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토미융합소 Sep 10. 2020

감정적인 사람은 나약하다.

우리는 감정적일 필요가 있을까?

 우리는 내면에 무언가를 숨기고 살아갑니다. 사람을 만날 때면 그것을 가리고, 그렇지 않은 척 연기합니다. 자신의 내면의 무언가와 반대되는 입장을 취하고 그것을 과장합니다. 우리 내부에 있는, 우리가 지키고 싶어 하는 이 '무언가'는 무엇일까요?

 

 우리는 나이가 먹을수록 단단해지고 굳어집니다. 사람은 경험과 이성으로 자신의 몸을 무장합니다. 험난한 세상에 상처 받지 않기 위해 상대에게 얕보이지 않기 위해 우리는 경험과 이성으로 몸을 꽁꽁 싸맵니다. 이 벽이 지키고자 하는 것은 무엇일까요?


 이것은 바로 감정입니다. 우리의 감정은 고도의 노력과 연습을 통해 물 셀 곳 없이 막혀 있습니다. 현대사회에서 감정은 ‘비효율적’이고 ‘쓸모없는’것입니다. 그러니 이것이 노출되지 않도록 최대한 감추고 자신의 감정과는 다른 알맞은 모습으로 상대방 앞에 보여야 합니다.


 자신의 감정이 들통나는 것은 매우 부끄러운 일입니다. 특히 이성과 경험으로 공을 들였을 때 더욱 그렇습니다. 감정이 드러난다는 순간 우리는 비효율적이고 쓸모없는 인간이 됩니다. 감추려는 의도와 다르게 그 모든 것이 들통날 때 나는 성숙하지 못한 인간이 됩니다. 감정이 드러나는 순간. 이 순간 우리는 너무도 나약해집니다.


 우리는 살면서 이런 상황을 숱하게 경험합니다. 사랑하는 사람 앞에서, 혹은 많은 사람들 앞에서, 자신도 모르게 이성의 벽을 무너뜨리고 감정을 표출하는 순간이 있습니다. 그럴 때면 집으로 돌아가 소위 말하는 ‘이불 킥’을 하며 자책의 시간을 가집니다. ‘내가 그때 왜 그랬지. 그때 왜 그랬을까!’ 머리를 부여잡고 자신의 실수를 반성합니다. 그러고는 다시는 같은 실수를 하지 않고자 이성의 벽을 더욱 공고히 합니다.



 이런 감정은 쓸모없는 것일까요? 감정적인 것은 부끄럽고 불필요한 것일까요? 


 우리는 감정적인 순간 나약해집니다. 상대에게 우위를 빼앗기고 자신의 모든 것이 들통난 듯한 수치심이 듭니다. 우리는 감정이 드러나는 순간 날 것 그대로가 됩니다. 이런 감정은 분명 부끄럽고 어리석은 것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때로는 감정적인 것이 더욱 강력할 수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우리는 때로 날 것 그대로의 모습을 보여줄 필요가 있습니다.

 

 몇 달 전 저는 한 지인을 만났습니다. 그 지인은 각종 이유를 들어 자신이 도움받아야 할 이유를 이야기했습니다. 지금까지 자신이 나에게 해준 것, 자신의 비전, 자신에게 투자하면 좋은 점 등. 정말 다양한 이유를 논리 있고 조리 있게 설명했습니다. 그러나 이야기가 아무리 논리 있고 그럴듯하다, 제게는 도움을 주고 싶다는 마음이 들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며칠 후 그 지인을 다시 만났습니다. 이번에 그 지인은 매우 진심 어린 목소리로 자신이 도움을 받아야 할 이유가 아닌, 자신의 현재 감정을 이야기했습니다. 도와달라는 말 대신 자신의 이야기와 상황을 이야기했습니다. 지인은 자신을 감싸던 이성의 벽을 모두 허물고 자신의 나약한 모습을 가감 없이 드러냈습니다. 그런 모습에서 저는 진정성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의 진정성은 그의 어떠한 논리와 주장으로도 바꿀 수 없던 저의 마음을 흔들었습니다. 결국 저는 그 친구를 도와주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상대가 감정적인 순간, 상대가 어떠한 계산도 하지 않고 자신의 본연의 모습을 보여주는 순간. 우리는 '진정성'을 느낍니다. 진정성은 모든 것을 내려놓고 나약해질 때만 비로소 나옵니다. 이성의 벽으로 몸을 둘둘 감고 있는 사람에게는 이러한 진정성을 느낄 수 없습니다. 이성의 벽으로 몸을 감고 있는 사람은 아무리 말을 잘하고 합리적으로 이야기하더라도 '저 뒤에는 무슨 검은 속내가 있을 거야'와 같은 의심을 남깁니다. 자신의 모든 것을 내려놓고 감정적이게 된 사람은 매우 진한 진정성을 풍깁니다. '아 이 사람도 나와 같은 사람이구나.', '아 이 사람도 이런 모습이 있었구나.'와 같은 인간미를 느낄 수 있습니다. 이런 진정성은 때로는 (어쩌면 더욱 높은 확률로) 이성적인 것보다 더욱 효과적으로 사람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습니다.


 저는 그동안 감정적이게 되는 것을 매우 싫어했습니다. 최대한 이성적으로 냉철하게 상황을 파악하려고 노력했습니다. 나의 감정은 숨기고 나의 심정은 무시한 채 이성과 지식만으로 문제를 풀려했습니다. 물론 그 순간, 그런 판단은 최선의 판단이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런 판단으로는 결코 사람의 마음은 움직일 순 없었습니다. 제 지인의 일화처럼 상대의 마음을 움직이는 힘. 그것은 그럴듯한 논리보다 솔직 담백한 자신의 감정입니다.




 우리는 살면서 많은 문제에 봉착합니다. 문제마다 상황이 다르고 조건이 다르기 때문에 이성적인 것 감정적인 것 어느 것이 더욱 효과적인 방법인지는 알 수 없습니다. 하지만 적어도 우리는 감정적일 때는 감정적일 필요가 있습니다. 감정적이게 되는 순간 우리는 나약해지는 만큼 솔직해집니다. 솔직함은 무형의 것이지만 분명히 사람에게 느껴집니다. 백 마디의 말보다 솔직한 말 한마디가 때로는 더욱 강력합니다. 이제 더 이상 자신의 감정을 너무 이성 뒤에 감추지 맙시다. 우리는 솔직하고 나약한 모습일 때 더욱 많은 사람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