餘白여백에 대한 소고
다스한 입춘이었던 날씨는 설을 기준으로 반짝 추위가 지나간다고 한다.
아직은 동장군의 세가 느껴지지 않는 새벽 시간을 연다.
사람을 대할때 단점을 여백처럼 생각하라는 이야기를 항상 하고 있다.
동양화에서 여백은 無가 아니라 空이라 한다.(특정 종교의 그것이 아니다)
물감이 모자라거나 종이가 남아서 비워 둔 곳이 아니다.
여백은 그려진 부분과 새로운 어울림이 된다.
여백이 없는 동양화는 아예 생각조차 할 수 없다.
알 수 없는 부분에 침묵을 남김으로써 幽玄유현의 구름 속에 휩싸이게 한다.
단점을 모자람으로 본다면 모자라서 미처 채우지 못한 부분이니 그 사람의 여백이 되는 것이다.
연암이 남긴 글이다.
그 사람의 단점이라 하지 않고 여백이라 하니 은은한 여운이 울린다.
창랑의 물이 맑으면 내 갓 끈을 씻고, 창랑의 물이 흐리면 내 발을 씻으리라라는 어부의 말을 이해하지 못한 굴원의 모자람은 멱라수에 몸을 던진다.
연암은 바다처럼 넓은 여백이 모두 굴원의 단점이라 이야기함으로써 새로운 의미를 더한다.
나의 단점도 여백이 될 수 있을까.
겸손해야 할 곳에서 자랑을 하다 종국을 그르친다.
한다 한다 말하곤 하지 않은 일들이 너무 많다.
안 한다 안 한다 하면서 끊어내지 못한 습관은 헤아리지 못한다.
모자라지만 그려 나가던 그림에 여백을 남겼어야 한다.
욕심을 내어 한 번 더 손을 대다가 여백뿐만이 아니라 전체를 망가뜨리고 만다.
千古寫照之文 莫如司馬遷 천고사조지문 막여 사마천
每於人疵處闕略處 必極力摹寫 매여인자처궐략처 필극역모사
要知疵處闕略處 요지자처궐략처
人之餘也 餘者 神所寄也. 인지여야 여자 신소기야
- 燕巖集 煙湘閣選本 연암집 연산각선본
오랜글들을 비교하여 보아도 얼굴을 그려낸 글로는 사마천 같은 사람이 없다.
그는 매번 사람의 흠 있는 부분이나 결여된 부분에 대해 반드시 있는 힘을 다해 그려 내었다.
다시말하자면 흠 있는 부분이나 결여된 부분은 그 사람의 여백이지만,
그 여백이야말로 그 사람의 정신이 깃들어 있는 곳임을 알아야 한다.
설을 앞둔 여백의날 coffee brea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