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sojeong Jul 30. 2023

조금 큰 불안을 안고 사는 법

나의 수행 불안과 주목공포증


나는 언제나 강한 사람이 되고 싶었다. 타고난 기질이 약하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알고 있었기 때문일까.



아주 어릴 때까지는 티없이 해맑기도 했던 것 같은데, 열 몇 살이 되면서 어렴풋이 깨달았던 것 같다. 나는 사람들의 시선에 크게 흔들렸다. 나를 바라보는 시선이 많아지면 마음 뿐만 아니라 몸까지 세차게 흔들렸고, 그러면 점점 더해지는 시선과 수군거림들이 극도로 무서웠다. 이상한 사람이 된 것 같았다. 이제야 알게 된 용어로 말하자면 주목공포증, 수행 불안이었다. 그 단어를 모르던 어린 나는 나를 이상한 애라고 생각하는 일에 동참하고 앞장섰다. 그런 작은 기억들이 마음 안에 찌꺼기처럼 쌓여서 난 그렇게 그대로 흔들리는 어른으로 자랐다.


그게 내 인생을 망치지는 않았지만, 지금도 가끔씩 나를 주저앉히기는 한다. 많이 익숙해지고 고쳐봐도, 가끔은 상황을 잘못 만나면 어김없이 나약하게 흔들리는 나를 들킨다. 나에 대한 모든 시선이 공격으로 느껴진다. 스스로를 믿어줘야 하는 상황에서도 흔들리고 마는 나를 보며 나에 대한 믿음이 줄어든다. 대체로 단단하고 당당한 사람들을 보면 내가 한없이 부끄러워지기도 한다. 그 단단함을 열망하고 동경하고 부러워할 수록, 내가 가진 모습이 무엇인지 더 처절하게 알게 되었다. 사람이 자꾸 쪼그라든다.


요즘 낯선 환경에 적응하느라 한껏 또 쪼그라들어 있다 보니, 다시 마음이 쿵 내려앉는 것 같다. 내게 주어진 것들 앞에서 몇 번씩이나 세차게 흔들리는 나를 보면서 최근 또 한 번 내 스스로에게 실망하고 말았다. 나약하게 흔들리는 나를 들킬까봐 미치도록 불안하고 긴장되는 날들. 아무도 내게 험하게 대하지 않고 어려울 일도 없어서, 이러는 내가 더 답답하다. 먼지가 되어 사라지고 싶다는 생각도 했지만, 이제 누가 봐도 너무 어른이 되어버렸는데 도망치고 싶어하는 건 아무래도 너무 유치한 것 같아 밖으로 뱉지는 못했다.


물론 나의 불안이 항상 티가 나는 것은 아니다. 특별히 불안을 느끼지 않는 상황에서의 나는 밝고 사회적이다. 불안하고 잘 흔들리지만 나도 충분히 단단할 때가 있으며, 다른 장점도 많아서 나도 나를 좋아하는 시간도 많다. 하지만 그래서 이렇게 다시 흔들릴 때는 지금껏 괜찮은 내가 다 거짓말인 것처럼, 다 잠깐의 착각이었던 것처럼 느껴진다. 영원히 나아지지 않을 나의 결함.



결함은 여전하지만 그래도 내겐 변한 것이 있다. 이런 나를 알고, 어쩔 수 없이 계속 데리고 살아야 한다는 것도 안다는 것. 완전히 해방되지는 못해도 적응할 수 있는 방법들이 있음을 안다는 것. 아까 말했던 것처럼 내게는 다른 좋은 점이 많이 있다는 것을 잊지 않는다는 것.


나약해질 때는 센 척을 하는 것보다 내 나약함을 인정하고 달래는 게 더 위안이 된다는 것도 깨달았다. 센 척을 할 수록 없어보인다는 것도. 아무도 너에게 뭔가를 기대하지 않아, 못해도 돼, 긴장해도 돼, 멋지지 않아도 돼, 다른 사람인 척 하지 않아도 돼. 당분간 나에게 자주 해줘야할 말이다. 이 글을 쓴 것도 나의 결함에 대한 한탄이 아니라, 사실 이 응원의 말을 글로 적고 새기기 위해 쓰고 싶었던 것 같다.


이렇게 나를 연습해야 하는 나는 아마 평생을 살아도 내가 동경하는 그 단단함을 가질 수 없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게 여전히 나와 내 인생을 망치지는 않을 것이다. 누구나 하나쯤 있는 결함이 내게도 있는 것일 뿐이다. 그 모든 게 합쳐진 게 나다.

매거진의 이전글 긴 터널을 지나야 하는 길도 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