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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토미융합소 Feb 02. 2021

귀담아듣기가 어려운 이유.

 원활한 대화를 위해서 듣기는 매우 중요합니다. 듣기의 중요성은 이미 많은 매체에서 다뤄진 바 있죠. 예전에 저는 리스너가 되는 법에 대한 글을 썼었습니다. 그 글에서 좋은 리스너가 되기 위해서는 상대에게 질문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이 생각은 여전히 변함없습니다. 하지만 단순한 리스너를 넘어 상대 말을 '귀담아'듣는 사람이 되기 위해서는 질문만 해서는 안 됩니다.


 리스너 글을 쓰고 난 후, 상대가 말할 때 질문을 했습니다. 하지만 그런데도 언쟁으로 번지는 경우가 있었습니다. 이는 제 말이 형식만 바뀌었을 뿐 여전히 주장을 담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올바르게 듣는 법은 무엇일까요? 저는 이 힌트를 생각하는 과정에서 찾았습니다.


 생각할 때의 메커니즘을 떠올려 봅시다. 생각을 시작하기 전 우리는 머릿속의 '미지의 소리'를 듣습니다. 출처를 알 수 없는 이 소리는 우리에게 여러 가지 주제를 던져줍니다. 우리는 이것을 해석하고 질문합니다. 이 과정을 통해 우리는 생각을 만듭니다.


 귀담아듣는 방법은 이와 같습니다. 머릿속 '미지의 소리' 대신, 상대의 말을 받아들이면 됩니다. 그리고 상대의 말이 던져준 주제를 해석하고 질문하며 이어나가면 됩니다. 그렇게 하면 대화는 한 주제로만 흘러가고 쉽게 결론에 도달할 수 있습니다. 이는 상대에게 귀담아듣고 있다는 인상을 줄 것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종종 귀담아듣기에 실패합니다. 귀담아듣기에 실패하는 이유는 이 과정에서 머릿속의 '미지의 소리'가 개입하기 때문입니다. 상대의 말을 들을 때면 우리는 머릿속 '미지의 소리'와 상대 말을 쉽게 혼동합니다. 혼동하면 우리는 '미지의 소리'가 던져주는 주제와 상대가 던진 주제 사이에서 우왕좌왕합니다. 이럴 때 하는 질문은 설령 그것이 질문의 형식을 띠고 있다 하더라도, 상대에게 거부감을 줍니다. 상대 말을 귀담아듣고 제대로 된 질문을 하기 위해서는 머릿속 '미지의 소리'가 아닌, 상대 말에 빠질 줄 알아야 합니다.


 귀담아듣기는 말 그대로 상대의 말을 우리 몸에 담는 것입니다. 내 머릿속의 미지의 소리를 꺼두고 상대의 말을 머릿속에 채워야 합니다. 이는 매우 어렵습니다. 그렇기에 우리 주변에 상대 말을 귀담아들어 주는 사람이 적은 것 같습니다. 하지만 머릿속 미지의 소리를 컨트롤하고 상대의 소리에 집중할 수 있을 때, 우리는 '대화의 신'이 될 수 있습니다. 상대 말을 내 몸에 완전히 받아들이는 일, 이는 갈등을 줄이기 위해 우리가 계속해서 노력해야 할 일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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