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프로퇴사러의 홀로서기
이게 뭔 소리인가?
프로퇴사러의 홀로서기를 기록하고자 써 보는 글이니 이직과 커리어에 대한 업데이트가 있을 때마다 기록해 두고자 한다.
홀로서기? 느낌엔 다 때려치우고 어디 날아가버릴 뉘앙스를 풍겼는데 오피셜리 자유를 얻었던 8월 1일에 정말 우연찮게 링크드인으로 제안받은 포지션에 화상 1차 인터뷰(리크루터 스크린)를 시작으로 오늘까지 총 3번의 인터뷰를 진행했다. 파이널은 자유 주제에 대한 15분 세션 진행을(영어로...)
이러다 갑자기 이직해 버리면 글을 쓰기 시작했던 순간의 마음가짐과 완전히 궤도 이탈하는 게 아닌가! 편하게 임했던 1차, 글로벌 팀리더와 2차 그리고 3차까지 짧은 일주일간 든 생각은 마음을 비우니 좋은 기회가 찾아온 건가? 매일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영어공부 1시간씩 습관화하고 운동도 오늘까지 딱 한 달 연속으로 하루도 빼놓지 않고 1시간은 몸을 움직이며 멘탈을 다듬은 노력의 보상인가? 대강 멘탈의 흐름은 이러하였다. 외국계라도 한국에서 한국인과 부딪히며 일하는 외국계는 허울 좋은 허상일 위험이 다반사임을 너무나 잘 알기에 그 업계랑 직무를 보고 나의 온라인 석사 과정을 함께 이어가기 좋은, 다양한 트랜스퍼 기회가 있다는 말에도 혹했다. 이러다가 8월에 바로 일 시작하는 거 아님?
But뜨 3.5일이나 주어진 파이널 인터뷰를 앞두고 뭔 마음의 동요가 일었을까
내내 넷플 미드 시리즈를 계속 클리어하며 그냥 영어만 흘러 듣는 것에 위안 삼다가 당일 되어서 닥처서야 챗GPT 스승님의 도움으로 스크립트도 빨리 짜보고 내 목소리로 녹음해 가면서 벼락치기로 50분 파이널 인터뷰 완료.
나의 에너지가 갑자기 급속도로 휘발된 이유는 무엇일까를 화상 면접 끝내고 곧장 운동복으로 갈아입고 헬스장 가서 유산소로 살들 다 태우며 정리해 본 나의 생각들을 한번 끄적여 본다.
영어를 사용한다는 이 문구에는 많은 것이 함축되어 있다. 외국인과 소통하며 업무의 대상이 외국인 혹은 글로벌 지사와 연계되어 있고 그에 따른 영어 능력이 뒷받침되어야 함을.
15분짜리 진행도 쩔쩔매면서 챗 gpt에 의존하는데 이걸 매일 긴장 속에서 잠깐씩 쓰는 것도 아니고 Korean Only로 지내야 한다고? 물론 예전에도 백여 명 오피스에서 혼자 한국인으로 맨땅에 헤딩하던 시절도 있었기에 그게 크게 문제 되진 않지만 문화의 갭을 언어로 메꿔야 한다면 예상되는 그 스트레스와 긴장감이 급속히 나를 멈칫 하게 만들었다. 또 이런 잡생각도 떠올랐다. 마이너리티가 되어 버리는건 또 아닐까?
물론 이런 물음표는 최종 확정되고 나서 해도 되겠지만 지금 당일 그 물음표들이 둥둥 떠다닐 때 정리해 보고 싶었다. 나는 그 어느 때보다도 공부와 일의 밸런스를 유지하면서 집중하고 싶고, 생활리듬과 정서적 안정이 중요한데 자율성을 보장해 준대도 시차를 넘나드는 업무와 함께 화상으로 대부분 진행되는 롤을 내가 익숙해질 수 있을까? (물론 공부하면서 리모트 기회가 더 많다면 매력적이긴 한데 이런 반대 상황도 가정해 봐야 할 시점이다.) 1차는 동남아였지만 2,3차 모두 유럽에 있는 사람들과 면접 진행하느라 시차가 5~7시간 차이나 버리니 저녁, 밤에 면접 진행...뭐 면접이야 그렇다 쳐도 이게 일상이 되버린다면?
아마 이게 마음속 깊이 꿈틀거리는 무언가가 아닐까 싶다. 스스로의 자율성과 내공으로 보상받고 싶은데 급하게 다시 회사원 신분으로 돌아가면 또 똑같은 고민을 반복하지는 않을까. 두드려보고 싶었던 거 아직 해보지도 못했는데 일단 다이어트가 최우선 아닌가?ㅎㅎ(밑도 끝도 없이 최근 모든 주제의 마무리는 항상 다이어트다) 이래놓고 학비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고자 번역 프리랜서 일감은 덜컥 맡았다.
떠 보려는 아주 단골 질문이긴 한데 분위기상 밑밥 까는 느낌으로 싸함이 느껴졌고 이 질문부터 뭔가 나의 답변이 조금 부정적으로 흘러갔던 것 같다. 느낌이 왔다. 여기도 많이 갈아엎고 있구나.
나의 답변은 팀헤드와 부문헤드 등이 변화에 대해 나를 대화와 미팅으로 설득시키면 나의 커리어 패스를 고려해서 변화에 적응하겠다 이 정도의 느낌으로 답변ㅋㅋ나를 설득시키지 않으면 나가버릴 거다는 뉘앙스였으려나? 직전 회사에서 이런 상황을 입사 첫 달부터 직면했기에 솔직한 본심이 튀어나왔다. 회사니 당연히 시장 상황과 비즈니스에 따른 변화가 필수라지만 정말 생뚱맞게 흘러가면 시간 낭비할 필요 없다고 생각함.
그 정도 규모의 회사는 아니니 트리키 질문으로 보이지만 이런 답변의 문맥 속에 '아 나 좀 자유롭게 살고 싶다. 아직 시간이 더 필요하다'가 은연중에 드러났던 것 같다.
이건 자문자답 이 포스팅 마무리 질문. 백수가 더 바쁘다는 말이 정말 맞음.
가장 다행인 건 무조건 오전에 운동&영어 공부 1시간씩은 꼭 해치우고 약속을 잡던 카페를 가건 여유 시간을 즐기는 등 최우선 순위 두 과제를 한 달 동안 잘 진행하고 있다는 것. 체력도 좋아지고 눈바디도 그동안 꽉 껴서 못 입던 옷들이 숭숭 들어가는 걸 보니 매일 하는 조금씩의 힘을 느끼고 있다. 일단 옷을 갈아입고 헬스장으로 직행하면 그날 하루는 성공적이다.
나름 긴 하루 여정의 마무리는 나의 최애 최강야구와 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