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Coffee break

coffee break...無可無不可 무가무불가

可가한 것도 없고 不可불가한 것도 없다, 中庸중용의 함정.

by Architect Y

선택을 해야 하는 순간은 어느 시대, 누구에게나 있다.

어쩌면 삶의 매 순간이 선택의 연속일지도 모른다.

어느 길로 가든 그것은 오직 본인의 결정에 달렸고, 그 결과에 대한 책임도 고스란히 자신의 몫이다.


지키기 어려운 절개라는것을 바라보며 중용을 잊기 쉽다.

죽림칠현, 두문동 18현이 그랬고, 성육신, 사육신이 그랬다.

이규보라는 걸출한 인물에 대해 상반되는 두 가지 평가를 갖는다.

13세기 문학의 새 지평을 열었다고 극찬하는 쪽이 우리가 역사 교과정 중에 배운 내용이고 성인이되면서 자세한 내막을 알아보다보면 이내 무인 정권 아래의 기능적 지식인으로 권력에 아부했다고 비판하게 된다.

청년 이규보는 3번이나 과거에 낙방하며 요새말로 희망고문을 받았는지 모른다.

네 번째로 응시한 사마시에서 수석으로 합격했지만, 오랫동안 관직은 주어지지 않았다.

방황하며 술을 마셨고, 莊子장자에 심취하여 無何有之鄕무하유지향을 동경했으며, 저술에 몰두하기도 했다.

서사시로 높이 평가되는 東明王篇동명왕편이나 開元天寶詠史詩개원천보영사시 같은 작품은 20대에 쓴 것이다.

무신 정권과 화합하지 못하고 현실 정치에서 벗어나 시와 술을 즐기며 高談고담을 나누 竹林七賢죽림칠현같은 이들의 눈에 든 것은 어쩌면 당연한 수순일 것이다.

한동안 그들의 詩會시회에 출입하며 함께 하자는 권유를 받기도 했다.

그러나 이규보는 서른무렵 그들의 제의를 거절하고 현실과 타협하는 길을 택한다.

崔忠獻최충헌의 시회에 초청받아 그를 칭송하는 시를 쓴 덕분에 관직에 진출하게 된다.

본인으로서는 현실적인 선택이었겠지만 어떤 이들에겐 실망스러운 처신이었을 수도 있겠다.

변절자란 지목도 있었을 법하다.

그의 글중 자신을 비난하는 사람들에게 남긴 내용이 있다.


...... 전략

나는 안으로는 실상을 온전히 하고 밖으로는 연경(緣境)을 끊었기에

외물이 나를 부려도 외물에 신경을 쓰지 않고,

사람이 나를 떠밀어도 사람에게 불만을 갖지 않는다.

피할 수 없이 절박한 상황이 닥친 뒤에야 움직이고 부른 뒤에야 가며,

행동해야 할 때에는 행동하고 멈추어야 할 때에는 멈추니

가(可)한 것도 없고 불가(不可)한 것도 없다.

너는 빈 배를 보지 못했는가.

나는 그 빈 배와 같은데 너는 나에게 무엇을 따지는가.


予則內全實相而外空緣境 여즉내전실상이외공연경

爲物所使也 無心於物 위물소사야 무심어물

爲人所推也 無忤於人 위인소추야 무오어인

迫而後動 招而後往 박이후동 초이후왕

行則行 止則止 행즉행 지즉지

無可無不可也 무가무불가야

子不見虛舟乎 자불견허주호

予類夫是者也 子何詰哉 여류부시자야 자하힐재

- 李奎報이규보, 答石問 東國李相國後集 問答 답석문 동국이상국후집 제11권 문답


본심을 잃고 줏대 없이 영합한다는 비난에 대해 이규보는 빈 배를 자처하고 공자의 인격을 묘사했던 無可無不可무가무불가라는 말을 끌어온다.

악의적으로 해석하면 원칙보다는 현실 수용을 앞세우는 상황논리로 볼 수도 있고 구차한 자기변명으로도 볼 수 있다.

반면 갈림길 앞에 서서 갈등하는 한 청년 지식인의 치열한 고민을 읽을 수도 있다.

어느 길로 가느냐에 따라 榮辱영욕이 갈리고 窮達궁달이 판가름 나는 선택이다.


정작 공자의 이 말은 선택에 대한 의견이 아니고 中庸중용에 관한 내용이다.

어떤것이 옳은것인지 알수 없는 좌, 우로 치우치고 있는 모습에서 노란선을 유지하는 내용.

中庸중용의 도리를 굳게 지켜나감으로써 無道무도와 不義불의와는 타협하지 않고, 隱居은거에도 휩쓸리지 않겠다는 의지.

逸民 伯夷 叔齊 虞仲 夷逸 朱張 柳下惠 少連

일민 백이 숙제 우중 이일 주장 유하혜 소련

子曰 不降其志 不辱其身 伯夷叔齊與

자왈 불강기지 불욕기신 백이숙제여

謂柳下惠少連 降志辱身矣 言中倫 行中慮

위유하혜소련 강지욕신의 언중륜 행중려

其斯而已矣 謂虞仲夷逸 隱居放言 身中淸

기사이이의 위우중이일 은거방언 신중청

廢中權 我則異於是 無可無不可호

폐중권 아즉이어시 무가무불가

- 論語 微子 논어 미자편


세상을 피하여 숨어사는 사람은 백이와 숙제와 우중과 이일과 주장과 유하혜와 소련이다.

공자가 말했다.

그 뜻을 굽히지 않고, 그 몸을 욕되게 하지 않은 사람은 백이와 숙제이다.

유하혜와 소련을 평하기를

뜻을 굽히고 몸도 욕되게 하였지만, 말이 도리에 맞고 행동이 사려 깊었으니 그들은 이런 사람들이다.

우중과 이일을 평하기를

숨어살면서 거리낌없이 함부로 말했지만, 몸가짐은 깨끗하였고 움직이는 것도 상도에 맞았다.

나는 이 사람들과는 달라서 가(可)한 것도 없고 불가(不可)한 것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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