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디오 기반 SNS라는 신세계
바야흐로 2월 5일 금요일.
브런치와 인스타에 하나둘 올라와 알게 된 클럽하우스. ‘와 이 신박한 어플은 뭐지?’ 하고 앱스토어를 검색했다.
초대장이 없는 상태에서 어플을 설치해보니
“일단 가입해~ 웨이팅 하면 곧 초대가 될 거야~”
영어로 이런 식으로 메시지가 나왔던 것 같다. 그러고 있었더니 다음날 학교 후배가 초대해줘서 시작!
가입과 프로필
가입하면서 내 관심사를 고를 수 있는데 그 선택을 기반으로 방이나 팔로우할 사용자, 클럽을 추천해준다. 나중에 관심사를 추가할 수도 있다. 클럽하우스는 카카오톡처럼 연락처로 가입하며, 인스타그램처럼 비공개 계정을 만들 수 없다. 그래서 내 연락처를 가진 사람들에게 아이디를 노출하고 싶지 않은 사람들에겐 단점일 수 있다. 프로필도 모두에게 공개되며 이런 면에서는 비교적 개방적인 SNS다.
하지만 클럽하우스는 말로 대화하는, 오디오 기반의 SNS이기 때문에 프로필에서 많은 것을 알 수 없다. 인스타그램의 경우 그동안 올린 게시물을 통해 어떤 사람인지 유추할 수 있지만 클럽하우스는 프로필 사진, 자기소개와 팔로워, 팔로잉, 사용자가 가입한 클럽 정도가 나올 뿐 직접 대화를 들어보지 않는 이상 알 수 있는 정보가 적기 때문에 공개적이면서도 폐쇄적인 SNS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직 아무것도 없는 내 프로필.
여기저기 탐색하는 리스너 모드로 이용 중이다.
프로필 예시 상세 버전
내가 팔로잉하는 데일리호텔 창업자 지미님
*여기까지 정리*
1. 연락처 기반으로, 가입할 때 연락처를 연동한다.
2. 기존 유저의 초대장이 있어야 가입할 수 있다.
3. 연락처 기반이기 때문에, 내 연락처를 알고 있는 사람에게 프로필이 노출될 수 있다.
4. 프로필에서 자기소개를 등록하고, 인스타그램과 트위터를 연동할 수 있다.
대화방Room 참여하기
클럽하우스는 한 가지 토픽을 주제로 하는 방에 모더레이터, 스피커, 리스너가 참여하는 형태로 운영되는데, 주제가 정말 무궁무진하다. 재밌는 거 제일 좋아하는 한국인들 답게 “각종 연예인, 유명인 등 성대모사하는 방”도 있고, “강아지 산책시키면서 얘기하는 방”, “미국 주식 얘기하는 방”, “스타트업 창업 VC 등 QnA 하는 방”, “책 추천하고 책 읽어주는 방” 등 정말 다양한 방이 있고 각자의 필요에 따라 여러 가지 방을 오가며 실시간으로 스피커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나는 스타트업에 관심이 많아서 관련 방이 열리면 달려가서 리스너로 참여하고 있다. 모든 대화는 녹음도 기록도 안되기 때문에 스피커들이 캐주얼하고 솔직하게 얘기할 수 있는 것 같다.
방에는 크게 3가지 역할이 있다.
1. 모더레이터Moderator : (초록색 별 붙은 사람) 방의 중재자, 쉽게 방장이라고 보면 된다. 방장은 방을 오픈하면서 함께 이야기하는 스피커들에게 모더레이터 권한을 줄 수 있다. 모더레이터는 방에 리스너를 초대하거나, 리스너가 손들기를 했을 때 스피커로 올려 발언권을 주는 권한을 갖는다.
2. 스피커Speaker : 모더레이터 외에 발언자로서 참여하고 있는 사람. 리스너가 스피커로 올라갔다가 다시 리스너 모드로 내려갈 수도 있다.
3. 리스너Listener: 다른 사람들이 이야기하고 있는 방에 들어갈 땐 디폴트로 리스너 모드로 입장하게 된다. 다수의 리스너가 라디오 청취하듯 모더레이터와 스피커의 질의응답이나 대화를 듣는 형태가 주를 이룬다.
방 만들기
누구나 모더레이터가 되어 방을 만들 수 있다.
‘Open’ 공개로, ‘Social’ 내가 팔로우하는 사람들이 알 수 있게, ‘Closed’ 비공개로 내가 초대한 사람만 볼 수 있게 만들 수 있다.
나는 Closed 모드로 같이 독립출판한 모임 친구들과 방을 만들었는데, 음질도 괜찮고 화면을 닫아도 대화가 끊기지 않기 때문에 보이스톡 대신으로 친구들과 얘기하는 장치로도 활용할 수 있겠다 싶었다.
정리
1. 연락처 기반으로, 가입할 때 연락처를 연동한다.
2. 기존 유저의 초대장이 있어야 가입할 수 있다.
3. 연락처 기반이기 때문에, 내 연락처를 알고 있는 사람에게 프로필이 노출될 수 있다.
4. 프로필에서 자기소개를 등록하고, 인스타그램과 트위터를 연동할 수 있다.
5. 다양한 주제의 대화방이 있으며, 관심사에 따라 라디오처럼 골라서 대화를 들을 수 있다.
6. 방에서의 역할은 모더레이터, 스피커, 리스너로 나뉘며 누구나 방을 만들 수 있다.
발견
1. 모더레이터의 역할
클럽하우스를 이용하면서 모더레이터의 역할이 아주 중요하다는 것을 느꼈다. 특히 QnA 세션이나 스피커가 많은 경우 모더레이터가 질문할 사람과 대답할 사람을 지정해주는 MC 역할을 해야 되는데, 오디오에 공백이 생기지 않게 딱딱 중재해주는 모더레이터가 있으면 듣는 입장에서 아주 편안했다.
(여러 사람이 대화하다가 중간에 공백이 생기면 왠지 불안하다)
2. SNS의 세대교체
사람들이 그동안 인스타그램과 유튜브의 이미지 홍수에 질려 가고 있고, 일방적인 팔로우와 댓글이 아니라 양방향의 대화를 하고 싶었나 보다. 코로나로 밖에 나가지 못하는 인싸들이 재미있는 방도 만들어주고, 핫한 스타트업계 대표님들도 정성껏 질문에 답해주며 자신의 이야기를 맘껏 나눠주고 있는 상황이 신기하고 재밌다.
나의 20대 동안 SNS의 강자는 이렇게 변화했다.
20대 초반, 텍스트 기반의 Facebook, Twitter
20대 중반, 이미지 기반의 Instagram
20대 중후반, 영상 기반의 Youtube, TicTok
20대 후반, 오디오 기반의 Clubhouse
이렇게 살펴보니 SNS도 시대와 사람들의 욕망을 따라 변화하고 그 필요에 맞아떨어지는 서비스가 성공하는 것 같다.
3. FOMO
‘포모’ (FOMO: Fear Of Missing Out)는 재미있거나 유익한 일에 나만 기회를 놓칠까 봐 두려움 심리상태를 말한다. 클럽하우스는 초대장이 있는 사람만 가입할 수 있다는 폐쇄적 특성과 트렌디한 IT업계 사람들이 많이 쓰는 핫한 어플이라는 유행까지 더해져 이용자들로 하여금 나도 초대권을 갖고 싶다는 심리를 자극했다. 클럽하우스가 초대 제도가 아니라 누구나 가입하는 것이었으면 이 정도로 이슈가 됐을까 싶은 신의 한 수 마케팅 전략이다.
가입뿐만 아니라, 어플을 이용할 때도 마찬가지다.
‘유익한 방이 있는데 못 들으면 어떡하지?’ 하는 심리 때문에 수시로 어플을 들락날락하게 되고, 그래서 이용한 지 몇 시간 만에 자기는 클하 중독자라며 고백하는 이들이 계속 나온다.
4.오디오라는 특성
말은 글보다 빠르지만, 정보를 전달하는 데 있어서는 글이 더 명확하고 간결하다. 좋은 정보를 주워들으려고 클럽하우스 방에 머물다 보면 2-3시간이 금방 흘러간다. 질문하는 사람도 대답하는 사람도 라이브로 진행되다 보니, 말이 정리되지 않거나 늘어지는 경우도 많아서 시간이 금방 간다. 잘 들으려면 신경을 잘 쓰고 있어야 하는데 이게 쉽지 않다.
앞으로 클럽하우스가 어떻게 커질지, 어떤 식으로 비즈니스 모델을 시작할지 기대가 된다. 아직은 광고도 없고, 인스타그램 처음 시작했을 때처럼 신선한 느낌이 오랜만이라 반갑다. 당분간은 나도 ‘뭐 어디 재밌는 방 없나’ 하고 습관적으로 사용할 것 같다.
끝으로 재밌게 읽은 클럽하우스 관련 글. 인사이트를 얻고 싶은 분들은 읽어봐도 좋을 것 같다.
https://brunch.co.kr/@mobiinside/277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