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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토미융합소 Nov 21. 2020

대화와 말싸움의 차이

논리만으로 하는 싸움.

 우리는 살면서 많은 문제를 마주합니다. 모든 문제가 어렵지만 그중 가장 어려운 문제는 단연 ‘생각 차이’입니다.


 사람마다 살아온 환경, 가치관 등이 다르기에 우리는 항상 의견의 차이를 가집니다. 그리고 이러한 의견의 차이는 쉽게 갈등으로 변합니다. 의견이란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이기 때문에 서로가 말하지 않는 이상 서로는 그것을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대화는 이런 갈등을 해결하고 좀 더 긍정적인 방향으로 나아가게 하는 기술입니다. 그렇기에 이런 상황일수록 우리는 대화의 중요성을 강조합니다.


 하지만 일상생활에서 저는 서로의 생각 차이에 관한 대화가 ‘갈등 해결’보다는 ‘갈등 심화’로 변한 경우를 더 많이 봐왔습니다. 저 같은 경우, 서로 의견이 다른 사람과 대화를 했을 때 그 사건을 해결한 경험보다 그로 인해 서로 감정이 상한 경우가 더 많았습니다. 지금까지 경험한 서로의 생각 차이에 관한 대화는 주장과 논리가 난무하는 검투 경기 같았습니다. 논리라는 무기를 들고 누구의 것이 단단한지 부딪히고 찍어 누르는 싸움이었습니다. 이는 언제나 검붉은 혈흔과 날카로운 쇳소리만을 남기고 승자와 패자를 갈랐습니다. 이런 경험을 하고 나니 정말 대화가 서로의 생각 차이를 좁히는 도구가 맞을까?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지금까지 제가 해왔던 대화들은 사실 대화가 아니라 말싸움이었습니다. 대화와 말싸움은 자기 생각을 논리 있게 말한다는 점에서는 같지만, '이해'에 있어서는 매우 다릅니다.


 대화의 목적은 서로서로 이해하는 것입니다. 그렇기에 대화에서는 상대가 왜 이렇게 행동하는지, 왜 이런 생각을 하는지 이해하려고 합니다. 사람은 자신의 진솔한 모습을 드러내는 것을 두려워합니다. 그렇기에 방어기제를 두르고 자신을 보호하려 합니다. 대화는 바로 이런 방어기제를 파악하고 상대의 진솔한 모습을 끄집어내는 과정입니다. 진짜 대화는 상대가 지금 왜 이런 방어를 하는지, 상대가 무엇에 대해 이렇게 두려워하는지에 대한 이해에서부터 시작됩니다.


 반면 말싸움의 목적은 상대의 논리를 깨부수는 것입니다. 상대의 생각, 상대의 감정 따위보다 ‘너는 바보고 내가 옳다.’라는 생각을 상대에게 심어 주는 것이 목적입니다. 이런 싸움에서 감정은 이해하기보다 상대를 흠집 내고 갉아먹는 데 이용됩니다. 이런 대화에서는 누가 더 견고한 성을 쌓았느냐 누가 더 견고한 무기를 지녔냐가 더욱 중요한 쟁점입니다. 이러한 치열한 혈투는 승자와 패자를 정하고 양 쪽에게 진한 상처를 남깁니다.


 부끄럽지만 저는 그동안 말싸움만을 해왔습니다. 마치 한 명의 검투사처럼 언제나 상대의 심장부를 노릴 칼을 준비하고 다녔습니다. 혹여나 빈틈을 보일까 항상 경계하고 상대의 약점을 찾기 위해 이리저리 둘러봤습니다. 서로가 맹렬히 부딪히고 장렬히 전사하는 이 싸움에는 어느 한 명의 승자와 패자만이 남습니다. 이러한 싸움을 통해 어느 한쪽은 진한 성취감을 느낄 순 있지만 이로 인한 어떠한 의미 있는 성과도 남기지 못합니다. 저는 그동안 무엇을 위해 이런 싸움을 해왔던 걸까요. 대화의 정의에 대한 생각은 저 자신을 반성하게 해주는 좋은 계기가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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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 시절 독서 토론 수업시간에 한 학생이  ‘왜 이 수업을 선택했냐?’라는 질문에 이런 답을 한 적이 있습니다. ‘말발이 약해서 매번 친구들에게 밀린다. 토론 수업을 듣고 말발을 늘려 친구들에게 본떼를 보여주고 싶다.’ 우리는 지금껏 토론을 대화로 배워 왔는지, 말싸움으로 배워 왔는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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