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리랑 안 맞아

초간편 건강 조리식으로 맞서다

by 쉼 아카이브

난 음식을 만드는 데에는 소질이 없다.

아무리 황금 레시피 그대로 따라 해도 깊은 맛이 나질 않기 때문이다.

너무 짜거나 양념 맛이 많이 날까 지레 겁먹고 간 자체를 소심하게 하는 건지, 원래 간을 잘 못 맞추는 건지 아무튼 내가 한 음식은 영 맛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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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히 남편은 요리를 곧잘 하는 편이라, 주방에서 내 역할은 재료 준비, 보조 및 중간 정리, 설거지 등등이다.

그런데 휴직을 하고 나니 집에서 혼자 점심을 해결해야 할 상황이 많이 생겼다.


혼자 먹을 음식을 제때 준비하는 것은 생각보다 정신적인 노력이 많이 들어갔다.

건너 띄고 싶기도 하고, 라면이나 빵으로 대충 때우고 싶은 욕구가 지배적이다.

그냥 한마디로 너무 귀찮았다.


하지만 매일 대충대충 먹었다가는 건강에도 좋지 않을 것이고, 무엇보다 스스로에게 느끼는 감정도 부정적인 쪽으로 흘러갈 것 같았다.

게으른 자신에 대한 자책과 내가 나를 대충 다루는 듯한 느낌.


귀찮음을 이겨낼 수 있도록 최대한 간단하지만 맛과 영양을 잡은 음식을 찾아 조리해 보기로 했다.

엄마처럼 깊은 맛을 만들어낼 수는 없지만, 재료의 본연의 맛에서 깊이를 찾아내기로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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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그인헬 - 전자렌지 용기에 양배추를 깔고 토마토, 양파, 버섯을 기호만큼 넣고, 날계란 터트리고, 토마토소스, 물 약간, 치즈를 듬뿍 넣는다.

그리고 전자렌지에 4분 돌려주면 완성!

빵 위에 올려 먹으면 맛도 있고, 오후 내내 든든하게 보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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샐러드 - 양상추, 토마토, 블루베리, 볶은 버섯 혹은 닭가슴살, 삶은 계란 위에 발사믹 드레싱을 두르면 끝!

버섯을 특히 좋아해서 종류 상관없이 올리브유에 볶다가 소금, 후추만 뿌려 주어도 버섯 자체에서 나오는 즙이 샐러드의 풍미를 살려준다.

밖에서 사 먹는 샐러드보다 재료는 투박해도 양이나 맛에서 가성비 있게 한 끼 식사를 해결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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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팬 반찬 - 올리브오일을 두르고 한쪽엔 두부, 반대쪽엔 애호박, 아래쪽엔 버섯을 넣고 소금, 후추를 뿌려 각각 볶는다. 버섯에는 마지막에 참기름을 둘러주면 더 맛있다.

1인분이기 때문에 프라이팬 한판으로 가능해서 간편하고, 그냥 기름에 볶기만 했는데도 정말 맛있다! 각자 재료의 맛이 잘 느껴지고 소화도 잘된다.


일부러 플레이팅에도 신경 써서 나를 위한 작은 한 상을 차려본다.

고작 밥 한 끼 차리는 일이라 할지라도, 이것은 인생의 일부이자 전부이다.

나로부터 시작해서 소중한 당신에게, 나를 둘러싼 모든 사람들에게 따뜻한 마음이 쓰일 수 있도록, 나를 다듬는 과정이다.

이렇게 하루하루가 쌓이고 모여 내가 되고 미래가 됨을 기억한다면 허투루 쓰이는 시간을 줄일 수 있지 않을까?

하루를 정성스럽게 살아내려고 하다 보면 매일 지나치는 거리, 사람들, 세상이 조금 더 뜨겁게 느껴진다.

그대와 내가 행한 오늘의 모든 수고스러움은 절대 헛된 일이 아니다.


하지만 어쨌든 남이 차려주는 게 제일 맛있는 법.

누가 만들었든 모든 음식에는 엄청난 정성과 세상이 들어있음을 잊지 말고 반찬 하나하나 감사히 소중히 맛있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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