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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채록 Jul 16. 2023

모두에게 선물이 될 타이틀

심규선 2022 콘서트 <밤의 정원: ENCORE> 블루레이 리뷰

콘서트 실황을 담은 DVD 혹은 블루레이는 아이유, 트와이스, 방탄소년단처럼 유명 가수나 소비력을 가지고 있는 팬층을 가진 아이돌에게나 가능한 일인 줄 알았는데 독립레이블의 뮤지션, 심규선이 지난해 블루스퀘어에서 진행된 <밤의 정원: ENCORE> 콘서트의 실황을 블루레이로 제작하여 선보였다.


가수 심규선을 과거 박카스 광고에 삽입된 곡 ‘고양이 왈츠’를 통해 처음 알게 되었는데, 시적인 가사와 담담한 듯 애절한 목소리에 이끌려 그녀가 발표한 곡들을 지금까지 듣고 있다. 가끔은 무대에서의 모습을 보고 싶어졌다. 그럴 땐 유튜브에 업로드된 방송 출연 영상이나 공연이나 행사 등에 출연한 모습을 담은 직캠 영상 등을 보곤 했는데, 음원으로 들었을 때의 감흥이 느껴지지 않았고, 뭔가 아쉬운 느낌이 들어 공연 일정을 알아보기도 했다. 하지만 콘서트를 보려고 하면 일정이 맞지 않을 때도 있었고 피켓팅의 실패로 그 시도가 좌절되기도 했다. 그녀의 무대 모습을 보는 것은 생각처럼 쉽지 않았다. 그렇게 음원으로만 그녀의 곡을 듣던 어느 날, 콘서트 실황을 담은 블루레이가 출시된다는 내용을 접했고 주저하지 않고 구매했다.

패키지에는 25곡이 담긴 두 개의 디스크와 포토북과 가사집이, 디스크에는 7.1 채널로 마스터링된 사운드와 2.0 채널 사운드, 공연에 참여한 스태프들과 함께 한 코멘터리, 다국어 자막으로 구성되어 있다.


25곡의 셋리스트에는 예명 루시아(Lucia)로 활동할 당시의 곡인 ‘선인장’ ‘부디’ ‘달과 6펜스’부터 최근에 발매된 앨범 <소로 小路>에 담긴 ‘시내’ ‘수피 樹皮’ 까지 그녀의 초기 곡부터 현재까지 다양하게 담겨 있었다. 특히,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곡인 ‘화조도 花鳥圖’ ‘생존약속 生存約束’ ‘느와르’ 등이 함께 담겨 있어 만족스러웠다.


7.1채널을 구현할 수 있는 환경이 아니라 2.0채널로 보았는데, 공연은 심규선이라는 작가가 대본을 쓰고, 연기한 한 편의 모노드라마를 본 것 같았다. 그리고 유튜브에 있는 영상으로 채워지지 않던 무언가를 이번에 출시한 블루레이를 통해 얻을 수 있었다. 그 이유가 무엇일까 생각해보았는데, 이번 공연 실황은 아티스트가 하나의 흐름을 갖고, 자신의 의도에 따라 공연을 구성하였다면, 유튜브에 올라온 직캠이나 방송 영상을 볼 땐 맥락이 단절된 어느 이야기를 보고 있는 것 같았기 때문이라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그런 의미에서 자신을 과거 어느 인터뷰에서 ‘작가’로 소개하던 그 이유를 짐작할 수 있었다.

공연에서 공연자만큼이나 눈에 띄는 것이 바로 무대연출이었다. 콘서트의 제목인 ‘밤의 정원’을 시각적으로 잘 드러냈다는 생각이 들었다. 꽃과 무성한 수풀을 표현하는 조형물과 함께 무대 위 연주자들 또한 정원에 서식하는 구성원으로 느껴질 만큼 디테일한 요소에도 많은 공을 기울였다는 것에 느껴졌다. 또, ‘밤의 정원’이라는 모노드라마에 등장하는 제2의 배우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감정선에 따라 변화하는 조명은 감성을 더하기에 충분했다.


개인적으로 이 블루레이의 핵심은 코멘터리라고 생각한다. 그동안 국내에 출시된 드라마와 영화 블루레이를 수십여 편 샀지만, 코멘터리를 귀 기울여 들은 적은 거의 없었다. 몇몇 작품을 빼곤, 감독과 배우가 작품을 보며 잡담을 나누는 것 같은 느낌을 받을 때가 많았기 때문이다. 그럴 수 밖에 없는 이유와 한계가 있음을 알고 있음에도 작품 감상에 플러스가 되지 못하는 코멘터리에 실망 한지 오래라 크게 기대를 하지 않았는데, 코멘터리 없이 공연만 감상했을 때, 코멘터리를 켜놓고 감상했을 때 또 달랐다. 무대 위에 올랐을 때 당시 감정 상태, 곡에 대한 히스토리와 나름의 해설 등 공연장에선 느낄 수 없고, 들을 수 없는 이야기 등을 들으며 공연을 감상하니 좀 더 집중해서 볼 수 있었다. 단순히 공연 실황을 기록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블루레이라는 매체를 통해 공연장에서 줄 수 없는 다른 무언가를 제공하겠다는 의도가 엿보이는 코멘터리였다.

하나 아쉬운 것이 있다면, 곡과 곡 사이가 편집으로 넘어가는데 이전 곡과 다음 곡 사이의 적막 속에서 느껴지는 공연자와 연주자가 나누는 무언의 대화라고 할까 그런 것들은 느낄 수 없었던 것 같다. 공간이 만들어내는 분위기, 그 정서를 카메라로 담아내는 것이 어려울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못내 아쉽다.


팬데믹으로 인해 온라인 공연이 활성화될 때 이런 기사를 본 적이 있다. 코로나19 이후 공연 관람에 대한 설문을 다룬 내용이었는데, 온라인 공연을 본 후, 오프라인 공연에 관심이 생겼다는 응답 비율이 높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이번 <밤의 정원: ENCORE> 블루레이는 대체재가 아닌 보완재로 심규선이라는 가수를 알고 곡을 익히 들었지만, 공연장에 갈 수 없던 이들에겐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고 콘서트를 관람했던 이들에겐 그날의 감동을 다시금 꺼내 볼 수 있는 모두에게 선물 같은 타이틀로 남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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