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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키비스트J Oct 22. 2024

제3편. 아카이브 속 기억의 재생산

[재난 아카이브 시리즈] 재건의 아카이브, 외상 후 성장을 위하여

우리는 모두 전보다 더 나은 삶을 추구합니다.


※ 본 글에는 9/11 당시의 처참한 상황을 기록한 사진과 서술이 함께 작성되어 있습니다. 재난상황에 대한 트라우마가 있다면 읽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9월 11일 기억의 파편은 대표적으로 9/11 메모리얼이 운영하는 아카이브에 남아 있습니다. 9/11 메모리얼은 이런 파편을 이어붙여 시민들에게 알릴 수 있는 것들을 내보이고 있습니다. 공간도 제 역할을 합니다. 그라운드 제로는 세계에서 가장 비싼 부동산 가격을 자랑하는 뉴욕 맨해튼 한가운데 여전히 자리 잡고 있습니다. 부지를 임대하거나 매매하기는 커녕 오히려 지하를 파내려 가는 공간입니다. 방문하는 사람들에게 처절하리만치 그 당시를 기억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9/11 메모리얼 지상 가까이서 촬영한 모습. ⓒ Don Emmert / Getty Images


 세계적인 온라인 커뮤니티 레딧에는 9/11 미디어 자료를 보관하는 서브레딧 911archive가 있습니다. 오래되어서 유실될 가능성이 높은, 그러나 사람들에게 여전히 알려두어야 할 자료가 모여 있습니다. 전 세계 각국에서 9/11에 관한 기억과 자료를 커뮤니티 유저들이 기록하고 있다는 것은 새삼 고무적입니다. 레딧 유저들은 각자의 생각과 자료를 매일 게시글로 올립니다. 그 속에서 감정과 정보를 공유합니다. 자료를 찾아 올리고 기억과 감정을 서술하는 이 아카이빙 자체가 기억을 재생산하는 과정일지도 모릅니다. 


레딧 9/11archive 갈무리. 2024.9.10 (https://www.reddit.com/r/911archive/)



웹 아카이빙으로 유명한 Internet Archive도 9/11과 관련한 텔레비전 뉴스를 아카이빙한 페이지 Understanding 9/11을 제공합니다. 9월 11일부터 17일까지 매일 보도되었던 뉴스 영상이 시간 순으로 정리되어 있습니다. 미국 공영방송뿐 아니라 지역방송, 멕시코, 영국, 중국, 프랑스, 캐나다, 일본, 러시아의 주요 뉴스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테러 발생 후 며칠간의 급박한 상황들이 영상으로 남아, 당시 상황 속 처참함을 여과없이 느낄 수 있습니다. 인터넷 아카이브의 사명답게 그들은 모든 지식에 대한 접근점을 제공하겠다는 일념으로 9/11을 보전하고 있습니다. 새로운 세대들은 이런 아카이브에서 타인의 기억을 보고 느끼며 9/11에 대한 자신만의 새로운 기억을 재생산해 낼 것입니다.


Internet Archive Understanding 9/11 화면 갈무리. 2024.09.10 (https://archive.org/details/911/day/20010911


 상업용 이미지 전문 사이트인 게티 이미지에서는 9/11 세계무역센터에 대한 자료를 판매하고 있습니다. 재난을 기록한 사진을 판매한다는 것이 낯설기도 하겠지만, 저널리즘과 저작권의 측면에서 본다면 납득이 가능한 부분입니다. 오히려 시각적 정보를 제공하는 아카이브 서비스 역할도 하고 있다고 봅니다. 


2024.09.10(https://www.gettyimages.com/search/2/image-film?phrase=world+trade+center+9%2F11)


 2001년 테러 소식이 알려지자마자 9/11 웹 아카이브를 구성했던 미국 의회도서관 직원들이 있습니다. 참사 20주기를 맞이한 그들의 인터뷰에서는, 아키비스트로서 느낀 감정과 상황적 판단에 어느 정도 공감해 볼 수 있습니다. 당시는 웹 자원에 대한 휘발성이 지금보다 더 강했을 뿐더러 그 가치가 상대적으로 미미하게 여겨졌습니다. 그러나 이들은 거의 본능에 가깝게 이런 웹사이트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컬렉션으로 모았습니다. 컬렉션 총괄 디렉터였던 다이앤 크래시는 당시를 이렇게 회상합니다. 


"저는 도서관에서는 리더였지만, 한 사람의 아내이자 엄마이기도 했습니다. ... 즉시 (뉴욕) 봉쇄령이 내려졌습니다. 저는 뉴욕에 아는 사람이 없었지만, (주변의) 많은 사람들이 뉴욕에 있는 사랑하는 이들의 안전을 확인하려고 필사적으로 연락하고 있었습니다. ... 저는 이 사건을 전할 전문가로서의 책임이 있다는 것을 인식하게 되었습니다. 당시에는 심사숙고할 시간이 많지 않았고 그저 행동에 옮겨야 했습니다. 


도서관에 함께 행동할 준비가 된 사람들이 많아서 운이 좋았다고 생각합니다. 전문적인 관점에서는 이 컬렉션을 나중에 어떻게 제공할지 검토하고 세부사항을 처리해야 하는 게 맞지만, 그 당시에는 순간순간을 그냥 처리하고 나중에 세부 조정하도록 넘겨야 했습니다. … 만약 우리가 그 일에 뛰어들어서 컬렉션을 수집하는 일을 하지 않았다면 자료는 사라졌을 테고, 그건 역사에 큰 손실을 남겼을 거예요.


저는 우리가 수집한 콘텐츠가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추모, 실종자를 찾는 사람들, 대처방안, 현혈, 기부 같은 정보들이 모였습니다. 우리는 그것이 중요하다는 걸 알고 있었고, 그걸 수집하지 않으면 향후 스토리에 구멍이나 틈이 생길 것을 알고 있었습니다.


(20년이 지난 지금 컬렉션에 특별히 주목하거나 놀랍다고 생각되는 측면이 있다면) 우선 그것이 존재한다는 게 중요합니다. … 저는 우리가 포착한 것들이 시간으로부터 부여받은 시험을 견뎌냈다고 생각합니다. … 개인적인 이야기, 사진, 추모, 시, 추억 같은 것들이요."


다이앤 크래시(당시 미국 의회도서관 9/11 웹 아카이브 컬렉션 디렉터), The September 11, 2001 Web Archive: Twenty Years Later 에서 부분 발췌 및 번역




※ 이 글은 필자가 2024년 9월 11일 기록에 대한 모든 이야기 <기록과 사회>에 게재한 글을 일부 편집, 수정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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