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보는 어렵고 퇴보는 쉽다.
9월의 새벽 공기가 좋다.
평소보다 일찍 눈이 떠지는 통에 창을 크게 열고 커피향을 날려본다.
설교를 듣다 나와버렸다.
초청강사의 설교는 진부하고 편향적이고 지극히 개인적이다.
나이때문이라기에는 당위성이 떨어진다.
여전히 80년대식 설교가 초청강연에서 볼 수 있다는것이 한없 개탄스럽다.
어느 순간은 변화와 개혁을 주장했던 세대는 노화되며 보수에 가까워진다.
개혁의 아이콘 이었던 386세대는 스스로 꼰대가 되어버렸다.
그 꼰대들의 지시를 거름망 하나없이 받아들이는 청년들은 과연 20년 뒤에 어떤 모습으로 서 있을까.
강물 위에 떠 있는 배는 아무런 힘을 들이지 않아도 저절로 흘러 내려가기 때문에, 아무 일 하지 않고도 변해 가는 주위의 풍경을 한가로이 감상하기에 좋다.
배움이 강물 위에 떠 있는 배와 같다면 어떨까?
끊임없이 더욱 힘껏 노를 저어야 조금이나마 위로 거슬러 올라갈 수 있다.
적당히 타협함으로는 발전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고, 도리어 퇴보하고 말 것이다.
조선 후기의 학자 윤증이 자신의 스승이자 장인인 權侍권시의 시에 화답해 지은 시를 떠올린다.
학문이란 듣자니 물을 거스르는 배와 같아
진보는 어렵고 퇴보는 쉬워 시름겹게 하네.
爲學聞如逆水舟 위학문여역수주
登難退易使人憂 등난퇴이사인우
- 和聘君韻화빙군운, 明齋遺稿명재유고, 尹拯 윤증
모든 것은 항상 빠르게 변화하면서 흘러가고 있다.
주위의 변화를 둘러보지 못한 채 지금의 모습에 안주한다면 결국 현재의 자리조차 유지하지 못하고 저 멀리 아래로 떠내려가고 말 것이다.
윤증고택
https://brunch.co.kr/@architect-shlee/18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