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질문은 외국에 머무는 이상 항상 귀에 따갑도록 들으면서도 막상 답할 때마다 멈칫하며 고민하게 되는 질문임을.
2014년 4월 말, 베트남이 어디에 붙어 있는지도 잘 몰랐던 나.
면접본 날 3일 안에 출국여부 결정하래서 덜컥 수락하고 무작정 온 나라와의 인연이 이렇게 길어질 줄.
20대 끝자락에 마주한 베트남, 어느덧 30대 중반이 되었다.
현재 하고 있는 일은
호치민에서 외국계 헤드헌팅사 채용 컨설턴트로 일하고 있으며,전 직장 또한 외국계 헤드헌팅사에서 Korea Desk를 처음으로 셋업하고
베트남 인재들 채용 및 한국인 채용을 맡았음.
지난 3년여간 아무도 가보지 않은 길을 헤쳐 오느라 부딪히며 깨지며
길에서, 사람한테서 배웠던 여정이라면
이제는 살을 붙여 시너지를 내야 할 때.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10여 년간 기자라는 꿈을 품고 쭉 학창 시절을 보내고
경제학&신문방송학 전공, 대학 방송국 기자 활동도 하면서 그 꿈을 끝까지 지켜가나 싶었는데
졸업 한 학기를 남기고 스물넷에 갑자기 그 추운 몽골로 1년 동안 자원봉사를 떠나 눈발 날리는 영하 40도 추운 나라에서 인생관이 바뀌고,
다시 한국으로 돌아와 졸업 후 NGO에 몸담았다가
현실과 이상의 괴리를 느끼고 좋아하는 책을 업으로 삼고자 출판사 홍보업무.
아홉수에 갑자기 베트남으로 날아와 생전 처음 제조업 공장에서 외노자 생활을 시작하더니
서른 끝무렵, 그만두고 로마로 가서 이탈리아 한 달 살기 잠시 하다가
반년 한국에서 정말 푹 쉬면서 급 꽂혀서 싱가폴로 갔지만 9개월 만에 한국에 돌아왔고,
다시 제2의 고향 베트남으로 컴백한 게 2017년.
나를 어릴 때부터 봐온 지인들은 하나같이 말하는 게 이 버라이어티 한 여정 중에 가장 잘 어울리고 딱인 업을 찾았단다.
정보의 최전선에서 이리저리 찾아다니며 검색에 능했던걸 일로 연결시켰다고.
(아마 세상사 관심이 많아서 이리저리 두드리며 알맹이는 없는 걸 돌려 말한 게 아닐까 싶지만)
몽골에서의 1년 자원봉사 빼면 정규직으로는 6번째 잡인데, 처음으로 같은 업종으로의 이직이며 근속연수도 가장 길다.
나는 항상 나를 질문하는 사람이라 생각하며 살아왔는데,돌고돌고 아주 먼 길을 돌아서 사람을 연결시키는 일을 하게 된 게 어쩌면 운명일지도.
이 일을 하는데 딱 맞아떨어지는 전공이 있는 건 아니지만 여러 업종에서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과 소통하는 일을 해왔던 게 30대 중반 정도의 나이가 되니 업력이 좀 쌓이는 것 같다.
한국사람들 만날 때마다 항상 묻는 질문 또한 왜 베트남에 오려고 하냐인데,
막상 나한테 물어도 Why에 대한 질문을 찾고 있는 중이라고 말할 뿐.
다 개인차와 상황에 따라 생각하는 게 다를지언데 단답형으로 베트남은 어떻다, 베트남 사람은 이래서 안된다는 둥의 편협적인 얘기를 하는 사람이 되고 싶지는 않다.
브런치를 꽤 오래전부터 시작해 봐야지 생각만 했는데얼마 전 외신 기자 회견을 우연찮게 시청하다 질문하는 기자들을 보며불과 10여 년 전만 해도 내가 저 자리에 있는 게 크나큰 목표였었는데라는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미디어 환경이 급변한 현재,
베트남에서 한국인 & 베트남인들과 직접 부딪히면서 매일마다 듣고 보는 현지 채용시장에 대한 경험담이내가 가진 콘텐츠 무기임을.
생각들을 나누면서 한국이라는 틀에만 갇혀 있는 많은 청년들에게도 조그마한 자극이 되고 싶은 마음.
키워드는 베트남, 외국계, 외노자 생활, 해외취업, 커리어 개발, 베트남 채용시장에 덧붙여 30대 여성 커리어에 대해서도 끄적여보고자 한다.
더 좋은 선진국도 아니고 베트남에서 가족도 없이 혼자서 뭐 하고 있냐고 묻는 사람들이 많기에
그에 대한 작은 답이 되길 바라며.
지난 몇 년간 생각만 해오던 브런치의 첫 글을 무엇으로 할까 고민하다가,
몇 주전에 저장해 놓았던 글을 그대로 전합니다.
불과 이 글을 쓸 때만 해도 베트남은 코로나 여파에서 조금은 비켜나갈 것 같다고 내심 기대했었는데
3월 23일 현시점, 베트남 정부는 자국민의 입국 또한 봉쇄해버리는 하늘길을 모두 막아버린 특단의 조치를 내린 터닝포인트에 와 있습니다.
채용시장 한 복판에서 베트남 진출 각 산업군 외국계 기업들의 소식들을 매일 전해 듣다 보니,
정말 2020년은 글 타이틀처럼 전 세계인 모두가 아무도 가보지 않은 길에 접어든 게 아닌가 싶습니다.
2주 전에 막연히 일과 사람에 대한 이야기, 생생한 베트남 이야기를 담아내겠다고 맘먹었는데, 불확실한 2020년을 헤쳐 나가는 해외 직장인의 여정으로 조금 바뀔 것 같습니다. 모두가 긴장하며 하루하루 헤쳐 나가는 오늘의 기록들이 조금 지난 후 뒤돌아 봤을 때 한 뼘 더 성장했기를.
. 아직 도시 봉쇄령이 내려지진 않았지만 제가 있는 호치민에도 이미 많은 기업들이 재택근무를 택하고 있고,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곳들은 폐쇄조치가 내려졌기에 도시 전체가 싸늘합니다ㅠ정부의 강력한 조치들이 부디 확산을 조금이나마 막길 바라며. 저의 최애 스팟인 그리운 무이네 사진으로 마무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