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성이 느껴지는 사람은 누구일까?
감정적인 사람과 감성적인 사람의 차이는 뭘까요?
감정을 표현하는 사람을 형용하는 단어로는 '감정적'과 '감성적' 두 가지가 있습니다. 이 두 단어는 자주 사용되지만, 이 두 단어의 차이를 명확히 설명하는 곳은 없습니다. 그저 막연히 '감정적인'은 부정적인 느낌, '감성적인'은 긍정적인 느낌정도로만 여겨집니다.
최근 쓴 글에서 저는 진정성을 갖기 위해서는 자신의 감정에 솔직해야 한다고 이야기했습니다. 그런데 글을 쓰고 나니 문득 '감정에 솔직한 사람'은 감정적인 사람인지 감성적인 사람일지 궁금했습니다. 단순히 '감정적인'과 '감성적인'을 부정과 긍정으로 분류한다면, 감정에 솔직한 것이 때로는 긍정적이고 때로는 부정적이기 때문에 '감정에 솔직한 사람'이 감정적일 수도 있고 감성적일 수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감정적인 사람에게는 반감을 가집니다. 그렇다는 것은 단순히 감정에 솔직하기만 해서는 진심을 전달 할 수 없다는 뜻입니다. 진심을 전달하기 위해서는 감정을 솔직하게 말하는 것 이외에 어떤 요소가 필요한 것입니다. 그리고 해당 물음에 대한 답은 ‘감정적’과 ‘감성적’ 단어 사이에 숨어 있습니다.
최근 있었던 일입니다. 저는 간혹 밥을 해 먹기가 귀찮아서 냉동 닭가슴살과 햇반을 전자레인지에 데워먹습니다. 제가 딱히 먹는 것에 큰 관심도 없고 그렇게 먹는 것이 건강상 나쁘지 않다 생각해 종종 그렇게 먹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우연히 만난 한 친구가 저의 이야기를 듣고는 제게 "불쌍하다"고 하더군요. 고맙긴 하지만 저도 저 나름에 생각이 있어하는 행동이기에 "걱정해준 건 고맙지만 내가 현재 그렇게 불쌍한 처지는 아니야"라고 답하며 내가 왜 밥을 이렇게 먹는지 설명해주었습니다. 그랬더니 친구가 이러더군요.
"걱정해줘도 난리야? 이제는 걱정해주나 봐라."
저는 적잖이 당황했습니다. 단순히 저는 친구가 상황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아 설명해준 것인데 이를 '선의를 무시하는 것'으로 느낀 것입니다. 저의 말하기 능력이 부족했던 탓도 있겠지만, 친구에겐 다른 무언가에서 서운함을 느낀 것 같았습니다.
그것이 무엇일까? 친구와 헤어진 후 집으로 돌아와 곰곰이 생각했습니다. 그리곤 그제서야 친구가 감정을 표현하고 싶었던 게 아니라 자신이 걱정해줬음을 알리고 싶었단 걸 깨달았습니다. 친구가 말한 ‘불쌍하다'는 단순한 감정표현을 넘어 ‘나는 너를 이렇게 걱정해주고 있어’를 담고 있었던 겁니다. 하지만 저는 친구의 그런 마음을 알아주지 않았고 친구는 이에 서운함을 느낀 것이었습니다.
저는 이런 사람들이 감정적인 사람이라 생각합니다. 이들은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기보다는 상대에게 그것을 알리는 것이 주목적입니다. 감정적인 사람들에게는 자신 속에 우러나는 감정을 잘 표현하는 것보다 자기감정을 상대가 얼마나 알아주냐가 더 중요합니다. 그렇다 보니 이들은 말을 생략하고 자신의 감정을 주장처럼 이야기합니다. 만약 듣는이가 말하는 이의 감정에 공감하지 못하고 있다면 '진정성'보다는 ‘엥? 갑자기 왜 그러지?’ 하는 의문이 들 것이고, 저와 같은 상황이 발생할 것입니다.
반면에 감성적인 사람은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는 것이 중요한 사람입니다. 그들은 자신이 받은 자극과 변화를 자신만의 이미지로 최대한 잘 묘사하려고 노력합니다. 이들은 상대가 그에 대해 어떻게 느낄지, 그런 감정에 대해 어떻게 반응을 할지에는 관심이 없습니다. 그것보다는 자신의 감정을 어떻게하면 잘 표현할 수 있을지를 고민합니다.
며칠 전 저는 또 다른 지인 한 명을 만났습니다. 그 지인은 하늘이 예쁠 때나 날씨가 좋을 때 "와 오늘 날씨 너무 아름답다. 마치 태양이 땅까지 내려온 것 같아", "와 오늘 달이 너무 이쁘다 기도를 하면 달님이 소원을 들어줄 것만 같은 날이야"처럼 문득 자신의 감정을 이야기합니다.
처음에 저는 그 사람이 순수해보이고 싶어서 ‘척’을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5년이라는 기간동안, 변함없이 그러한 행동을 하는 것을 보면서 그것이 진심으로 하는 행동이란 것을 알게 됐습니다. 그리고 그 사람의 옆에서 행동을 지켜보면서 감정에 함께 동조됨을 느꼈습니다. 그 사람의 의도와 관계 없이, 그 사람의 감정이 스며든 것입니다.
저는 이 두 사람의 사례는 감정적인 사람과 감성적인 사람의 차이를 잘 보여준다고 생각합니다. 둘 다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하였지만 그것이 상대가 알아주기를 바랐느냐 자기 스스로 표현하고 싶었느냐에 따라 타인에게 다른 감정을 주었습니다.
상대가 알아주기 바라는 마음으로 한 감정 표현은 그것이 상대와 핀트가 잘 맞지 않는 이상 전달되기 힘듭니다. 하지만 순수한 마음으로 한 감정 표현은 타인이 어떤 마음을 가지고 있던 잘 전달될 수 있습니다. 이런 면에서 볼 때 진정으로 진정성이 느껴지는 사람은 단순히 감정에 솔직한 사람이 아니라, 상대에게 어떤 기대도 없이 순수히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려는 사람입니다.
한 때 영화에서는 감정을 짜내는 듯 마무리 하는 '신파극'이 유행이었습니다. 저는 그런 류의 영화가 싫었습니다. 아무리 슬프다고 해도 대놓고 감정을 요구하는 영화에는 거부감을 느꼈습니다. 이보다는 오히려 주인공이 (비록 주인공이 눈물을 흘리지 않더라도) 솔직한 감정을 보여주는 영화가 더 슬펐습니다.
사람은 상대가 감정을 주장한다고 해서 공감하는 것이 아닙니다. 공감은 상대방의 상황을 이해할 때 이루어집니다. 그리고 이를 위해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은 상대에게 자신의 감정을 세세히 말해주는 것입니다.
자신의 감정을 '타인이 어떻게 받아들일지'가 아닌 '내가 어떤 감정을 느끼는지'에 중점을 두고 이야기합시다. 이야기에 불순물이 많을수록 진정성은 퇴색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