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쉬기'를 바라요

by 쉼 아카이브

일을 쉰 지 벌써 6개월이 다되어 간다.

뒤로 안 넘어가던 목이 이제 제법 부드럽게 젖혀진다.

도수치료, 물리치료, 스테로이드 주사 모두 의미 없다.

그냥 쉬는 게 최고의 처방약이었다.


밥도 천천히 먹게 되었고 걸음과 행동들도 많이 여유로워졌다.

얽매이는 시간과 공간이 없으니 조급함이 사라지고 예전보다 주위를 좀 더 넓게 둘러보게 되었다.

타이트한 시간과 한정적인 공간 안에서 편협해져 가던 생각과 마음도 조금은 확장된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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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모두 주어진 삶을 참 열심히 산다.

내가 지금 생각한 대로 사는지, 사는 대로 생각하는지를 판단하는 것조차 피곤할 지경이었다.


조직에 들어가면 내 의지대로 움직일 수 있는 시간이 제한적이다.

설사 본인이 원해서 들어간 회사일지라도 어느 순간 내 시간이 나의 것으로 느껴지지 않을 때가 있다.


내 마음대로 설계할 수 있는 시간은 꼭두새벽, 밤, 주말, 휴가뿐인데, 난 아침잠이 많아 미라클모닝은 포기했다.

그렇다보니 퇴근 후 시간, 주말, 휴가에는 더욱 알차게 쉬어야 한다는 생각에 충만한 휴식을 가지기가 힘들었다.


마음먹고 늦잠이나 낮잠을 자고 나면 하루가 허무하게 지나간 것 같아 마음이 더 불편했다.

뭐든 해야 할 것 같은 압박감은 나를 항상 괴롭혔다.


생산적인 활동으로 휴식시간을 채우려고 하는 강박을 없앨 수 있을까?

그렇다고 누워서 잠만 잘 수는 없는 노릇이고, 무엇을 해야 정말 잘 쉬는 걸까?


이것을 고민하다가 이렇게 브런치 연재까지 하게 되었는데 휴직 후 반년이 지나고 있는 지금,

나는 진정으로 잘 쉬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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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히 어느 정도 답을 찾은 것 같다.

생각해 보면 똑같은 공원 산책길인데도, 일 다닐 때 하던 산책과 휴직 이후에 걷는 산책은 기분 자체가 다르다.

물리적으로 변한 건 하나도 없고, 차이점이라고는 산책에 대한 나의 마음가짐이다.


이전에는 우울한 기분을 전환하기 위해 산책을 나갔다.

하지만 걸으면서도 산책에 집중하지 못하고 내일 있을 회사 업무와 언제까지 이렇게 살아야 하는 한탄과 나는 왜 우울한가 등 잡다한 부정적인 생각들이 지배적이었고, 그 감정은 산책으로도 해소되기 어려웠다.


반면 지금은 가벼운 마음으로 산책을 나서서 온전히 그날의 날씨와 내 몸의 움직임을 느끼며 밝은 에너지를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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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은 뻔하고 뻔하지만, 단지 온전히 현재에 집중하고 즐기는 것에 있다.

진정으로 쉬고 싶다면 자기 계발을 하든, 운동을 하든, 생산성을 위해 의무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그 순간에 집중하고 몸과 마음이 충만히 즐길 수 있어야 한다.


일을 쉬게 되면서 걱정과 부담이 사라지자 마음이 평온함을 찾았다.

나중에 복직을 하면 또다시 일상은 힘들어지겠지만, 이제는 그 감정에 파묻히지 않고 현재에 집중할 수 있는 힘이 생겼다.

나를 잘 충전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았기 때문이다.


각자 쉬는 방식은 다 다르다.

잘 쉬기 위해서는 내 마음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 사소한 것부터 아주 솔직하게 나와 대화를 자주 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에 따르는 과정과 결과에 대해 만족하고 즐기면 그만이다.

이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스스로가 여유롭게 그 순간을 즐길 수 있다면 잘 쉬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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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첫 브런치 주제 ‘잘 쉬는 것에 관하여’를 쓰면서 진정한 쉼에 대해 깊게 고민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나는 달리기, 요가, 피아노, 자전거, 글쓰기, 목욕탕, 여행, 잘 해 먹기, 식물 키우기를 하면서 충만한 감정을 느꼈다.

이 글을 읽는 여러분들도 본인이 집중하고 즐길 수 있는 활동을 찾아 꼭 느껴보셨으면 좋겠다.


그리하여 잘 쉬고 잘 자는, 몸과 마음이 평온하고 건강한 삶을 살아갈 수 있길 바라본다.


소중한 당신에게 꾸준한 응원을 보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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