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컬 아카이브 시리즈] 정리된 아카이브에는 맥락이 있습니다.
우리는 ‘데이터의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매일같이 방대한 양의 정보가 생성되고 축적되며, 그 정보를 활용하려는 시도도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데이터를 단순히 모으고 저장하는 것만으로 충분할까요? 정보를 제대로 활용하기 위해 중요한 것은 ‘맥락’입니다. 맥락이 없다면 데이터는 그저 의미 없는 숫자나 문서 더미에 불과할지도 모릅니다.
사전적 의미에서 맥락은 ‘사건이나 사물 사이의 얽혀 있는 관계나 연관’을 뜻합니다. 기록의 관점에서 보자면, 개별 기록 하나하나의 의미보다 여러 기록이 모여 형성하는 정황이 더욱 중요합니다. 단순히 정보를 수집해 모음집으로 만드는 것이 아카이브의 목적이 아니듯, 기록의 진정한 가치는 맥락 속에서 드러난다는 점을 다시금 상기시킵니다.
맥락은 마치 혈관처럼 얽히고 설켜 있습니다. 기록 하나만으로는 전체 그림을 이해할 수 없습니다. 여러 기록이 모여야 활동의 상호작용과 연결고리가 드러나고, 우리는 비로소 그 의미를 온전히 파악할 수 있게 됩니다. 지역 기록화 사업도 마찬가지입니다. 단편적인 사건이나 단체의 기록만으로는 지역의 정체성을 파악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맥락이 중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맥락은 기록을 단순한 정보가 아닌 지식과 서사로 만들어주는 핵심 요소이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면, 강서구의 행정 기록은 그 자체로도 의미가 있지만, 수십 년 간 축적된 기록을 보면 강서구의 경관 변화, 인구 분포, 정책 흐름 등을 파악할 수 있습니다. 이를 통해 우리는 지역의 정치, 경제, 사회적 변화 양상을 이해할 수 있습니다. 게다가 새로운 정책을 수립하거나 미래를 예측하는 데 도움을 받을 수 있습니다.
지역 아카이브에서 맥락이란 그 지역의 ‘기억’입니다. 장소 안에서 개인의 기억이 모여 집단의 기억이 되면, 그 지역은 단순한 지리적 공간을 넘어 하나의 정체성을 갖게 됩니다. 이 과정에서 기록화의 중요성이 더욱 부각됩니다. 그러므로 지역의 역사를 보존하기 위해서는 단순한 기록 수집에서 그쳐서는 안 되고, 그 기록이 형성된 배경까지 함께 기록하고 보존해야 합니다.
※ 이 글은 필자가 2024년 9월 강서구 소식지 <방방>에 게재한 원고를 일부 편집, 수정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