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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토미융합소 Jun 19. 2021

돈을 갈취 당하고 있다. 알 수 없는 자동 정기결제

나도 모르게 빠져나가는 돈들. 정기 소액결제 구독취소하기

‘띠-링, 5,500원이 정기결제되었습니다.’

으잉-? 내가 언제!!!?


작년 8월부터 지금까지 약 10개월 동안 나는 월 5,500원씩 e-book 정기구독을 하고 있었다.

저렴한 가격에 책도 읽고 좋은 서비스에 가입했네 싶겠지만 나는 해당 서비스를 10개월 간 사용한 적도 없고 해당 앱이 폰에 깔지도 않았다.


앱도 없는 내가 어쩌다 이것을 구독하게 됐는지 내역을 뒤져보니, 작년 5월 독서모임에서 받은 무료쿠폰을 사용한 흔적이 있었다. 아마도 무료쿠폰이 만료된 후 자동 구독신청이 된 것 같다. 물론, 약관 어딘가에는 무료 이용 후 '자동 유료 전환'이라는 말이 있었테지만 10개월 간 인지하지 못한 채 사용하지 않는 서비스에 돈을 낸 것이 억울했다.


섭섭한 마음에 해당 기업에 클레임을 걸었다. 10개월 간 나도 모르게 돈이 빠져나갔으니 해당 금액을 환불해주고 어떤 방식으로 내게 이 사실을 알렸는지 말해달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돌아오는 건 기계적 답변과 이번 달 결제 내역 환불뿐. 10개월 간의 지출은 보상받지 못했다.


사실 이는 처음 있는 일이 아니었다. 나는 올초에도 이와 같은 일을 겪었다.

작년 12월 나는 어도비 인디자인 툴을 1개월 무료 체험했다. 잠깐만 쓰면 됐기에 별생각 없이 사용했고, 1주 정도 사용한 후 까맣게 잊고 있었다. 그러다 2월 통장에 24,000원이라는 돈이 빠져나간 것을 발견했다. 놀란 마음에 확인해보니 어도비 정기 결제 금액이었다. 


상황을 알아보니 나는 어도비 1년 정기구독에 계약돼 있었다. 이는 1개월 무료체험 시 동의한 사항이라고 했다. 당분간 어도비를 쓸 일이 없을 뿐더러, 쓰더라도 회사 프로그램을 쓰면 되기에 나는 어도비가 더 이상 필요가 없었다. 그래서 정기구독을 취소하려고 했더니, 남은 기간의 위약금을 내란다. 위약금은 대략 10만 원이 넘었다. 


아무리 제대로 계약사항을 읽지 않았다곤 하지만 이는 너무 어처구니가 없었다. 해당 사항을 구글에 검색해보니 이를 해결하려면 US본사 고객센터에 영어 문의를 해야 한다고 했다. 귀찮고 두려웠지만 10만 원 대 금액은 결코 넘어갈 수 없는 금액이다 싶어 파파고의 힘을 빌려 US본사에 연락했다. 다행히 생각보다 쉽게 구독 혜지를 할 수 있었지만 이미 지출한 돈을 환불받지는 못했다.




요즘 구독 경제는 핫하다. 내로라하는 기업 중 구독 모델이 없는 기업이 없다. 아마 이제는 구독료를 하나도 지불하지 않는 사람을 찾기가 더 힘들 것이다. 하지만 과연 이게 소비자에게 좋을지는 의문이다. 물건 하나하나에 결제하던 방식과는 다르게 이제는 등록된 카드에서 자동으로 돈이 빠져나가니 혹여나 깜빡해버리는 순간 돈은 기하급수적으로 빠져나간다. 


나름 디지털에 친숙하고 계획적인 소비를 하는 나도 이렇게 실수를 하는데, 디지털에 익숙지 않거나 계획적 소비를 하지 않는 사람은 오죽할까. 아마 원인 불명의 지출이 수두룩할 것이다.


그러나 기업에서는 이렇게 빠저 나간 금액에 대해 책임지지 않는다. '조항에 쓰여있다'는 방패를 들며 마치 내 잘못인 양 가스 라이팅 한다. 하지만 분명 의도치 않게 돈이 빠져나간 건 사실이다. 아무리 조항에 쓰여있다곤 하지만 은근슬쩍 빠져나간 돈은 '소비'했다는 기분보다는 '갈취'당했다는 기분이 든다. 


만약 기업이 진정으로 소비자를 생각한다면 유료 구독으로 넘어가는 시점에 소비자가 결제 버튼을 직접 클릭하게 해야 한다. 무료 체험은 순수 상품을 알리기 위함으로 그치고 소비는 선택하게 해줘야 한다. 바쁘게 살아가는 현대인 중에서 쓰지도 않는 1달 전 서비스를 기억할 사람은 없다. (지금으로부터 1달 전 점심 뭘 먹었는지 바로 기억나는 사람이 있을까?) 


현재 구독 서비스를 하는 기업 중 이런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은 거의 없다. 사실상 고의로 고객의 실수를 유발해 한 두 푼이라도 더 뺏어 가고자 한다. ESG경영 등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대해 이야기하는 기업은 많으면서 정작 이런 부분은 아무도 챙기지 않는다. 좋은 말로 포장한다 하지만 기업은 어쩔 수 없는 이익집단인 것 같다. 


구독 서비스가 퍼지는 만큼 이런 기업들의 갈취는 더욱 성행할 것이다. 이제는 정말 정신 차리지 않으면 눈 뜨고 코 베이는 세상이다. 역시 맛있는 걸 사준다는 사람은 따라가면 안 된다.


글을 읽는 여러분은 어떤가, 혹시 나만 바보같이 당하고 있었던 건가? 의견이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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