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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rchitect Y Oct 21. 2016

육지것의 제주인문이야기 III 제주의 비경 단산

예순다섯. 추사체가 완성된 곳_남성적인 매력의 簞山단산

4,000의 태고의 신비를 감춘 오름의 맏형인 단산.


몇 해전 우도 쇠머리오름에 이어 두번째로 대정지역에서 갈대 화석이 발견되었다.

갈대화석들은 사계리 단산 북쪽 평탄지대에 집중 분포되어 있다.

문화재연구소는 갈대화석을 비롯, 인근 송악산 일대에서 새발자국을 비롯한 다양한 화석들이 발견된 점으로 미뤄 단산 주변 지형은 송악산 분출 이후 해안선에 위치했던 해안 염습지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제주 토박이들은 단산을 ‘바굼지오름’이라 부른다.

이 독특한 이름의 어원에 대해서는 견해가 엇갈린다.

멀리서 단산을 바라보면 양쪽으로 바위 봉우리가 불쑥 솟아 있고 두 봉우리를 둥근형태의 안부가 잇고 있는데 이게 날개를 활짝 편 박쥐의 모습과 빼닮았다고 해서 ‘바구미’라 불리다가 이후 ‘바굼지’로 변했다는 설이 있다.

오래전 제주 들녘이 물에 잠겼을 때 단산만 ‘바굼지’만큼 물 위로 보였다는 전설에서 바구니를 일컫는 제주 토착어인 ‘바굼지’에 비롯됐다는 견해도 있다.

현재 이름인 단산은 1900년대 이후 부르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증동국여지승람(1530)에 把古山파고산, 탐라순력도(1703)에 破軍山파군산, 제주삼읍전도(1872)에 簞山단산으로 기재되어 있다.

남 근 석
용 알 터
용알바위

제주향토문화대전등은 군산이 고려 목종 10년(1007년)에 화산 폭발로 형성된 오름이라고 적고 있다.

높이는 335m. 오름 가운데 제법 큰 규모다.

용눈이오름(248m) 등 제주 동쪽의 이름난 오름들보다 근 100m 가까이 높다.

동서로 길게 누워 남사면의 ‘난드르’(마을에서 떨어진 들녘)를 병풍처럼 에워싸고 있다.

난드르는 대평리를 일컫는 표현이기도 하다.

마을에 용왕과 관련한 전설이 전해져 ‘용왕난드르’ 마을이라고도 부른다.

동해 용왕이 이 마을에서 학식이 뛰어난 선생에게 아들을 보냈는데 3년간 글공부를 마친 용왕의 아들이 스승의 은혜에 보답하기 위해 군산을 만들어 줬다는 것이다.

단산은 서귀포시 안덕면 사계리에 위치해 있는 높이 158m의 오름이다.

오름 밑에서 정상을 거쳐 다시 내려오는 길이는 약 1㎞ 남짓 불과해 오르기 전부터 얕보기 일쑤다.

완만한 코스는 잠시, 급경사가 계속된다.

중간중간 데크가 아닌 바윗돌이 등반로 흙속에 박혀있는 채로 등반객을 맞는다.

정상으로 연결되는 길은 평소보다 엄청난 집중을 필요로 한다.

숨을 고른뒤 시선을 돌리면 경이로운 경관이 펼쳐진다.

단산 정상은 360도 회전 전망대다.


한 바퀴 휘 돌 때마다 제주 서남부 일대 풍경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져 감탄이 절로 난다.

가까이로는 산방산이, 멀리로는 한라산이 눈앞에 입체적으로 펼쳐진다.

시선을 잠깐 돌리면 수평선과 맞닿은 제주의 청정 바다가 눈을 사로잡는다.

바다 한복판에 편안하게 자리잡고 있는 형제섬은 특히나 볼거리다.

제주의 끄트머리인 가파도와 마라도도 보인다.

산방산
단산에서 바라본 모슬봉
좌측 형제섬, 사계리와 송악산
멀리 한라산과  산방산

군용 막사를 닮았다는 군산은 군뫼, 굴메오름 등으로 불리기도 한다.

제주의 여느 오름들이 개활지에 불쑥 솟아 도드라진 형세를 하고 있는 것과 달리 군산은 쉬 눈에 띄지 않는다.

오히려 곁에 있어도 사람들이 이를 신경 써서 보려 하지 않는다는 게 더 정확한 표현이겠다.

능선이 완만한 데다 오름 전체가 숲으로 둘러싸여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제주 서남부의 아이콘이나 다름없는 산방산이 앞에 떡하니 버티고 섰으니 어찌 보면 그 유명세에 가려지는 게 당연한 노릇이다.


군산 정상부엔 소의 뿔처럼 암봉이 두 개 솟았다.

이른바 雙仙望月型쌍선망월형의 명당.

이 지역에 분묘를 세우는 행위가 엄격히 통제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곳에 묘를 쓸 경우 가뭄 또는 장마가 지속돼 농사에 큰 피해를 준다는 것이다.

명상가들 또한 비슷한 이유로 군산을 찾는다.

이들은 백두산 천지보다 열 배 강한 에너지가 나온다고 할 정도로 이 일대에 강력한 기운이 감돈다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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