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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토미융합소 Feb 17. 2021

이런 식으로 포교활동을?

신개념 SNS 포교활동

며칠 전 인스타그램 DM으로 예술 동아리 제안이 왔습니다. 제 작품이 너무 마음에 들어 함께 동아리 활동을 하고 싶다고 했습니다. 평소 예술 전공 사람들과 소통하고 싶었던 저는, 나름 좋은 제안인 것 같아 들어보기로 했습니다. 


자신들은 사회에 선한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각종 예술 전공 사람들이 자신들이 모여 만든 동아리라고 했습니다. 분기마다 잡지 발간, 전시회도 하는 등 다양한 활동을 할 계획이라고 했습니다. 아직 만들어진지는 얼마 되지 않아, 제대로 출간되진 않았지만 1기 사람들의 작업이 곧 끝나간다고 했습니다. 자신들의 SNS 계정도 알려주는 것을 보니 나름 믿을 만한 곳인 것 같았습니다. 그렇게 면접 일정을 잡았습니다.


그리고 어제 동아리 가입 면접을 봤습니다. 면접은 온라인으로 진행했습니다. 운영진 5분과 화상으로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운영진 분은 20대 초반으로 매우 어려 보였습니다. 그들은 교회에서 알게 된 사이로, 서로 이야기를 하다 보니 '세상에는 좋은 것은 많으나, 이것을 모르는 사람이 많다.'라고 생각하여 자신들이 받은 좋은 것을 예술로 승화시켜 사람들과 나눠보고자 동아리를 만들었다고 했습니다. 동아리의 목표는 선한 영향력을 미치는 것으로 사람들에게 나눔을 주는 동아리가 되고 싶다고 했습니다. 


이야기는 그럴듯해 보였습니다. 그런데 궁금한 게 있었습니다. '동아리의 비전은 뭐지?, 이들이 이 곳에 자신의 능력과 시간을 투자하는 이유가 뭘까?' 그래서 물어보니, '선한 영향력을 미치고 싶어서'라고 했습니다. 자신들이 교회에서 이야기하고 토론하면서 찾아낸 '선'은 너무도 좋은 것이라, 그것을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그 '선'이란 게 뭐냐고 물으니, 그 '선'은 세상을 올바르게 바라보는 신념이며 가치관이라 했습니다. 그리고 그것은 너무도 다양하기 때문에, 함께 활동하면서 토론하고 교육받아야 한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자신을 후원해주는 멘토링 선생님이 계신데 그분이 우리가 '선'을 잘 찾을 수 있게 도와주시니 그분께 하루 2~3시간, 주 3회, 3개월 간 교육을 받아야 한다 했습니다. 


정말 여러 가지로 이상했습니다. 자신들은 이미 '선'을 탐구했고, 그것이 너무 훌륭해 그것을 알리고자 동아리를 만들었는데, 그것을 아직 모르겠으니 또 토론과 교육을 해야 한다니요. 또한, 분명 '선'은 다양한 것이라 했는데 그걸 주 3회 3개월 동안이나 교육받아야 한다니, 거기다 젊은 사람들끼리 모여 만든 동아리에 멘토링 선생님이 있다니, 정말 이상했습니다. 더구나 활동을 하는 이유가 이윤추구, 인맥 강화, 영향력 있는 단체 만들기 등이 아니라, 순수히 '선한 영향력' 때문이라면 자기들끼리 SNS 운영하고 작품 전시하는 것으로도 충분할 텐데, 굳이 사람을 모은다는 것도 이해가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뭐 일단 이상하긴 하지만 그렇다고 치고, 나에게 오퍼 메시지를 보낸 이유를 물었습니다. 새로 들어올 사람을 모집하는 데 기준을 알면 그래도 조금 동아리의 비전을 들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그 대답은 더 황당했습니다. "작가님 작품이 너무 멋져서 연락드렸습니다. 하지만 저희는 피드로 사람을 판단하지 않아서 이렇게 면접을 제의했습니다."


아니, 작품이 멋진 사람은 엄청 많고, 피드만 보고 연락을 줬는데 피드로 판단하지 않는다니... 그냥 아무한테나 제의 메시지를 뿌렸다는 소리였습니다. 정말 어이가 없었습니다. 지금까지 들은 이야기를 종합해보면 함께 할 사람의 능력, 재능, 비전 등은 관심 없고, 오로지 자기들의 교육을 듣게 하는 것만 관심이 있어하는 것 같아 보였습니다. 이런 생각이 드니 상당히 불쾌하고 기분이 나빴습니다. 그래서 좀 더 생각을 해보겠다고 하며 방을 나왔습니다.


방을 나온 후 그분들이 대화 도중 말한 몇몇 단체를 검색해봤습니다. 그리고 내 예상이 맞았단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작년 초 코로나 직격탄을 맞고 거의 매장되다시피 했던 단체가, 이제 상황에 맞게 변화해 이런 식으로 활동하고 있었다니 소름 돋았습니다. 그리고 이는 요즘 같은 시기에 힘든 작가님들을 혹하게 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알려야겠다 생각했습니다.


아무 이득 없이 무료로, 오로지 봉사를 위해 진행한다는 동아리를 만나면 경계하세요. 그리고 구체적인 활동 계획, 구체적인 방향이 뭔지 물어보세요. 만약 구체적인 게 아무것도 없다면 100% 포교 집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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