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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토미융합소 Feb 03. 2021

제발 이런 마케팅 좀 그만해!

반감을 사는 '척'마케팅.

마케팅의 시대. 더 이상 우리는 가만히 있는 것들을 알아주지 않습니다. 새로운 것들 사이에서 스스로를 표현하지 못하는 것들은 사라집니다. 스스로를 얼마나 잘 드러내냐는 기업의 필수 성공 조건입니다. 하지만 가끔 스스로를 드러내는 전략이 역효과를 낳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중 가장 대표적인 예는 바로 '척'마케팅입니다.


'척'마케팅은 아는 척, 친절한 척, 걱정하는 척을 하는 마케팅입니다. 검은 속내가 있으면서 괜스레 아닌 척하는 회사는 팬은커녕 안티팬만 늡니다. 물론 대놓고 '척'을 하는 회사는 없겠지만, 고객 입장에서 '척'처럼 느껴지는 마케팅은 분명 존재합니다.


몇 달 전 웹페이지를 만들기 위해 정보를 찾았습니다. 주변에 컴퓨터 관련 전공자도 없고 웹페이지를 만들어 본 사람도 없는터라, 구글링을 하며 정보를 모았습니다. 그러다가 국비지원 컴퓨터 코딩 학원에서 웹 페이지 개설 무료 상담을 해준다는 광고를 보았습니다. '국비지원'이라는 말에 신뢰를 얻어 상담도 하고, 괜찮으면 학원도 등록할 생각이었습니다. 이것저것 웹 페이지와 학원에 대해 궁금한 것을 물어봤습니다. 상담이 끝나고 학원에 등록하려고 하니 학원에는 전문 코딩 기술자를 양성하는 7개월 수업밖에 없었습니다. 코딩을 전문적으로 할 생각은 없고, 7개월이라는 시간을 쓰기도 아까워서 학원 등록은 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며칠 후,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왔습니다. 며칠 전 상담을 받았던 코딩 학원이었습니다. '지난번 준비한다던 웹페이지는 잘 만들었는지', '웹 페이지를 만드는데 어디 문제는 없었는지' 질문을 했습니다. '이걸 왜 묻지?'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래도 걱정해주는 것 같아 대답을 친절히 해 주었습니다. '다행히 주변에 웹페이지를 만들어 본 사람이 있어서 워드프레스로 웹 페이지 개설을 했다.' '생각보다 할만하더라.' '지금까지 딱히 문제는 없다.' '신경 써줘서 고맙다 등.' 간략하게 답을 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워드프레스와 윅스로 홈페이지를 만들 때 단점을 아냐며 카카오 톡으로 링크를 보내겠다는 겁니다. 그러고는 혹시 보시고 생각 바뀌면 연락을 달라며 명함도 보냈습니다. 상당히 불편했습니다. 지난번 받은 개인정보로 멋대로 전화를 한 것도 불편한데 카카오톡까지 보내다니, 거기다 받은 링크도 인터넷에 검색하면 나오는 일반 블로그의 글이었습니다. 문제없이 잘 사용하고 있다는데 굳이 이런 식으로 할 필요가 있을까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도 일단 알겠다고 하고 대화를 마쳤습니다. 하지만 여기서 끝난 게 아니었습니다. 그날 이후에도 한 달에 한 번씩 전화가 왔습니다. 


몇 차례 전화가 오고 나니 짜증이 나기 시작했습니다. 전화 상으로는 언제나 불편한 것은 없냐, 잘 돼 가냐 식으로 말하지만, 제게는 너무도 '척'으로 들렸습니다. 초반에 가진 신뢰는 완전히 무너졌고, 고객에게 학원 등록을 강요하는 학원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학원의 질, 학원의 콘텐츠가 아닌, '척'으로 사람들을 속여 학생 모집을 하려 한다는 생각에, 수업에 얼마나 자신이 없으면 이럴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처음 상담을 받았을 때는 코딩 관련 교육을 받고 싶어지면 이곳에 다시 들러야지 하는 생각이 있었지만, 지금은 무슨 한이 있더라도 절대 가지 않아야겠다는 생각 뿐입니다.


이제 더 이상 고객에게 직접 마케팅하는 시대는 끝났습니다. 정보 불균형이 심하던 시절 담당 직무자의 '척'은 관련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좋은 루트였습니다. 고객들은 기업의 '척'을 알면서도 정보를 얻기 위해 당해줬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정보는 흔합니다. 굳이 귀찮은 치근덕 거림을 참아가면서까지 그들에게서 정보를 얻을 필요가 없습니다. 기업은 개개인에게 다가가는 것이 아니라, 진정성 있게 스스로를 드러내야 합니다. 사람들은 드러난 기업을 손수 찾을 것이고, 그들이 직접 선택 할 것입니다. 


그러니 이제 제발 이런 구닥다리의 '척'마케팅 좀 그만합시다. 얻은 개인정보를 마구잡이로 쓰지도 마시고요. 전화 좀 그만하세요. 절대 안 쓸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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