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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키비스트J Nov 28. 2024

제2편. 우리는 왜 아카이브에 가본 적이 없을까?

[로컬 아카이브 시리즈] 아카이브에 방문한 적 있는 분?

 필자는 아카이브 에디터 양성 프로그램과 시민기록단 프로젝트 등 여러 가지 프로그램에 교강사로 참여하며 수많은 사람들을 만나왔습니다. 그분들께 항상 물어보는 질문이 하나 있습니다. “아카이브를 방문한 적이 있나요?” 그러나 공무원이나 특정 직군이 아닌 이상, 방문 경험이 있는 사람은 정말 단 한 명도 만나본 적이 없습니다. 아카이브의 존재조차 몰랐다는 사람도 부지기수입니다. 


 알더라도 오히려 ‘우리 같은 일반 시민이 갈 수 있는 곳인가요?’ 같은 질문을 받은 적도 있습니다. 네이버에 검색해서 들어갈 수 있는 사이트에서 검색을 해 본 적이 있다는 사람도 딱 한 번 봤습니다.


 이런 경험이 말해주는 것은 무엇일까요? 저는 그저 어느 한 개인이 가진 무관심함 때문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사회 전반에 아직 아카이브에 대한 인지도가 낮다는 것을 증명하는 경험이라고 봅니다. 아카이브는 법률로 규정된 엄연한 문화기관이며, 연간 수 조원의 공공시장을 움직이고 있습니다. 그런데 아직 시민들은 그 역할과 중요성, 활용가치를 잘 이해하지 못합니다. 단순히 개인의 책임으로 돌리기엔 어려운 문제입니다.


 공공기관이 가지고 있는 진입장벽도 존재하는 듯 합니다. 행정기록을 많이 다루는 공공기관의 아카이브는 사실 행정적 이유가 아니면 방문할 이유를 찾기가 쉽지 않습니다. 단, 요즘엔 시민들에게 친숙하게 다가갈 수 있는 여러 콘텐츠와 전시,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는 점을 기억해 주세요.


 어릴 적 방학 숙제로 미술관과 박물관을 방문했던 기억은 누구에게나 있을 겁니다. 박물관과 미술관은 공교육의 일환으로 일찍부터 체험의 장으로 자리 잡았지만, 아카이브는 그 대상에서 늘 제외되었습니다. 아카이브는 비교적 최근의 기록이기에 우리의 삶과 밀접하게 연결된 정보와 콘텐츠를 다루는데도 말입니다.


 특히 30대 이상 세대는 학창 시절에 아카이브를 방문할 기회가 없었습니다. 아카이브 관련 제도와 시설이 지난 25년 간 비로소 생겨났기 때문입니다. 이제라도 이들에게 아카이브를 알리고 경험할 기회가 필요합니다. 특히, 아카이브를 설계하고 기획하기 이전에 아카이브를 이용해 보는 경험이 필요합니다.  즉, 지역 콘텐츠를 기획하든, 다큐멘터리를 제작하든, 과제를 하든, 아카이브에 방문하거나 검색해서 나에게 필요한 기록을 찾아 써보는 경험이 필요합니다.


 초·중·고 공교육 과정에서도 아카이브를 방문, 이용할 수 있는 교육 프로그램이 필요합니다. 방학숙제로 아카이브에 방문해보고, 마치 보물찾기를 하든 아카이브에서 원하는 기록을 검색하고 찾아내는 연습이 필요합니다. 어린 학생일수록 아카이브를 방문하고 체험할 수 있는 기회와 의무를 부여받아야 합니다.


 사실 많은 아카이브 기관에서는 이미 다양한 견학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프로그램들이 충분히 활용되지 못하는 것이 현실입니다. 아카이브를 경험하고 이해하는 것은 이용자에게 열린 가능성을 제공하는 첫걸음입니다. 이용자로서의 경험이 없이는 아카이브를 상상하기도 어려운 법입니다.



서울기록원: https://archives.seoul.go.kr

서울공예박물관 아카이브실: https://craftmuseum.seoul.go.kr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아카이브: https://archives.kdemo.or.kr

KBS 아카이브: https://archive.kbs.co.kr




※ 이 글은 필자가 2024년 10월 강서구 소식지 <방방>에 게재한 원고를 일부 편집, 수정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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