글로는 사순절이라는 같은 명칭을 사용하지만 기독교 중 카톨릭에서는 「Tempus Quadragesima」를 개신교에서는 「Lent」라는 단어를 명칭으로 사용합니다.

본질적으로 같은 전례 절기를 가리키지만 언어적, 역사적 뉘앙스가 다릅니다.

개신교와 영어권 기독교 전통에서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Lent」는 영어 단어는 봄을 의미하는 고대 영어 Lencten에서 유래한 것으로, 사순절이 있는 계절을 가리키며 금식, 기도, 부활절 준비를 강조합니다.

로마 가톨릭 및 역사적 전례 텍스트에서 사용한 「Tempus Quadragesima」는 40일이라는 뜻으로, 라틴 미사(Traditional Tridentine Mass)와 로마 미사곡에서 볼 수 있고 이 용어는 오늘날에도 가톨릭 전례 달력에서 사용되고 있습니다.

즉, 「Lent」와 「Tempus Quadragesima」는 같은 전례 기간을 가리키지만, 전자 보다 일반적인 계절적 의미를 지니는 반면 후자는 40일간의 참회적인 측면을 강조합니다.


사순절의 구조는 성경의 핵심 패턴을 그대로 따르는데 핵심 키워드는 40입니다.

우선, 마태복음 4장 2절과 누가복음 4장1절을 보면 예수는 공생애 시작 전에 40일 금식과 시험을 겪는데 사순절은 이 사건을 직접적으로 모방한 것입니다

그리고 성경에서 40은 단순 숫자가 아니라 모세의 시내산에서 40일, 이스라엘 민족의 광야 40년, 엘리야의 40일 여정 등 시험·정화·전환의 기간입니다.

그래, 사순절은 영적 정화 기간이라는 성경적 시간 구조를 재현합니다

사순절의 핵심 요소인 금식·회개·자기 성찰은 금식하며 마음을 다해 돌아오라 [요엘2:12], 참된 금식의 의미 (형식보다 정의와 사랑) [이사야 58장]등 성경 전반에 걸쳐 매우 강조되는데 이는 사순절의 내용 자체는 성경적 핵심과 일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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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순절은 초기 교회에서 점진적으로 형성되었습니다.

2~3세기, 짧은 기간동안 부활절 전 금식을 했던 전례는 4세기, 니케아 이후 이러한 전례를 정비해 40일 구조를 확립합니다.

CE. 325년 니케아 공의회를 통해 사순절 기간이 40일로 정해진 이후 초대교회의 전통대로 엄격하게 금식을 유지하다, 이러한 규칙을 지키기 어려워하는 이들이 많아지자 9세기에는 규칙이 조금 완화되었고, 13세기에는 간단한 식사가 허용되었습니다.

14세기에는 금식 기도 대신에 절식 기도가 행해졌고 15세기에 와서는 정오에 식사하는 것이 일반적인 종교관습이 되었고, 저녁시간에도 간단한 식사인 collation 콜레이션이 허용되었습니다.

사순절은 교회가 예수의 삶을 따라 시간을 조직한 것입니다.

16세기 종교개혁자요 장로교 창시자인 칼뱅이 한때 이 절기를 폐지할 것을 주장했는데, 그 이유인즉 사순절에 교인들이 금식과 고행을 통한 자기 공로를 과시하게 되었고, 그 결과 기독교의 핵심진리인 ‘이신득의(카톨릭) 혹은 이신칭의(개신교)’(인간의 공로가 아닌 예수님의 십자가 공로를 믿음으로 의로워져 구원받는다는 교리)를 위협할 우려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히브리서 3장 1절(그러므로 함께 하늘의 부르심을 받은 거룩한 형제들아 우리가 믿는 도리의 사도이시며 대제사장이신 예수를 깊이 생각하라)에서처럼 이 기간 동안 예수의 고난과 죽음을 깊이 생각할 뿐만 아니라, 사도 바울처럼([골 1:24] 나는 이제 너희를 위하여 받는 괴로움을 기뻐하고 그리스도의 남은 고난을 그의 몸된 교회를 위하여 내 육체에 채우노라) 금식과 절제 가운데 그리고 복음전도 와중에 당하는 고난과 핍박을 통해 그리스도의 남은 고난을 자신의 육체에 조금이라도 채울 수 있다면, 칼뱅이 우려했던 바와는 달리, 우리 자신의 부족한 영성을 크게 고양시킬 수 있는 복된 계기가 될 것입니다. 오늘날 대부분의 교회에서 이 절기를 지키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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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개신교의 대표적인 교단인 장로교, 감리교, 침례교, 성결교회 모두 어떤 식으로든 사순절을 지키지만, 그 관습과 형식적인 수준은 크게 다릅니다.

현대 교회에서는 사순절이 그 의미가 많이 희석되고 약화된 상태 입니다.

현대 교회에서 사순절이 약화된 이유는 단순히 신앙이 약해졌다는 도덕적 설명으로는 부족합니다.

실제로는 심리 구조의 변화, 사회 시스템의 전환, 그리고 신학적 패러다임 이동이 동시에 작용한 결과입니다.


현대인은 전통적 인간과 달리 불편함을 제거하는 방향으로 설계된 환경 속에서 살아가는것이 첫번째 요인입니다.

과거에 고통은 삶의 일부라는 의미로 해석했다면 현대에는 고통은 제거 대상으로 시스템으로 회피하는 이 변화는 사순절의 핵심 요소와 정면 충돌합니다.

금식 (욕망 절제), 회개 (자기 부정), 기다림 (지연된 만족)이 사순절의 본질이라면 현대사회 심리의 본질은 즉각적 보상(instant gratification), 자기 긍정(self-affirmation), 불편 회피(comfort optimization)로 순절은 현대인에게 영적 훈련이 아니라 비합리적 자기 억압처럼 느껴집니다.

두번째, 사순절이 약화된 가장 강력한 구조적 원인은 소비자 자본주의입니다.

특히 SNS에서 비교와 욕망 증폭하고 스트리밍에서 끊임없는 도파민이 공급되고 배달이나 커머스에서 즉각적 만족이 만들어지는 디지털 환경은 이를 극단화합니다

이 환경에서 금식은 단순한 음식 절제가 아니라 전체 생활 방식에 대한 저항 행위가 됩니다.

그래서 현대 신자는 무의식적으로 사순절을 회피합니다.
왜냐하면 그것은 자기 삶 전체를 부정하는 경험이기 때문입니다.

개인적인 예로 대략, 열일곱살때부터 30년이 넘는 시간을 보냈던 교회의 새로운 담임 목사와의 대화에서 본인도 한번도 40일이 아닌 4일 이상 금식을 해본 경험이 없다고 꺼리낌 없이 이야기 하는것만으로도 여실히 보여주는것임에 틀림 없습니다.

다음 요인으로 현대 교회의 설교 구조도 결정적인 영향을 주었습니다.

인간은 죄인이기에 회개 (repentance)와 변화의 당위성이 강조되었던 전통신학측면에서의 사고는 현대 교회, 특히 대형교회에서는 인간은 상처받은 존재로 치유 (healing)와 회복이 mainstream이 된 이 변화는 사순절과 충돌합니다.

사순절은 기본적으로 나는 잘못되었다를 전제로 하지만 현대 설교는 너는 이미 괜찮다를 강조하는데 이때 사순절은 불편한 메시지가 됩니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약화되어 간 것입니다.

그리고, 사순절은 원래 함께 금식하고 함께 예배하며 함께 회개하는 공동체적 실천이었습니다.

그러나 현대 교회는 신앙은 개인화되었고 온라인 예배와 느슨한 공동체라는 이 구조에서는 사순절이 유지되기 어렵습니다.
왜냐하면 금식은 혼자 하면 거의 실패하는 훈련이기 때문입니다.

결과적으로 사순절이 약화된 이유는 사람들이 덜 신앙적이어서가 아니라, 사순절을 가능하게 하는 인간 구조 자체가 바뀌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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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순절은 분명 약화되었지만, 동시에 역설적으로 다시 주목받고 있습니다.

이것은 단순한 전통 회귀가 아니라, 현대 인간이 직면한 구조적 위기 속에서 사순절이 다시 기능하기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현대인은 결핍이 아니라 정보, 자극, 선택 과잉(overload)속에 있습니다.

이 상태는 심리적으로 집중력 붕괴, 의미 상실, 만성 피로를 양산하게 되는데 여기서 사순절의 금식은 단순한 종교 행위가 아니라 자극을 줄이는 기술로 재해석됩니다.

즉 과거에는 금식이 신을 향한 행위였다면, 현대에서는 나를 회복하는 장치가 됩니다.


흥미롭게도 현대에서 사순절은 스마트폰 사용 시간 축소, SNS 끊기, 유튜브나 OTT를 제한하는등 종교 밖에서 먼저 부활합니다.

이것은 사실상 사순절의 구조와 동일해, 이 흐름은 특히 서구에서 Digital Lent라는 형태로 나타납니다.

즉 사순절은 지금 종교 언어에서 심리, 생활 기술로 번역되고 있는 중입니다.

또한, 현대인은 많은 것을 소비하지만, 정작 의미를 경험하지 못하는 상태에 있습니다.

이때 사순절은 기다림(delay), 긴장(tension), 절정(release: 부활절)이라는 독특한 구조를 제공하는데 이것은 일종의 서사 구조입니다.

그래서 사순절은 시간에 의미를 부여하는 장치로 다시 주목됩니다.

뿐만 아니라 아이러니하게도 개인화가 극단으로 가면서 사람들은 다시 공동체를 찾기 시작합니다.

이때 사순절은 함께 절제하고 함께 기다리고 함께 의미를 공유합니다.

특히 오프라인 교회나 소규모 공동체에서 사순절은 다시 강하게 살아나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유는 단순합니다
혼자서는 불가능한 훈련이기 때문입니다

최근 신학 흐름에서도 회개가 다시 재조명됩니다.

하지만 과거에 죄책감 중심이었다면 현재는 방향 전환(reorientation)으로 다르게 이해됩니다

여기서 회개는 자기 비난이 아니라 삶의 방향을 재설정하는 행위가 됩니다.

이 해석은 사순절을 현대인에게 다시 열어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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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사순절은 인간이 만든 전례일뿐일까요, 아니면 성경적일까요?

성경 어디에도 부활절 전에 40일 금식하라는 규정은 없고 사순절은 교회가 후대에 만든 전례적 제도입니다

사순절은 유월절, 안식일처럼 계시된 절기가 아니라 교회적 전통(tradition)에 속합니다

즉, 사순절 자체는 성경에 명령된 제도는 아니지만, 그 핵심 정신은 매우 성경적이라고 이야기합니다.

왜 사순절을 성경적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요?

이 질문의 핵심은 여기입니다.

40일이라는 기간 자체나 특정 절기로서의 의무화는 분명 아니지만 회개 (repentance), 금식 (fasting), 자기 부인 (self-denial), 십자가 준비, 즉 사순절은 성경을 실천하기 위한 교회의 도구인것입니다


사순절은 이렇게 정리할 수 있습니다.

성경에 명령된 절기는 아니지만 성경의 핵심 영성을 매우 정확히 반영합니다.

따라서 가장 균형 잡힌 표현은 사순절은 성경적 명령은 아니지만, 성경적 삶을 훈련하는 매우 효과적인 전통이다라고 할수 잇는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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