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에 실어 보내는 마음을 알아주세요.
저는 감정을 숨기고 좀처럼 표현하지 않는 아이였어요.
제가 초등학교 6학년 때쯤이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그해 여름은 무척이나 더워서, 동생과 저 둘 다 목 뒤편에 땀띠가 심하게 났습니다.
저에 비해 비교적 표현을 잘했던 동생은 땀띠 때문에 따갑고 아리다고 엄마에게 투정을 부렸고, 엄마는 곧장 집 앞 약국으로 뛰어가서 땀띠 파우더를 사 오셨습니다. 그러고는 " 많이 따가웠구나." 하시며 동생 목에 톡톡 땀띠 분을 발라주시더라고요.
하얀 바탕에 녹색 테두리가 그려져 있던.. 동그란 철제 통에 담긴 동생의 땀띠 분이 얼마나 부러웠던지... 세월이 한참 지난 지금도 그날의 장면이 생생하게 떠오릅니다.
' 땀띠는 내가 더 심하게 난 것 같은데… 나는 신경도 안 쓰나 보다.' 속상한 마음에 눈물이 났습니다.
차마 말하지 못한 감정을 그날 조용히 일기장에다가 썼지요.
“엄마가 동생만 땀띠 분을 사주셨다. 목이랑 등 뒤에 땀이 나서 나도 목에 땀띠가 나서 며칠 동안 계속 따갑고 아팠는데...
엄마는 동생이 불편하다고 말을 하니 약국에서 바로 땀띠 분을 사 오셨다. “
한참 쓰다 보니 눈물이 뚝뚝 흐르는 겁니다.
눈물 자국도 그대로 일기장에 남겨두었습니다.
'엄마가 읽어봐 주길...' 하는 마음에 일기장을 펼쳐놓은 채로 잠이 들었습니다.
다음 날 오후, 학교에서 돌아왔더니 엄마가 동그란 철제 깡통을 하나 내미십니다.
"자 여기. 네 것도 여기 있어. 말을 하지 그랬어~"
둘이 같이 쓰라고 해도 되었을 텐데, 엄마는 내심 마음이 쓰이셨나 봐요. 엄마가 내민 땀띠 분에 제 마음은 금세 풀렸습니다.
엄마 마음을 괜히 제 맘대로 오해한 것 같아서 미안한 마음도 들었지요.
만약 그날, 일기장에 적어둔 제 마음을 엄마가 알아주시지 않았다면 어땠을까요.
엄마가 건네신 " 네 것도 있어. 말을 하지 그랬어~ "라는 말의 의미를 제가 알아차리지 못했다면 어땠을까요.
아이들은 하루에도 수십 번 부모에게 말을 겁니다.
"엄마, 있잖아요."
"아빠, 저것 좀 보세요."
학교에서 돌아오자마자, 신발도 벗기 전에 조잘조잘 쏟아내는 급식 이야기, 창문 밖 직박구리 이야기, 자려고 누웠는데 문득 생각난 친구와의 서운한 일까지...
아이는 마주하는 순간마다 말로 마음을 건넵니다.
그렇게 우리는 하루에도 수십 번씩 서로에게 언어를 건넵니다. 손짓과 표정 몸짓에 말을 더해 마음을 전하고, 글로 남기기도 하지요.
말과 글을 통해 서로의 마음을 담아 보낼 때, 우리는 서로를 더 깊이 이해할 수 있게 됩니다.
아이가 건네는 마음을 알아주세요. 언어에 실어 보내는 마음을 놓치지 말아 주세요.
아이는 결국 행복해지기 위해 언어를 배우고, 언어를 건넵니다.
아이들의 그 마음을 알아채고 담아주며, 부모 역시 아이에게 다정한 언어를 건넬 때 부모의 언어는 아이의 행복한 삶을 지탱해 주는 든든한 힘이 되어 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