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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rchitect Y Jun 29. 2016

육지것의 제주인문이야기 III 제주의 비경 토끼섬

쉰일곱. 7월, 문주란이 피어나기 시작하는 토끼섬

제주를 움직이는 코스를 보통 서귀포로 향하는 협재해수욕장쪽의 서부해안도로로 시작해 서귀포와 중문 그리고 내륙을 관광한 후 공항가기 전 맨 끝미에 들리는 곳이라 급한 마음에 이 아름다운 해안가를 드라이브로 휘리릭 지나치다가 카페해안으로 알려진 월정리에서 멈추었다가 공항으로 후다닥 발길을 돌리곤 하는데, 제주의 해안도로중 가장 아름다운 해안도로로 동부해안도로(성산포~종달리~세화)를 꼽는다.

이 해안도로 드라이브 중 관광지는 아니지만 장마가 한창인 7월이면 들러야할 곳이 있다.

장마철이면 만개하는 물빛을 닮은 수국이 있는 곳 종달리불턱이 그 한곳이고...

수국이 흐드러진 종달리 불턱부근에서 하나둘 보이기 시작하는 남국의 난초, 문주란을 차분히 바라 볼 수 있는곳이 있다.

불턱을 지나 종달리 해안도로를 달다보면 하도 철새도래지를 지나 만나는 이 곳은 문주란이 덮는다.

성산일출봉에서 해안도로를 타면 15분.

기하학적인 원시적 돌그물인 갯담사이로 보이는 구좌읍 토끼섬.


토끼섬은 문주란의 고향이다.

우리나라에서 유일하게 난대성 난초의 일종인 문주란이 자생하는 곳인지라 섬 전체가 천연기념물 제19호로 지정되어 있다.

7월 중순이면 토끼섬에는 아찔한 향을 피우며 하얀색 문주란 꽃들이 피어나기 시작한다.

섬을 하얗게 뒤덮은 문주란은 그 풍경만으로도 아찔한데 향조차 정신을 혼미하게 만든다.

섬 너머 성산 일출봉
토끼섬

문주란은 왜반초라 불리기도 하는데, 이름은 란자가 붙으나 수선화과에 속하는 난대성 식물이다.

토끼섬이란 이름은 문주란이 하얗게 뒤덮힌 섬 모양이 토끼같다 하여 붙여졌다고 하기도 하고, 1900년도 초에 윤석후란 사람이 이곳에 토끼를 방목한데서 붙여진 이름이라는 설도 있다.

토끼섬은 아무때나 갈 수 없고 가장 물이 많이 썰물때에라야 저 바닷길이 열리니 물때를 잘 맞춰야 한다.

비단 문주란 뿐만 아니라, 알려지지 않아서 그렇지 일출이 아름다운 곳이기도 하다

원시 어로시설인 갯담(돌살; 돌그물)사이로 풍경에 딱 걸맞게 남국에서나 볼 수 있는 애기범부채.

너무 자연스러워 우리나라 토종 야생화라 생각되지만 아프리카가 원산지다.

원산지답게 무더위가 시작되는 7월이면 이곳의 길가에서 선홍빛의 꽃을 피워댄다.

이외에도 선인장의 유일한 자생지인 제주에서 볼 수 있는 손바닥선인장과 그 꽃이다.

'백련초'라 불리기도 하는 이녀석의 자줏빛 열매는 약재로도 널리 사용되고 있다.

토끼섬 주변바닷가에 선홍빛 애기범부채나 노오란 손바닥선인장, 문주란 등이 피어나는 한여름철이면

이곳이 남국이 아닐까 하는 착각에 빠지게 한다.

성산일출봉에서 월정리까지 그저 무심히 내 달리지 말고 길가에서 쉽사리 만날 수 있는 이 꽃들을 바라보며 남국의 정취에 빠져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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