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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rendtic Hannahism Jul 01. 2023

다시 생각하는 순욱의 빈 찬합

잔인한 조조로 오해하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

어제 밤에 대군사 사마의를 보다가

마침 순욱의 빈찬합 편을 보게 되서

왜 그런지 모르게 눈물이 났다.



내가 진짜 나이가 들어서 주책이다 싶긴한데,

삼국지정사나 연의를 보면 내용이 참 상이하면서도

서로 비교하며 보면 상상하기가 좋고

인물의 입체적인 모습을 생각하면

단순하게 동탁은 그렇고 조조는 성질이 나쁘고 유비는 그렇다 하면서

누구와 누구를 비교 우위에 놓고 

누가 더 훌륭하거나 비천하다 하기 어렵다는 걸 알게 된다.

(오히려 정사를 잘 알고 나면 연의에 속았다는 생각을 하기도한다.)


나는 가후를 상당히 좋아하는 데

조비가 만약에 가후의 조언을 그저 처세술로 받지 않고

마음에 새겨서 개과천선을 했다면 꾀부리기를 멈추고 

진정한 황제로 역사를 새로 적어 내려갔을 것이며

다른 이들도 인정하겠지만 이릉대전에서도 헛생각은 안했을 것같다.


아무튼 다시 순욱의 빈찬합으로 돌아가서

이전에 책으로만 순욱의 죽음에 대해서 알 때는 조조가 참으로 비정하다 생각했었다. 

그 오랜 시간을 서로 알고 지내고 순욱이 천거한 재능있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데..


내가 웃자고 하는 말로

순욱이 하지 말라하면 순욱이 죽고

가후가 하지 말라하면 조조가 진다.

라고 농담하기도 했었다.


이게 다시 나이가 좀 들어서 영상으로

조조와 순욱이 이렇지 않았을 까 하는 모습을 보니까

사마의에서 나오는 모습이 좀 더 핍진성이 있어 보였다.

20년이라는 세월과 의리를 중시하는

과거 사람들의 마음을 생각하면


너 내가 그렇게 하더라도 나한테 올래?

그 빈찬합이 의미하는 바가

'순욱 네가 감히 내 큰 뜻을 무시해? 자진해라.'가 아니라

대군사 사마의 중

내가 만들 새 왕조에 나와 함께해주면 안돼?

하고 떠보는 뭔가 그 애틋한 느낌이 들었다.

내가 너무 드라마틱한 감성으로 삼국지를 대하는 것인지..


빈찬합을 보면서 20년이나 조조를 대한 순욱은

본인이 스스로 위황하여도 자신편에 서겠느냐

묻는 조조의 의중을 바로 알아보았을 것이다.


조조도 순욱을 모르지 않을 것이다.

너무 잘 알 것으로 소나무처럼 한결같은 성정에

뇌물로 넘어오지 않음을 알기에 빈 찬합을 금은보화로

채우지 않았던 것이 아니겠는가.

한의 녹봉말고 내가 장차 세울 새 왕조의 녹봉으로

채워 줄게 하고 제안하는 것이었을 것이다.


순욱은 마지막으로 명공에게 절을 예의바르게 하고 나선 것 처럼

본분을 잊이 않아야 함을 알았고 한의 충신으로 남아야 함을 알았을 것이다. 

그래서 자신이 조조의 반역에 맞서는 효시가 되어 충신의 본이 되었다.

대군사 사마의 중

순욱이 빈찬합을 보고도 살아서 맞섰다면 

살아서 서로의 마음에 비수를 꽂았을 것이다. 

조조도 사랑하고 한나라도 사랑하는 순욱의 마음에는 자진밖에는 선택이 없었을 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조조가 순욱의 관앞에서 서럽게 운것이 아니겠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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