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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토미융합소 Apr 18. 2021

당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지 못하는 이유.

눈 앞에 적이 사라지면 가장 먼저 하는 짓은 낮잠자기다.

"적군이 시야에서 사라지면 가르치는 사람이나 배우는 사람 모두 공부를 집어치우고 낮잠이나 자러 가게 마련이다." <존 스튜어트 밀 - '자유론'중에서>


학창 시절, 학기 중에는 이런저런 일로 참 바빴다. 특히 학기마다 프로젝트 결과물을 만들어야 하는 건축과였기 때문에, 전공 관련 공부 말고는 정말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이것저것 하고 싶은 것도 많고 배우고 싶은 것도 많았지만 언제나 '지금은 바쁘니까 나중에'라고 생각하며 미뤘다.


하지만 별다른 바쁜 일이 없는 방학이 되어서도 상황은 달라지지 않았다. 과제도 없고, 할 일도 없었지만 별의별 핑계를 대며 '하고 싶던 일'을 하지 않았다.

 

방학 동안은 왠지 모르게 무척이나 피곤했다. 충분히 자고, 잘 먹으며 여유로운 시간을 보냄에도 항상 무기력한 기분이었다. 더 이상 급하기 일어나 씻고 뛰쳐나가야 하는 일이 사라지고 나니, 침대에서 일어나기가 더욱 힘들었다. 눈을 뜨고도 제자리에서 핸드폰만 보며 2시간을 보냈다. 언제나 '할 거 많은데...' 생각을 하며 게으른 하루를 이어나갔다. 


방학이 끝날 때쯤이면 시간이 많았음에도 하고 싶던 일을 하지 못한 내가 한심했다. 충분한 시간이 있음에도 무엇하나 제대로 하지 못한 내가 참 못난 인간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이제는 알고 있다. 나는 특별히 못난 인간이 아니라, 내가 충분히 인간다웠을 뿐이란 것을.

 

아주대 심리학과 김경일 교수는 한 방송에서 무기력은 '에너지는 있지만, 그것을 쓸 방향을 잡지 못하는 것'이라고 얘기했다. 즉 활력을 위해선 에너지뿐만 아니라, 그것을 쓸 방향도 필요하다는 뜻이다. 이런 방향은 삶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압력'으로부터 생겨난다. 


'압력'은 내 어깨 위에 올려진 바위와 같다. 나는 이 압력을 이겨내지 못하면 깔려 죽는다. 그래서 몸은 이것을 이겨내기 위해 모든 에너지를 집중시킨다. 자석을 향해 철심들이 정렬하듯이 '압력'은 내 몸의 에너지를 끌어당기는 역할을 한다. 이렇게 에너지가 집중되고 나면, 그 속에 무기력이 끼어들 틈은 없다. 압력과 그것을 버티는 힘이 나를 계속 힘나게 한다.

  

방학기간 동안 내가 아무것도 하지 못한 것은 나를 집중시킬 강한 압력이 없었기 때문이다. 압력이 사라지면 에너지들은 사방팔방으로 흩어져 나간다. 그럼 무엇을 하더라도 한 것 같지 않고, 아무것도 안 하더라도 지친다. 에너지들이 빠져나간 틈 사이는 무기력이 가득 채운다. 


도전하고 꾸준히 활동하기 위해서는 에너지를 모아줄 강한 압력이 필요하다. 압력은 '스트레스'일 수 있지만 '동기'일 수도 있다. 우리는 스트레스와 동기 사이에서 적절한 줄타기를 해줄 충분히 압력이 필요하다.


의지가 넘쳐도 그것을 집중시킬 압력이 없다면 계획은 이뤄질 수 없다. 무엇을 하기 위해서는 충분한 의지 외에도 충분한 압력이 필요하다. 글 상단 인용한 존 스튜어트 밀의 말속 '적'은 이런 '압력'을 일컫는다 생각한다. 압력은 '적'처럼 우리를 불편하게 하지만 때로는 우리를 다잡아 준다. 


충분한 압력을 만들고 에너지를 가다듬자. 지금 무언가를 하지 못하고 있다면, 에너지를 집중시킬 충분한 압력이 있는지 생각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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