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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토미융합소 Nov 26. 2020

현실을 산다는 것은?

사회적 거리 두기 2단계 재격상 후 든 생각.

 갑작스러운 코로나 19의 제 확산으로 서울시 내에 사회적 거리 두기가 2단계로 재격상되었습니다. 거리두기 2 단계가 끝난 지 2달도 채 되지 않았는데, 매우 짧은 기간 안에 다시 퍼진 것 같아 조금 걱정되기도 합니다.


 24일 00시부터 사회적 거리 두기 2단계는 시행되었습니다. 카페는 매장 내 식음이 안되고, 음식점은 모두 9시 이후 문을 닫아야 합니다. 이외에도 헬스장, 스터디 카페 등 많은 곳에 변화가 요구되고 있습니다. 이런 변화에 맞춰 나는 당분간 어떻게 살아야지 고민하며, 밤 10시 동네 거리를 걸었습니다.


 고개를 들어 거리를 보니, 거리는 무언가 황량하고 긴장된 듯 보였습니다. 건물은 불이 꺼져있고 거리는 한적했으며 차량도 없었습니다.

'거리두기가 시행됐구나. 적막함도 당분간 이어지겠지...'.

 하지만 이내 거리는 무엇하나 변하지 않았다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사실 원래 지금 이 시간에 이 동네는 불이 꺼져있으며, 지나다니는 사람도 없었습니다. 실제 물리적인 것은 무엇하나 크게 변하지 않았습니다. 변한 것은 저의 생각뿐이었습니다.


 이 세상은 보이는 것만큼 보이지 않는 것에 많은 영향을 받는 듯합니다. 코로나 19 사태가 퍼지고 세계는 큰 위기를 맞이했습니다. 하지만 실제로 제 주변에 코로나가 걸린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코로나가 실제로 존재하는지 안 하는지 피부로 체감할 수 없습니다. 코로나의 증상이 어떤지 실제로 걸리면 호흡이 불가능하고 열이 미치도록 나는지 제게는 알 기회조차 없었습니다.


 하지만 분명 제 삶에는 많은 것이 변했습니다. 항상 마스크를 쓰고 다니고 어디 출입할 때면 QR코드를 찍습니다. 사람을 만날 때 항상 조심조심 거리를 둬가며 이야기하고 기침하는 사람이 있으면 슬쩍 몸을 피합니다. 뉴스로 매일 확진자수를 체크하고 이용자 동선을 파악하기도 합니다. 실제 나를 포함한 세상에는 어떤 물리적 변화도 일어나지 않았지만, 나의 세상은 분명 변하고 있었습니다.


 현실을 산다는 것은 무엇일까요? 나를 둘러싼 물리적인 것은 쉽게 변하지 않습니다. 일본 후쿠시마에 쓰나미가 덮쳐도, 호주에 역대급 산불이 나더라도 실제 나의 주변은 어떤 것도 변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것이 나의 삶과 관련이 없는 것일까요? 이건 나와는 관계없는 머나먼 일일 뿐일까요?


 아닙니다. 우리는 물리적인 것보다 그것을 넘는 초월적인 어떤 것에 의해 더 큰 영향을 받습니다. 후쿠시마의 쓰나미 때문에 원자력을 바라보는 시선이 바뀌었고 호주의 산불 때문에 환경을 바라보는 시각이 바뀌었습니다. 나를 둘러싼 주변의 것은 무엇하나 변하지 않았지만 내가 사물을 바라보는 관념은 변화했습니다. 그리고 그 변화는 나의 현실을 변화시켰습니다.


 현실을 산다는 건 단순히 나를 둘러싼 물리적 공간을 산다는 것이 아닙니다. 현실을 산다는 것은 '나를 둘러싼 물리적 공간을 어떻게 바라보며 살 것이냐'입니다. 코로나 19가 실제 내 주변에 발생하고 있지는 않지만 그로 인해 변화한 나의 관념은 나의 현실이 변할 것을 요구합니다. 코로나 19가 픽션일 지라도, 혹은 영화 '트루먼쇼'처럼 모든 게 꾸며진 몰래카메라일지라도 그런 상황에 맞게 나의 관념을 변화시켰다는 것만으로 나는 '현실을 살고 있다' 말할 수 있을 것입니다.


 사회적 거리 두기가 2단계로 재격상되었습니다. 이제 우리는 또 다른 삶을 살아가야겠지요. 이미 2단계를 한 번 경험해보았기에 전보다는 더 대처를 잘하겠지만 그래도 또 다른 삶을 살아야 하는 것은 분명합니다. 이로 인해 우리는 힘들거나 불편할 것입니다. 하지만 이것 또한 현실을 사는 것입니다. 사회가 관념의 변화를 요구하니 그에 맞출 수밖에 없습니다. 어떠한 관념으로 바라볼지는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이것 또한 분명 현실을 사는 방법입니다. 그러니 바뀌지 않을 상황에 한탄하기보다, 좀 더 능동적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것이 현실을 잘 사는 방법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힘드시겠지만 다 같이 힘내 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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