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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토미융합소 Jul 04. 2021

당신의 글씨기에는 누가 담겨있나요?

오늘 일간 이슬아로 유명한 이슬아 작가님의 세바시 강연을 들었습니다. 강연은 꾸준한 글쓰기에 관한 내용이었습니다. 작가님은 꾸준한 글쓰기는 '나 안에 당신을 담는 일'이라고 했습니다. 꾸준한 글쓰기를 한 사람은 이야기의 주체를 '나'에서 '당신'으로 옮기며, 글을 위해 '당신'을 관찰하게 된다고 했습니다. 당신을 관찰하는 일은 상대를 이해하는 일이며 나아가 사랑하는 일이라 했습니다.


저는 현재 1년 가까이 꾸준히 글을 썼습니다. 1년 간의 빈도로만 따진다면 꾸준한 글쓰기라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하지만 제 글에는 이슬아 작가님이 말씀하신 '당신'이 없습니다. 언제나 나에 관한 이야기, 내가 느낀 감정이지 타인의 생각이 담겨있지 않습니다. 


'나는 꾸준한 글쓰기를 하지 않은 걸까?' 


지금껏 썼던 글을 읽으며 고민했습니다. 글을 쓸 때 했던 생각과 과정을 더듬었습니다. 그리고 깨달았습니다. 저는 지금껏 당신의 이야기를 적어왔습니다.



비록 글에 내 생각을 적지만 글의 영감은 언제나 '당신(사물이든, 사람이든)'에게서 얻습니다. 당신과 있었던 일, 당신 때문에 느낀 감정, 당신과 나눈 이야기 등 어떤 소재 하나 당신이 빠지는 것이 없습니다. 가끔 '당신'이 마음에 들지 않아 화를 내고, 엄한 말을 하지만 그 마저도 모두 당신 덕에 가능했던 일입니다.


정말 꾸준한 글쓰기는, 이슬아 작가님이 말씀처럼, 누군가를 관찰하는 것에서 시작되는 것 같습니다. 당신 없이 오롯이 나만의 생각으로 무언가를 한다는 건 매우 제한적이며 지속 가능하지 않습니다. 당신은 새로운 영감과 소재의 출처이며 근원입니다. 글에 담기는 건 내 생각일지라도 시작은 반드시 당신의 관찰과 이해였습니다. 



그간 저는 제 글이 오직 저에게서 나왔다고 생각했습니다. 내가 한 생각이고 내가 느낀 감정이기에 나만의 작품이라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이슬아 님의 강연을 듣고 나니 이건 참 오만한 생각이란 걸 깨달았습니다. 


내 작품은 당신과 함께 만든 것입니다. 내 글은 대상이 되어 준 당신과의 공동 작품이며, 당신에게서 시작된 창작물입니다. 글이 좋건 나쁘건 항상 글에는 당신에 관한 관찰과 이해가 있습니다.


이것을 느끼고 나니, 그간 내 글의 대상이 되어 준 모든 당신께 감사했습니다. 가끔씩 분노하여 글을 쓰기도 하지만, 그들도 모두 고마운 당신이었습니다. 

이를 깨닫고 나니, 앞으로는 많은 것에 고마워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안 좋은 일을 겪으면 당장은 화나겠지만 그들 모두가 소중한 소재였습니다.



꾸준한 글쓰기는 모든 것을 '당신'으로 보게 합니다. 당신은 나를 도와주며, 나를 지속 가능하게 합니다. 모든 것을 당신으로 보는 사람은 세상에 감사할 수 있습니다. 이슬아 작가님의 강연은 제게 세상에 감사하는 법을 알려준 좋은 강연이었습니다. 

(이슬아 님 세바시 강연 보러 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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