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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토미융합소 Jan 29. 2021

물러서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오늘 의자 배달이 왔습니다. 기존에 있던 의자가 망가져 작업하기 불편했던 터라, 너무나 반가운 택배였습니다. 신나는 마음에 택배를 뜯었는데, 의자 부품만 가득 들어 있었습니다. 놀라서 배달 목록을 확인해보니 제가 산 것은 조립형 의자였습니다. 어쩐지 가격이 저렴하다 싶었는데, 이런 이유에서였던 것 같습니다. 그래도 목록을 제대로 확인 안 한 제 잘못이니 받아들이고 의자를 조립하기로 했습니다.


 설명서대로 끼우고 맞추고 하니, 어느 정도 그럴듯한 의자 모양이 나왔습니다. 하지만 진짜 문제는 이것들을 연결하는 것이었습니다. 집에 별다른 공구가 없는 터라 들어 있는 부품만으로 완성해야 했는데, 나사가 도통 잘 조여지지 않았습니다. 자세도 불편하고 나사의 크기도 작아 힘이 제대로 들어가지 않았습니다. 땀을 뻘뻘 흘리며 몇 분간 씨름하고, 나사를 어느 정도 죘다고 생각하고 의자를 들어보았는데, 이음이 여전히 불안했습니다. 손도 너무 아프고 힘도 없어 이제 포기해야겠다 생각했습니다.


 나사를 풀고 주저앉아 멍하니 쉬는데 어렴풋이 구멍이 엇나가 있는 게 보였습니다. 자세히 가서 보니 두 구멍이 제대로 맞지 않은 상태로 조여저 양쪽이 해져 있었습니다. 지금까지 맞지 않는 구멍을 억지로 나사로 죄 려 했던 것이었습니다. 다시 구멍을 잘 맞추고 나사를 집어넣으니, 나사는 윤활유를 바른 듯 스르륵 미끄러져 들어갔습니다. 그때 저는 무릎을 '탁' 쳤습니다.


 나사가 잘 조여지지 않을 때, 그것을 밀어붙이기보다 조금 떨어져 상황을 지켜봤다면 수월하게 나사를 죌 수 있었을 것입니다. 저는 끼워진 나사가 가린 시야로 인해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막무가내로 일을 진행한 것이었습니다. 이처럼 우리는 종종 이미 벌어진 상황 때문에 환경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힘을 낭비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하지만 이럴 때일수록 한 발자국 물러나 주변을 한 번 훑어본다면 나사가 스르륵 들어가듯 생각보다 일을 원활히 처리할 수 있습니다.


 오늘 의자 조립 경험은 비록 아직도 저릿한 손가락 아픔을 주긴 했지만, 내 머릿속에도 짜릿한 자극을 주는 좋은 경험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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