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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토미융합소 Mar 06. 2021

시간이 아니라, 컨디션 관리다.

저는 시간 관리에 예민한 사람이었습니다. 항상 하루 계획표를 수첩에 적어 다녔었습니다. 나태해졌다 생각할 때면 월, 화, 수, 목, 금, 토, 일 계획을 짰었습니다. 몇 시에 일어나서 무엇을 하고, 몇 시부터 몇 시까지 무엇을 할지 요일마다 정했었습니다. 수첩에 줄 몇 개를 긋고 숫자로만 시간을 보니, 시간은 충분해 보였고, 많은 것을 할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예전 시청 근무를 할 때의 일입니다. 시청은 집에서 3km 정도 떨어져 있습니다. 아침 운동도 할 겸 항상 자전거로 출퇴근했습니다. 그러면서도 그 시간이 아까워 영어 듣기를 했습니다. 퇴근을 하면 곧바로 집 근처 헬스장으로 갔습니다. 운동을 하고 집에 온 후, 저녁을 먹고는 자기 전까지 영어 및 자격증 공부를 했습니다.


그때 목표는 3달 안에 영어 시험, 자격증 시험을 모두 통과하고 근육질 몸을 만드는 것이었습니다. 친구들이 가끔 놀자고 연락이 와도, 계획한 것을 해야 하기 때문엔 나갈 수 없다고 했습니다. 저는 휴식이나 스트레스 해소를 하려 하지 않았습니다. 그런 건 시간 낭비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3달이 지났습니다. 저는 계획의 반도 달성하지 못했습니다. 좌절감과 자괴감이 몰려왔습니다. 스스로를 게으르고 나태한 사람이라 생각했습니다. 자책하며 또다시, 그리고 더 타이트하게 계획을 짰습니다.


그렇게 1년을 보냈습니다. 1년 동안 눈에 띄게 이룬 것이 없었습니다. 매일매일 감기 걸린 듯한 기분이었었습니다. 살은 계속 빠지고, 다크서클인 짙어져 갔습니다. 왜 그럴까 고민했습니다. 이렇게 열심히 사는데 왜 되는 건 하나도 없을까?, 이렇게 규칙적으로 생활하는데 왜 매일이 피곤할까?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깨달았습니다. 제가 했어야 하는 것은 시간 관리가 아니라 컨디션 관리였다는 것을요.


우리는 가끔 컨디션을 무시합니다. '일 하는데 컨디션이 무슨 관계있어!' 하는 호통은 그리 어색하지 않습니다. 컨디션을 관리하는 시간은 나태함으로 비칩니다. 일을 하지 않는 시간은 잉여 시간이며, 그 시간이 일하는 시간보다 많을 경우 손가락질받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사람입니다. 사람은 컨디션에 큰 영향을 받습니다. UPH(시간당 생산량)는 기계의 일률을 측정하는 단위입니다. 기계의 활동 능력은 언제나 일정합니다. 그래서 기계는 시간만 조절해주면 언제나 같은 결과물을 만듭니다. 하지만 사람은 다릅니다. 사람의 활동 능력은 컨디션에 따라 변합니다. 그래서 사람이 좋은 결과를 만들기 위해서는 시간뿐만 아니라, 컨디션도 함께 고려해야 합니다.


저는 저를 기계라고 착각했었습니다. 기계처럼 시간에 몸을 맡기면, 알아서 일을 처리할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저는 사람이었습니다. 시간만 정한다고 언제나 같은 일률을 내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저는 시간만큼이나 컨디션도 고려해야 했습니다.


이제 저는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지 않습니다. 대신 좋은 컨디션일 때 할 일, 나쁜 컨디션일 때 할 일, 그리고 컨디션이 부족할 때 할 일 등을 생각합니다. 컨디션을 관리하고 컨디션에 할 일을 맞춥니다. 이러고 나니, 삶의 질 좋아졌습니다. 충분한 성과도 내고, 건강도 좋아졌습니다. 삶에는 항상 활력이 돌았습니다.


혹시 열심히 사는데 계속해서 무기력하다고 생각이 된다면, 컨디션을 놓치고 있는 건 아닌가 생각해보세요. 우리에게는 시간만큼이나 컨디션 관리도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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