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년의 택시기사님으로부터
11월 어느날, 출근 길에 잠깐 택시를 탔다.
"크리스마스가 한 달도 안남았네요."
기사님이 말했다. 중년의 택시기사님에게서 기대하기 어려운 말이어서 조금 당황했다.
"오 네 벌써.. 그러게요."
"참, 나이가 오십이 다 되어가는데 아직도 크리스마스가 온다고 하면 설레는게 웃긴 것 같아요. 막상 크리스마스 날이 되면 별 게 없는데, 그 전까지 그 시간이 설레는게."
그 말을 잠시 생각하다보니 금방 내릴 때가 되었다. 나는 인사를 하고 내려섰다. 보통의 택시 기사님들에게서는 듣기 힘든 낭만적인 말을 들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직업은 때로 각자의 색깔을 무디게 만든다. 모두 똑같은 택시들처럼.
회사에 들어서며 아직 오지 않은, 12월 같은 바람이 이마를 스치며 지나갔다. 나도 언제나 크리스마스를 그리워하는 채로 나이 들고 싶다는 생각도 잠깐 스쳐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