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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토미융합소 May 09. 2021

짜증은 술이다

짜증 나는 이유

지난 수요일 일을 마치고 집에 돌아가는 길에 비가 억수 같이 왔다. 최대한 뽀송뽀송하고 쾌적한 몸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요리조리 '비 사이로 막 가' 보았지만, 비의 손아귀를 벗어나진 못했다. 물 웅덩이를 밟고, 바짓가랑이를 다 적시고 나서야 겨우 실내로 들어올 수 있었다.


나와 같은 경험 때문인지, 그날 사람들의 얼굴에는 짜증이 가득했다. 길을 지나가는 행인들, 지하철 승객들, 편의점 직원들  모두 짜증 나 있었다. 습도만큼이나 높은 짜증의 농도 때문에 까지도 짜증 나는 듯했다. ‘짜증이란 뭘까?’ 갑자기 생겨난 짜증은 내게 이런 생각을 하게 했다.


짜증은 술과 같다. 마시면 마실수록 몸에 독소가 쌓인다. 평소 한두 잔은 몸이 금방 해독해서 티가 안 나지만, 과음을 하는 날이면 이것을 숨길  없다. 술을 마시면 얼굴이 시뻘게 지는 것처럼, 쌓인 독소는  밖으로 신호를 보낸다. 짜증을 과음한 날이면 얼굴 근육이 경직되고 표정이 굳는다. 말과 행동이 점점 짜증스레 변하고 움직임에서 티가 난다. 기운으로 뿜어져 나오는 짜증 냄새는 절대 숨길 수 없다. 이런 증상은 '개조심'문구처럼, 상대에게 위험을 알린다. 지금 기분이 안 좋으니 서로서로 조심하자는 일종의 신호인 것이다.

 

사실 이것은 별로 문제가 아니다. 짜증에 취했다면 더 이상 안 마시면 될 뿐이다. 하지만 진짜 문제는 다른 곳에 있다. 바로 취해도 티가 안나는 사람이다.


간혹 짜증을 잔뜩 섭취하고도 얼굴색 하나 변화 없는 사람이 있다. 이런 사람들은 대게 말없이 짜증을 몸에 담아둔다. 그래서 아무도 인식하지 못하고 더 많은 짜증을 선사할 수 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간혹 상대방이 “화났어?”.”기분 안 좋아 보여.”라고 물어볼 수도 있지만, 이들은 “화 안 났어, 멀쩡해”라는 대답으로 응수한다. 정말 자신도 눈치채지 못한 것일 수 있지만, 이를 알리다리도 알리고 싶어 하지 않은 성격 때문일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짜증은 독소이기 때문에 이것이 아무 문제없을 리 만무하다. 몸이 강력한 재생 능력을 가지고 있어 몸에 들어온 독소를 순식간에 모두 해독할 수 있는 초인은 없다. 그렇기에 이런 사람들은 겉으로는 멀쩡하지만 속이 망가져 있는 경우가 많다.


이런 사람들 일수록 스스로의 주량(짜증량)을 잘 파악해야 한다. 상한 선을 감지하고 그 선이 넘으려 할  때 “멈춰!”선언을 해야 한다. 물론 이를 파악하고 멈춰 선언을 하는 것은 쉽지 않겠지만, 어차피 한계를 넘은 짜증은 사방으로 뿜어져 나올 것이니 이를 막기 위해서라도 진작에 대비하는 게 좋다.


사람마다 숙취해소 방법이 다르듯 짜증을 이겨내는 방법도 다르다. 하지만 누가 뭐래도 최고의 숙취해소 방법은 배출과 휴식이다. 어느 날 급격히 많은 짜증을 섭취했을 때, 이에 대한 후폭풍을 방지하기 위해선 충분한 배출과 휴식을 해야 한다.


뭐 그럴 텀이 있는 사람이라면 좋겠지만 그럴 시간이 없는 사람이라면 빠르게 회복할 수 있는 체력이라도 기르자.


그냥 짜증 나는 김에 생각해본 소소한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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