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최대 도시 파리.
지난 여름 다녀왔던 올림픽 전 파리가 아직도 생생하다.
바쁜 일상 속에서도 문득문득
파리의 풍경과 사람들, 그리고 최애빵인 잊지 못할 크로아상의 맛이 생각나고 그립다.
나의 네번째 파리였다.
#1. 프랑스 혁명 기념일 입국
우리는 우연히 혁명 기념일에 도착한다는 것을 여행 떠나기 전 알게되었고,
오래전부터 꼭 보고 싶었던 불꽃 축제를 볼 수 있다는 사실에 기뻐
여행 설레임이 최소 2.25배는 상승된 상태였다.
원래 계획은 숙소에 짐을 풀고 불꽃쇼를 보러가는게 우리의 계획이었다.
샤를드골에 내려서 무탈히 입국 심사도 마치고
RER을 탈 자신이 없어
공항버스를 타고 오페라에서 내렸다.
오페라에서 호텔까지는 택시로 약 20분 정도 소요됨을 확인했고
우리는 볼트 앱을 통해서 택시를 예약하고 탑승했다.
그런데 이게 불행의 시작인지 탑승 당시는 몰랐지ㅠㅠ
택시가 샹젤리제 거리를 지나쳐야 무조건 호텔로 갈 수 있는 경로였는데
샹젤리제 거리 어느 도로를 다 지나도
도로 통제로 호텔 가는 것이 불가능한 것이다.
그렇게 우리는 무려 1시간 8분을 택시 안에서 통제하지 않는 도로 찾는데 낭비했다.
이때 개선문을 4번 이상 보았다 맙소사?
기사님이 뭐라 하는건지 알아들을 수는 없지만,
모든 길이 다 막혔다?라고 하시는 것 같았다.
그래서 메트로를 타자! 하고
가까운 메트로 역에 내렸는데 메트로도 모두 셧다운 된 상태였다.
버스도 마찬가지로 운행하지 않았다.
그럼 나머지 이동수단은 도보 밖에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된 순간 정말 앞이 막막했다.
그런데 문제는 센느강을 건너야 했는데
대부분의 다리는 다 폐쇄되었고
열려있는 다리가 뭔지 폴리스들끼리도 의견이 다른 것이었다.
결국 두개의 다리로 추려졌는데
그 다리는 근처 다리라 하나를 먼저 가보기로 하고
우리는 약 20kg 가까이 되는 캐리어를 끌고 걸어갔다.
정말 아무 생각이 들지 않았다.
이런 일이 도착하자마자 우리에게 생기다니.
그러면서 빠리가 작아서 정말 다행이야 라는 말도 안되는 긍정을 끌어다 붙이고
캐리어가 하나라 다행이야 라는 억지를 부렸다.
다행히 처음에 도착한 앵발리드로 통행할 수 있었고,
다리를 건너 30여분 정도 더 걸어 호텔에 도착했다.
우리는 인간승리라고 생각했다.
다들 불꽃을 볼 생각에 기쁨과 환희에 찬 표정으로 걸어가는데
도착하자마자 우리는 암담한 표정으로 파리 시내를 거닐며 한숨을 쉬다니?
서로 얼굴을 볼 때마다 헛웃음밖에 나지 않았다 :)
호텔을 도착한 그 순간
우리의 모든 고통을 내려놓기도 전에
혁명기념일 불꽃이 터지기 30분 전이었고
부랴부랴 그걸 또 굳이 보러 나갔다.
가려고 했던 스팟까지는 당연히 못갔지만
멀리서나마 볼 수 있었던 것에 감사해하며 :)
너무 졸린 나머지 꾸벅꾸벅 졸며 불꽃을 보았다.
그리고 우리는 당시 졸면서 이런 대화를 했다.
첫날 이런 대참사가 있었으니 앞으로의 7박 8일동안은 아무일도 없을 거라고!!
(실제 정말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고 안전하게 인천으로 돌아왔다)
여행이 인생과 닮은 점 중 하나가
난관에 부딪혔을 때
나 스스로 무조건 해결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걸 해결해 나가는 과정이 힘들 수 있지만
우리는 분명히 미미한 성장이라도 했을 것이고
또 그 경험이
인생에서 다른 어떤 찰나에 내게 도움을 줄 것임을 나는 안다 :)
아직도 절대 잊혀지지 않을
나의 네번째 파리의 웃픈 첫번째 소중한 히스토리이다.
언젠가 이 에펠이를 만나러 또 방문하는 날도 오겠지 ? :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