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 아카이브 시리즈] 재건의 아카이브, 외상 후 성장을 위하여
우리는 모두 전보다 더 나은 삶을 추구합니다.
※ 본 글에는 9/11 당시의 처참한 상황을 기록한 사진과 서술이 함께 작성되어 있습니다. 재난상황에 대한 트라우마가 있다면 읽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9월 11일 기억의 파편은 대표적으로 9/11 메모리얼이 운영하는 아카이브에 남아 있습니다. 9/11 메모리얼은 이런 파편을 이어붙여 시민들에게 알릴 수 있는 것들을 내보이고 있습니다. 공간도 제 역할을 합니다. 그라운드 제로는 세계에서 가장 비싼 부동산 가격을 자랑하는 뉴욕 맨해튼 한가운데 여전히 자리 잡고 있습니다. 부지를 임대하거나 매매하기는 커녕 오히려 지하를 파내려 가는 공간입니다. 방문하는 사람들에게 처절하리만치 그 당시를 기억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세계적인 온라인 커뮤니티 레딧에는 9/11 미디어 자료를 보관하는 서브레딧 911archive가 있습니다. 오래되어서 유실될 가능성이 높은, 그러나 사람들에게 여전히 알려두어야 할 자료가 모여 있습니다. 전 세계 각국에서 9/11에 관한 기억과 자료를 커뮤니티 유저들이 기록하고 있다는 것은 새삼 고무적입니다. 레딧 유저들은 각자의 생각과 자료를 매일 게시글로 올립니다. 그 속에서 감정과 정보를 공유합니다. 자료를 찾아 올리고 기억과 감정을 서술하는 이 아카이빙 자체가 기억을 재생산하는 과정일지도 모릅니다.
웹 아카이빙으로 유명한 Internet Archive도 9/11과 관련한 텔레비전 뉴스를 아카이빙한 페이지 Understanding 9/11을 제공합니다. 9월 11일부터 17일까지 매일 보도되었던 뉴스 영상이 시간 순으로 정리되어 있습니다. 미국 공영방송뿐 아니라 지역방송, 멕시코, 영국, 중국, 프랑스, 캐나다, 일본, 러시아의 주요 뉴스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테러 발생 후 며칠간의 급박한 상황들이 영상으로 남아, 당시 상황 속 처참함을 여과없이 느낄 수 있습니다. 인터넷 아카이브의 사명답게 그들은 모든 지식에 대한 접근점을 제공하겠다는 일념으로 9/11을 보전하고 있습니다. 새로운 세대들은 이런 아카이브에서 타인의 기억을 보고 느끼며 9/11에 대한 자신만의 새로운 기억을 재생산해 낼 것입니다.
상업용 이미지 전문 사이트인 게티 이미지에서는 9/11 세계무역센터에 대한 자료를 판매하고 있습니다. 재난을 기록한 사진을 판매한다는 것이 낯설기도 하겠지만, 저널리즘과 저작권의 측면에서 본다면 납득이 가능한 부분입니다. 오히려 시각적 정보를 제공하는 아카이브 서비스 역할도 하고 있다고 봅니다.
2001년 테러 소식이 알려지자마자 9/11 웹 아카이브를 구성했던 미국 의회도서관 직원들이 있습니다. 참사 20주기를 맞이한 그들의 인터뷰에서는, 아키비스트로서 느낀 감정과 상황적 판단에 어느 정도 공감해 볼 수 있습니다. 당시는 웹 자원에 대한 휘발성이 지금보다 더 강했을 뿐더러 그 가치가 상대적으로 미미하게 여겨졌습니다. 그러나 이들은 거의 본능에 가깝게 이런 웹사이트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컬렉션으로 모았습니다. 컬렉션 총괄 디렉터였던 다이앤 크래시는 당시를 이렇게 회상합니다.
"저는 도서관에서는 리더였지만, 한 사람의 아내이자 엄마이기도 했습니다. ... 즉시 (뉴욕) 봉쇄령이 내려졌습니다. 저는 뉴욕에 아는 사람이 없었지만, (주변의) 많은 사람들이 뉴욕에 있는 사랑하는 이들의 안전을 확인하려고 필사적으로 연락하고 있었습니다. ... 저는 이 사건을 전할 전문가로서의 책임이 있다는 것을 인식하게 되었습니다. 당시에는 심사숙고할 시간이 많지 않았고 그저 행동에 옮겨야 했습니다.
도서관에 함께 행동할 준비가 된 사람들이 많아서 운이 좋았다고 생각합니다. 전문적인 관점에서는 이 컬렉션을 나중에 어떻게 제공할지 검토하고 세부사항을 처리해야 하는 게 맞지만, 그 당시에는 순간순간을 그냥 처리하고 나중에 세부 조정하도록 넘겨야 했습니다. … 만약 우리가 그 일에 뛰어들어서 컬렉션을 수집하는 일을 하지 않았다면 자료는 사라졌을 테고, 그건 역사에 큰 손실을 남겼을 거예요.
저는 우리가 수집한 콘텐츠가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추모, 실종자를 찾는 사람들, 대처방안, 현혈, 기부 같은 정보들이 모였습니다. 우리는 그것이 중요하다는 걸 알고 있었고, 그걸 수집하지 않으면 향후 스토리에 구멍이나 틈이 생길 것을 알고 있었습니다.
(20년이 지난 지금 컬렉션에 특별히 주목하거나 놀랍다고 생각되는 측면이 있다면) 우선 그것이 존재한다는 게 중요합니다. … 저는 우리가 포착한 것들이 시간으로부터 부여받은 시험을 견뎌냈다고 생각합니다. … 개인적인 이야기, 사진, 추모, 시, 추억 같은 것들이요."
다이앤 크래시(당시 미국 의회도서관 9/11 웹 아카이브 컬렉션 디렉터), The September 11, 2001 Web Archive: Twenty Years Later 에서 부분 발췌 및 번역
※ 이 글은 필자가 2024년 9월 11일 기록에 대한 모든 이야기 <기록과 사회>에 게재한 글을 일부 편집, 수정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