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캐리 Apr 25. 2022

그래서 다음은 어느 나라로 갈거니?

30대 프로이직러의 커리어 이야기

나는 한국이 좋다고 떠날 생각 전혀 없다고 얘기를 해도 자주 받는 질문 중 하나가 그래서 다음은 어느 나라로 갈 거냐는 질문이다. 어느 동네도 아니고 어느 도시도 아닌 나라를 묻는 건 왜일까.


기념일 챙기는 건 아니지만 어제가 2년 전 코로나 한복판 속에서 땀 차는 라텍스 장갑을 끼고 화장실 한번 안 가고 긴장 속에서 새벽 비행기를 타고 호치민에서 한국으로 돌아온 날이고 그 뒤로는 2년 동안 공항 근처도 못 가봤다. 나름 2주년 포스팅이라고 해두자.


나를 예전부터 알던 사람이나 혹은 내 이력을 알게 된 사람들이 요즘 들어 부쩍 저 질문들을 많이 한다. 이제 하늘길도 풀리고 있으니 그래서 어디로 갈 거냐고! 나 안 떠난다고!! 한국이 좋다고! 서울에 발붙이고 일도 하면서 하고 싶은 공부도 한국에서 야금야금 할 방법들 찾고 있는데 왜 자꾸 안 나가냐고 묻지 말길:)



가끔 생각은 해본다. 다시 해외생활을 하게 된다면 이번에는 어느 나라가 좋을까?


공손한 답변으로는 만~~ 약에 해외로 다시 나간다면 우리나라보다 좀 더 경제 선진국으로 가고 싶어요. 동남아는 더 이상 선택지에 두고 싶지 않아요라고 몇 번 답한 적 있다. 그러면 이런 질문이 함께 나온다. 거기 물가도 싸고 한국인이면 일자리도 많고 놀러 다니기도 좋고 좋은데 왜 그러니?

 

(순전히 개인적인 성향과 상황에 따라 다른 점은 고려) 회사 생활을 하게 된다면 한국인이라는 국적이 가장 큰 메리트가 되는 그런 일 보다는 나의 캐파가/콘텐츠가 더 우선시되는 을 해야 길게 뻗어 나갈 수 있을 것 같아서다. 그리고 무질서/복잡함/매연은 내 수명 연장을 위해서(?) 그만 만나고 싶다!


친한 지인들에게는 만약 이제 진짜 다시 나가면... 이민까지 생각하고 떠나야지 한두해 경험 삼아 떠나기에는 다시 돌아오기 힘든 타이밍이 아닐까라고 말하며 나는 한국에 잘 정착하고 살 거다라고 다시 한번 강조한다.


외국어에 대한 스트레스는 사라졌지만 대신에 오랜만에 한국어로만 여러 세대와 일하는 것도 소통방식의 차이 때문에 적응기간이 꽤 필요하긴 했고 간만의 서울 생활도 속도와 환경에 아직도 적응 중. But 거의 매달 한 번씩 본가에 내려가 가족과 시간도 보내고 하고 싶었던 취미생활도 하나씩 해보려고 찾아보는 재미도 있고 코로나 양성일 때 내가 받은 의료체계 서포트도 참 감사하고 편안한 인프라와 잊고 살았던 사람들과의 관계 회복, 안정감 등등. 이전에는 별거 아니라고 생각했던 포인트들의 감사함을 되뇌며 함부로 뜰 생각을 전혀 안 하고 있다. 아 물론 외국 생활이 주는 그 생생한 자극이 가끔 그리울 때는 있다.


아무튼 잘 적응하면서 살 거니깐 어디 갈 거냐는 질문보다는 어디로 여행 가고 싶냐고로 질문을 바꿔준다면 발리 우붓에 가서 자연 속에서 명상하거나 영국 런던으로 가서 프리미어리그 축구 직관 아니면... 7년 전 휴가 때 잠시 머물며 멍하게 바라만 봐도 딴 세상 같았던 미얀마 바간으로 가서 열기구 타고 둘러보고 싶다.


(왼)22.4 서울 한강  (오)20.4 호치민 사이공강

        

작가의 이전글 인생이 지옥처럼 느껴질 때 by 마샤 리네한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