팜킨보이

2022.04.04 하늘은 약간 흐리지만, 맑은 날

by Areeza

누군가를 만난다는 건, 나의 반을 비워내고 그 사람으로 채워야 하는 일이라고 엄마가 일전에 이야기했었었다.

그래서 그런지, 말해야겠다고 생각을 했었던 것 같다.


"나 말할 게 있어. 이건 이야기 먼저 해야 할 것 같아서. 나 이건 버킷리스트이자 로망이었거든~"

"혹시 타투인가요?"

"어어!!! 맞아. 어제 일기 봤구나?"


설마 했다던 그는 진짜구나. 진짜였어. 하며, 타투 대신 지워지는 헤나는 어떠하냐며 방향을 틀려고 했다.

난 사실 의견을 물어보는 것이 아닌, 나의 결정을 이야기하고 설득을 하고자 했던 건데 말이다.


큰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근데 이토록 심각할 일이라니, 반대를 할 일이라니.

너무 쉽게 동의를 구할 거라는 생각을 하지 않았긴 했지만, 단호할 줄은 몰랐던 일.


"너무 단호박이네! 나 십여 년간 정말 고민했다고~!! 하고 싶다고~"

하자 보여준 단호박 검색 사진에 빵 터진 우리.


단호박이 너무나 웃기고 그 사람 같아서 "펌킨 보이다!" 이제부터 펌킨 보이가 되는 거야!


무언가 애칭도 주고 싶고, 그림도 그리고 싶은데 마땅한 캐릭터도 그림체도 생각나지 않았는데 말이다.

누군가를 그린 다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어느 정도 알고 나야 정말 상대방 같은 그림이 그려지기 마련이다. 하나의 수확같이 얻게 된 아이디어.


역시 해프닝 하나에 상대방을 알아간다는 건 재미있는 일이기도 하다. 시간이 지나가며 만들어지는 마법.


단호박 같은 남자 친구를 "펌킨 보이"로 만드는 일.


그래서, 타투를 하지 않을 거냐고? 그건 아니지.


그건 내 결정이니까. 사랑하는 것과 내 결정은 다른 거니까.


고려는 할 수 있지만 그것이 온전한 나의 생각은 아니니까.




애리자 areeza

즐거운 하루하루를 보내면서도

불안함을 즐기면서

실수를 할 때면, 덤덤히

"괜찮아, 그럴 수 있지" 하면서

매일 매일 꽤나 나에게 친절한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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