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은 끼니도 미루고 침대에 누워있었다. 내가 마음이 상해서가 아니라 귀찮아서라고 믿으면서. 무심하게 스마트폰을 보며 스스로에게까지 여유로운 척을 해봤지만, 사실은 좀 전의 그 일이 아직까지도 내 옆에 우뚝 서서 나를 들여다보고 있는 기분이었다.
새삼 ‘마음이 방황한다’는 말이 얼마나 딱 맞는 비유인지 느껴졌다. 좋지 않았던 일에 매달리지도, 그렇다고 툭툭 털고 새로운 마음으로 나아가지도 못한 채 그 일을 들여다봤다가, 잠깐 한눈을 팔았다가, 다시 그 일을 곁눈질했다가, 머리를 도리도리 하며 정신을 차리고, 괜찮았다가 심장이 콩콩 뛰었다가. 그날은 말 그대로 마음이 어디에도 머물지 못했다.
그건 내가 나의 감정을 인정하지 못해서였다. 만약 나의 거짓말대로 내가 그 일에 상처를 받지 않았다면, 애초에 그 일을 자꾸 들춰보며 내 옆에 잡아둘 일도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상처를 받았음에도 억지로 괜찮고 싶어 거짓말을 했던 나 때문에 내 마음은 ‘지금 그래서 뭐 어떻다는 거야?’ 하면서 자신의 갈길을 찾지 못했던 것이다.
아무래도 내가 상처를 받은 게 확실하다는 생각이 들어 자존심이 팍 상했다. 큰 한숨과 함께 침대에서 일어났다. 뭐라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둘러보다가 간단한 집안 청소를 시작했다.
내 방은 5평도 되지 않는 원룸이기 때문에 청소를 하는 데는 딱 15분이 걸렸다. 어질러진 물건을 치우고, 쌓인 먼지들을 털고, 돌돌이로 카펫을 밀고, 그 카펫과 작은 가구들은 들어 올려 아래까지 꼼꼼히 청소기를 밀었다. 가끔은 좁아터졌다며 내 비난을 듣기도 하는 집이지만, 이렇게 청소를 끝낸 직후만큼은 참 작지만 포근해 보였다.
그 15분이 뭐라고. 내가 청소를 하고 돌아보니, 방황하던 마음은 새로운 자리를 찾아 그곳에 가만히 앉아있었다. 지나갔으니 괜찮다는 마음이었다. 상처를 받긴 한 것 같다만 다시 생각해 보니 큰일도 아니고, 이미 지나갔으니 상관없잖아? 하면서. 아 거기가 너의 갈길이었구나.
몇 시간을 끙끙대던 마음이 청소를 하는 15분 만에 괜찮아진 것은 청소에 마음이 팔렸기 때문이 아닐 것이다. 아마 한껏 어질러져 내내 나를 괴롭힐 것 같은 이 감정도 흔적도 없이 정리될 수 있다는 것을 깨달기 때문이다. 나의 집을 정갈하게 만들 줄 아는 나는 나와 나의 감정도 마음만 먹으면 정리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