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Coffee break

coffee break...百世淸風백세청풍

영원한 세월에 걸친 맑은 바람

by Architect Y

새벽기온이 제법 차갑다.

가을이 깊어지는 이 계절은 어머니의 기일과 맞물려 깊은 생각에 잠기게 하곤 한다.

백세청풍.JPG

함안 가야읍에서 서쪽으로 향하여 가다가 군북읍을 조금 지나 원북마을에 이르기 전의 남쪽 절벽에 百世淸風백세청풍 네 개의 한자가 楷書體해서체로 크게 바위에 새겨져 있다.

이 글씨는 본래 朱子주자가 쓴 글씨인데, 중국 수양산 기슭의 伯夷백이 叔齊숙제 사당에 걸려 있던 것이다. 1589년 부친 藥圃약포 鄭琢정탁이 중국에 사신 가는 길에 따라갔던 아들 鄭允穆정윤목이 모사해 온 뒤로 전국에 퍼진 것이다.

정윤목의 집안에 전하던 글씨 현액은 지금 안동 한국국학진흥원에 위탁 보관돼있는데 이곳에 이 글씨를 새긴 까닭은 生六臣생육신의 한 사람으로서 세조가 조카 단종의 왕위를 빼앗는 것을 보고, 더럽게 여겨 벼슬길을 단념하고 고향 마을로 돌아와 평생을 깨끗하게 살다 간 漁溪어계 趙旅조려선생의 절의를 기리기 위해서다.


훗날 이렇듯 이름이 남긴다는것...

사람은 죽어 이름을 남긴다는 말이 참으로 그럴듯하다.

그 이름 앞에 어떤 수식어를 붙여 기억하는지는 사람마다 다를 터이지만, 이름이 아닌 앞에 붙은 수식어야말로 역사가 기억하는 진정한 이름일 터이다.

어떤 고통, 어떤 환희 속에서도 세월은 모두에게 똑같이 흐르고 역사는 지난 시간을 기억하고 평가한다.

그러고 보면 산다는 건 부모님이 주신 이름 앞에 죽은 뒤에 붙을 수식어 하나 얻기 위한 여정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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