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르름을 담은 주택 청함재 #1

건축가의 설계 초기 단계 스터디 과정

by Architetto Park

건축설계는 어떻게 진행되고 건축가는 어떤 생각과 고민을 통해 진행하는지 오랜만에 예전 사진첩을 뒤적이다 발견한 청함재의 건축 스터디 과정과 함께 소개하려고 합니다.


이탈리아 건축가인 저는 그곳에서 공부하고 지낸 시간으로 인해 많은 영향을 받았습니다. 그 영향으로 설계를 시작할 때 도시를 먼저 바라보고 분석하기 시작합니다. 많은 사람들은 생각하게 될 것입니다.


"집 하나 짓는데 도시를 본다고?"


우리가 살면서 실제 생활하고 있는 도시에는 수많은 건축물들이 모여 하나의 도시를 만들고 있습니다. 이러한 건축물들은 어느 한 시기에 한꺼번에 만들어진 건물들이 아니고 전부 각자 다른 시대로부터 긴 세월 동안 쌓여온 결과물들입니다. 유럽의 성당만 예를 간단하게 들어도 보통 ㅇㅇ시대 성당이라고 말하지만, 실제로 성당들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건설되는데 오랜 시간이 걸리다 보니 다양한 시대의 양식들이 쌓여 만들어진 것들이 대부분입니다. 이탈리아 건축가 '알도로시'는 이러한 결과물들을 도시적 형성물(Fatto Urbano)이라고 정의했습니다. 이렇게 수많은 도시적 형성물들로 이루어진 복잡한 도시에 프로젝트를 진행하기 위해서는 내 건물이 도시의 주인공이 돼야 할지 아니면 감초 같은 훌륭한 조연이 돼야 할지 판단해야 합니다. 이러한 판단과 분석을 통해 건설된 도시적 형성물은 그 장소에 건물이 위치해야만 하는 이유를 잘 설명할 수 있게됩니다.


간단한 예를 들어 설명한다면, 드라마에는 수많은 배우들이 출연하게 됩니다. 이러한 드라마 속에서는 주인공만 존재하는 드라마는 찾아볼 수 없습니다. 각자의 역할을 충분히 수행하면서 서로가 잘 어우러질 때 매우 완성도 있는 드라마가 나오듯이 도시도 똑같이 생각할 수 있습니다.


주어진 장소에 내 건물이 어떤 역할을 해야 할지 수많은 스터디의 결과물들이 나올 수밖에 없는데, 이러한 고민 중에는 건축의 기본 요소들(벽, 기둥, 지붕)의 관계가 매우 중요합니다. 모든 요소들은 각자의 맡은 역할을 잘 수행하면서 전체적인 아름다움의 조화까지 생각해야 합니다.


"벽은 벽답게, 기둥은 기둥답게, 지붕은 지붕답게"


건축을 이야기할 때 경제적인 논리나 사회적 문제가 아닌 순수하게 건축으로만 설명할 수 있는 기본을 지키는 건축을 하고자 합니다. 이렇게 도시를 바라보는 기본을 지키려는 건축가의 시선으로 하나의 집을 고민하기 위해 다음과 같은 수많은 스케치들이 탄생하게 됩니다.


청함재 스케치 1
청함재 스케치 2
청함재 스케치 3
최종 스터디 모형

모형에서 보면 처음 계획에는 벽과 대조적으로 중정에 면한 모든 부분을 기둥으로 계획하여 벽과 기둥이라는 건축요소의 극명한 대비를 더욱 강하게 보여주려고 하였습니다. 더 나아가 최종 계획에서는 결국 기둥까지 없애는 더욱 적극적인 중정과 실의 관계를 가지기로 했습니다.


청함재의 가장 큰 고민은 도시 안에 있는 단독주택이라는 주제였습니다. 우리가 요즘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저녁에 도로에서 남의 집 안방과 거실이 훤히 보이게되는 일반적인 단독주택이 되면 안 되겠다 생각했습니다. 유럽은 도시의 대부분의 거주 환경이 도로와 면하고 있습니다. 저도 밀라노에서 생활할 때 1층에서 지낸 적이 있는데 밤에 잠을 잘 때면 거리에서 지나가는 사람들의 대화 소리부터 강아지의 숨소리까지 너무나 잘 들렸습니다. 처음 접하는 저로서는 이러한 환경이 너무나 불편했지만 그들에게는 그것이 고대 로마시대부터 내려오던 문화이고 삶이었습니다. 바로 이러한 도시구조 때문에 유럽 도시에서는 중정이 발달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우리는 흔히 중정이 사각형의 모양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인접한 도로와 주변 장소에 따라서 중정의 형태와 성격은 완전히 달라질 수 있었습니다.

최종 계획 3D 이미지

이러한 건축가의 도시에 대한 생각으로부터 시작하여 결과적으로 주어진 프로젝트의 주제를 잡는 과정이었습니다. 이러한 고민들을 토대로 만들어진 개념은 어떻게 발전되어 나가고 실제 건물로 지어질 때 어떻게 드러나는지 앞으로 또 소개하도록 하겠습니다.


<La città è come una grande casa , e la casa a sua volta una piccola città> - Leon Battista Alberti

<도시는 하나의 큰 집이고, 집은 하나의 작은 도시이다> - 레온 바티스타 알베르티


도시를 디자인합니다.

도시는 수많은 건물들로 만들어지고, 한 건물이 도시의 주연 또는 조연이 될 수 있습니다.


오직 건물만을 디자인하지 않습니다.

건물이 지어질 장소와 도시의 관계를 함께 이해하면서 그에 적합한 내 외부 공간을 함께 디자인합니다.


건축물이 위치한 장소를 디자인합니다.

적합한 형태는 어떠한 설명이 없더라도 그 형태 자체만으로 장소를 설명할 수 있어야 합니다.


삶의 공간을 디자인합니다.

좋은 삶의 공간은 좋은 내 외부 공간의 관계에서 나옵니다.


아름다운 형태를 디자인합니다.

진정한 아름다움은 일반적이고 보편적인 자연스러움에서 느낄 수 있습니다.


장식(decoration)과 치장(ornament)을 구분하여 사용합니다.

필요한 장식은 고려하고 불필요한 치장은 지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