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왜 귀신 옷 입고 오셨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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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화수 내내 체육수업이라 월화수는 체육복을 목금은 샤랄라 선생님으로 변신합니다. 월화수는 저학년 목금은 고학년도 가르쳐요.
목요일에 만난 축구팀 유니폼을 입은 1학년 남자친구가 말합니다
"선생님 오늘 결혼식 있으세요?"
"엇.. 아니..."
옆에 지나가던 다른 1학년 여자친구가 정말 궁금한 표정으로 묻습니다.
"선생님, 왜 우리랑 수업할 때는 이렇게 예쁜 옷 안 입고 와요?"
"엇... 체육시간에 원피스를 입고 수업할 수가 없어서"
마지막으로 만난 양 갈래머리에 리본을 한 1학년 친구가 말합니다.
"선생님, 오늘 왜 귀신 옷을 입고 오셨어요?"
"엥? 오늘 선생님 예쁘지 않아?"
(1학년 친구 앞에서는 내향인도 용감해집니다. 원피스 끝자락을 잡고 공주님처럼 보여줍니다.)
"선생님, 검정 원피스랑 하얀 원피스는 귀신들이 입는 옷이에요. "
(검정 원피스를 입긴 했지만 왠지 억울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선생님 오늘 예쁜 목걸이도 했는데?"
"음. (잠시 생각하다가) 맞네. 그럼 귀신 아니에요. 예뻐요."
라며 쿨하게 지나갑니다.
휴... 귀신 선생님이 아니어서 다행입니다. 하마터면 아이들이 좋아하는 '신비 아파트'에 출연할 뻔했네요.
이래서 1학년 앞에서는 꽃무늬 원피스, 알록달록 원색 원피스를 입어야 합니다.
검정색 입으면 큰일 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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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업 끝나고 나서 긴장이 풀렸는지 집에 오니 아프기 시작합니다.
침 삼킬 때마다, 편도가 부어서 목이 아픈 겁니다.
유독 말을 많이 하긴 했습니다. 피곤이 쌓여서 아플 만도 합니다.
그런데... 복도에서 만난 2학년 친구가 "선생님, 우*이 열이 나서 집에 갔어요." 했던 말이 생각납니다..
수업하면서 머리를 쓰담쓰담 해주고, 글 쓰는 걸 어려워하길래 옆에 쭈그려 앉아 도와줬던 우*이 얼굴이 갑자기 떠오릅니다.
호옥시... 안 되는데.. 나 할 일 엄청 많아서 아프면 안 되는데...독감이면 어쩌나 살짝 걱정됐지만 아닐 거야. 하고 다음 날 학교에 갔는데요.어제 열나서 집에 갔었다는 친구를 복도에서 만났습니다.
"우*이 이제 안 아프니?"
"네~"
휴. 다행입니다. 아이가 안 아파서 다행이고... 학교에 와서 다행이고... 독감이 아니라서 다행입니다. 저에게도 정말 다행입니다.
독감 조심하세요. 소중한 이웃님들.
오늘 하루도 건강하고 행복한 하루 보내시길!
좋은 사람 곁에 좋은 사람
생각쟁2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