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깝지만 생소한 동네로
돌이켜보면 나는 부모님의 믿음과 사랑 안에서 제법 자유분방하고 독립적으로 자랐던 것 같다.
시골에서 성장한 친구들은 대부분 강하게 자라는 편이다.
아무튼 혼자 뭘 하는 것에는 별로 두려움이 없다.
혼밥, 혼영화, 혼여행 등등.
혼자 있는 시간을 오히려 즐기며 더 잘 보내려고 노력한다.
그런 시간에 충전을 하는 나는야 대문자 I 인간.
휴직으로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아졌는데 겨울이 되자 너무 게을러져 갔다.
특단의 조치로 ‘굳이데이’를 만들어서 ‘여행자’가 되어 보기로 했다.
익숙한 나의 동네를 떠나 가깝지만 생소한 지역을 여행하듯이 다니는 것이다.
마치 지구 반대편에서 온 것처럼.
시작은 소소하게 우리 동네에서 차로 50분 정도 떨어진 양산 물금역 근처로 드라이브를 갔다.
여행도 식후경이니 기찻길 아래쪽에 위치한 아늑한 식당에서 비빔밥을 한 그릇 시켰다.
음식을 기다리는 동안 주변을 살피니 벽에 방문객들의 낙서가 눈에 띄었다.
추억을 남기며 함께 웃음 지었을 사람들의 모습이 그려진다.
슬그머니 볼펜을 꺼내서 나의 흔적도 남겨본다.
다음에 와서 다시 보면 반갑겠지? 하며.
음식이 나왔다! 등장부터 꼬순내 솔솔, 고추장으로 슥슥 비벼서 한입 먹고 동치미 국물로 입가심을 했다.
역시 비빔밥은 배신하는 법이 없지!
든든히 배를 채우고 서리단길로 향했다.
조용한 거리 드문드문 식당들 사이 가보고 싶었던 독립서점에 들렀다.
우드톤 감성 인테리어의 따뜻한 분위기가 좋았고, 사락사락 책장을 넘기다 보니 과거로 돌아가는 느낌이 들었다.
아기자기하고 아늑한 동네 서점이 참 좋다.
나도 언젠가 이런 공간을 가질 수 있을까?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마음에 드는 엽서를 한 장 구입하고 거리를 산책했다.
차로 조금 이동하여 낙동강이 보이는 카페에 자리를 잡았다.
해가 잘 들어 따뜻했고 햇빛이 비치는 낙동강은 추위를 잊게 했다.
고소한 라떼와 책 한 권이면 어느새 시간은 채워지고, 나를 현실로 재촉한다.
꼭 외국이나 국내 명소가 아니더라도 우리 주위에는 둘러볼 곳이 많다.
오히려 익숙함 속에서 새로움을 발견하는 재미가 있다.
즐거운 긴장감을 가지는 해외여행도 좋지만,
혼자 생소한 옆동네를 둘러보면 마음이 차분해지고 소소한 행복을 느낄 수가 있다.
가끔은 일상 속에서도 '나는 여행자다' 라고 생각하면 매일 지나치던 거리도 특별하게 다가올 때가 있다.
우리가 간직해야 할 것은 '여행자의 마음'으로 동네가 가지고 있는 고유의 분위기를 느끼듯,
일상 속에서도 새로움을 자주 느낄 수 있는 순수한 마음이 아닐까?
나와 떠나는 여행은 언제나 옳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