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살고 있는 사회는 이기적인가요?
지하철에 내려 집에 가는 길, 슬픈 눈을 하고 기둥 앞에 앉아 있는 한 여성분을 봤다.
그녀는 맨눈으로도 촉감을 느낄 수 있을 정도의 거친 피부, 한 두올 흘러내리는 것 따윈 개의치 않는 듯 묶인 빳빳한 머리칼, 수많은 사건이 켜켜이 쌓인 듯 물들어 버린 붉은 볼을 갖고 있었다. 그녀 앞에는 건더기 조금만 남은 짜파게티 컵이 놓여있었고, 그녀의 주위에는 무언가 가득 들어있는 듯한 별로 크지 않은 가방이 두 개가 놓여있었다. 그녀는 손에 묻은 짜파게티 소스 따위는 개의치 않은 채, 반쯤 감긴 눈으로 바닥 어딘가를 응시하고 있었다.
그녀를 처음 봤을 때 스며 나오는 감정은 '가여움'이었다. '무슨 사정이 있는 걸까?', '왜 저러고 계신 걸까?' 그리고 그런 감정은 곧 '다가가서 따뜻한 말 해드리고 싶다.', '돈 몇 푼이라도 드리고 싶다.'로 바뀌었다.
하지만 나는 그녀가 누군지 모른다. 그리고 어떤 사정이 있는지도 모른다. 그렇기에 그녀에 대해 섣부르게 판단하는 건 무례하다고 생각했다. 또한 다가가서 책임지지도 못할 말을 하고 위하는 척 돈을 쥐어주는 것은, 내 마음 편하고자 하는 착한 척이라고 생각했다. 내가 그녀에게 동정을 베푸는 것은, 알지도 못하면서 아는척하고, 책임지지도 못할 거면서 착한 척하는 '이기적인' 행동이라 생각했다.
그런 생각이 들자 나는 스며 나오는 감정을 억누르기 위해, 얼른 시선을 돌렸다. 그리고 에어팟을 노이즈 캔슬링으로 바꾸었다. 신경을 다른 곳에 둔 채로 잠깐의 시간이 지나자 금세 감정은 사그라들었다.
사실 이런 경험이 처음은 아니다. 길을 가다 보면 가끔 이와 같은 감정을 느끼게 하는 사람을 보곤 한다. 하지만 나는 그들을 도와줄 이기심이 부족하다. 내 마음 편하고자 그들에게 무례한 착한 척을 할 수 없다. 나의 행동으로 나는 착한 일했다는 마음 편함을 얻겠지만, 그들은 큰 수치와 절망을 느낄 것이다.
아마 이곳을 지나치는 많은 사람들도 나와 같은 마음 이리라, 그리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리라. 사람들이 점점 이익을 탐내고, 자신만을 위해 살아간다지만, 아직 우리의 이기심은 '도'를 넘지는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