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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캐리 Aug 29. 2023

(5) 퇴사 한 달 회고 (feat. 수학)

30대 프로퇴사러의 홀로서기

회사생활 할 때는 그렇게 시간이 안 가던 게 놀면 후딱 지나간다.

출근 안 한 지 한 달이 넘었는데 딱히 특별할 건 없지만 나름 이전의 퇴사 후 공백과는 다른 시간으로 채웠기에 기록으로 남겨보고자 한다.


매일 꾸준히 성취하는 나날들


조금은 나른해져도 누가 뭐라 하지 않을 텐데 스스로 다짐한 한 가지가 있었으니 바로 매일 운동만은 쉬지 말자는 것. 정신적으로 받았던 스트레스를 돌이켜보면 폭식과 나쁜 식습관으로 지난 1년을 채우면서 인생 최고 몸무게를 달성했고 가지고 있던 옷들이 안 맞기 시작하면서 뭔가 위기를 직감했다. 챌린지 참가 이전 워밍업까지 카운트하면 거의 60일 스트레이트 연속으로 매일 운동을 지키고 있다. 따로 PT를 받지는 않고 유튜브 라이브러리 보관함에 한 100개 정도의 홈트 동영상 및 각종 헬스 기구 사용법 영상들 담아 놓고 홈트와 헬스장 번갈아 가며 끌리는 운동들을 1시간 이상씩 해준다. (맨 마지막 즐겨하는 운동 시리즈 참고)


4월에 거의 반년만에 체중계에 올라가서 확인했던 정점 대비 현재 거의 10kg가 줄어든 상태고 꽉 끼던 청바지가 헐렁해져서 2인치 작은 청바지를 자신 있게 주문하는 그 희열감은 나를 다시 헬스장으로 향하게 만든다! 퇴사 후 한 달을 놓고 봤을 때 4kg 이상 빠졌으니 나름 성공적이다.


힘든 공부에 나를 몰아넣어야 해서 체력을 기르기 위함이 첫 번째지만 수치로 내 힘으로 달성 가능한 목표가 있다는 점에서 시간 대비 자존감을 향상하는 데는 체중조절 만한 게 없다. 단점이라면 매일 아침 체중계에 올라가다 보니 정체기 순간에는 좀 예민해지는 경향이 있는데 뺀 게 아까워서라도 내 사랑 떡볶이와 각종 케이크류는 쳐다도 안 보게 된다. 또한 외부 활동을 최소화하고 있는 요즘 헬스장 가서 열심히 운동하는 사람들 구경하는 것 또한 나름의 힐링 포인트.



우당탕탕 대학원생모드 ON

지난주부터 시작된 가을학기. 미국 대학원 과정을 온라인으로 소화하는 터라 사실 지금 정신이 하나도 없다. 퇴사하지 않았더라면 과연 시작이나 제대로 할 수 있었을까 특히 문과생 출신인데 데이터사이언스 전공을 영어로 소화하고 그 첫 과목이 확률과 통계라면 더더욱 하루하루가 멘붕의 연속인 한 주였다. 기억 저편에 희미하게 남아 있는 수학적 지식을 끄집어내고 매주 과제와 퀴즈를 쳐내기 위해 자료들을 찾아보고 빈 틈을 메꾸는데 보통 일이 아니다. 


집에 독서실 같은 철제 독서대를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공부공간을 세팅했지만 나이 들어서 오래간만에 공부하려니 몸도 안 따라 주고 집중력도 형편없어서 결국 집 근처 스터디카페 시간권을 끊어서 매일 다니는 중이다. 남들 일하는 시간만큼은 스카에서 공부한다는 목표로 일단 앉아서 집중하는 시간을 기르는 훈련 중.


고로 운동과 공부에 집중하는 것만 해도 하루하루가 너무 바쁜 백수 생활을 보내고 있음.


이제 시작이지만 내가 느끼는 만학도의 애로사항


- 하루종일 컴퓨터 화면을 보고 있으니 눈이 침침하다.

- 오래 앉아 있는 게 허리가 너무 아프다. (왜 회사 다닐 때는 안 아프던 허리가 공부하려니 아픈 거지)

- 전자기기를 잘 활용해서 자료를 정리하는 게 왜 이리 힘든 거냐. 요즘 다들 아이패드에 필기하고 모든 걸 넣어 다니는데 그게 너무 낯설어서 유인물들, 각종 자료들 프린트하고 노트에다 쓰다 보니 도저히 이런 속도로는 수업 따라잡기 쉽지 않고 오픈북 형태 즉 내가 다 찾아서 공부해야 하는 대학원 라이프에는 기기를 효율적으로 써야 뭔가 정리가 될 듯. 8년 쓴 미니를 뒤로 한채 아이패드 프로 눈팅 중.

- 장비빨 갖출 게 너무 많다ㅎ 

- 가끔 내가 뭔 짓을 하고 있는 건가 물음표가 둥둥 떠다닐 때가 있는데 그때마다 내가 좋아하는 곽정은 작가님의 대학원 공부 자극 영상을 봐주곤 한다.



경제활동은 언제 다시 재개해야 할까

8월 초 3차까지 글로벌팀과 면접을 진행하고 레퍼체크 단계에서 결정이 딜레이 되고 있는데 고거 기다리면서 별도의 구직활동은 굳이 하지 않았고 종종 링크드인으로 연락 오는 곳들도 딱히 뭔가 다음 단계가 그려지지 않으면 고사. 운동과 공부에 집중하는 나날을 보내고 있다. 


주말 하루 정도만 시간을 빼서 번역 파트 소일거리로 생활비 버는 정도에 그치고 일단 9월 말까지는 지금 바삐 움직이는 패턴들을 유지해 볼 생각. 20-30대 통틀어 한 번도 도달하지 못했던 워너비 체중을 목표치로 삼고 있기 때문에 사실 체중감량만 제대로 한 다고 해도 돈을 버는 거라고 생각한다ㅎ 자존감 상승 및 대학원 중간고사(10월 첫 주) 정도까지 공부에 좀 익숙해지면 그때부터 움직여볼 생각.



가을 느끼기


안 해본 거 해보는 시간들로 채우기. 


지난주 종로에서 친구와 맥주 한 잔 하고 청계천을 거닐다 빠이 하려는 시청 광장에서 만난 풍경이다. 

책 읽는 서울광장 

한여름 책 읽는 서울광장

이런 게 있는 지도 몰랐는데 샹송에 이끌려 왔다가 푹신한 쿠션에 기대어 노래 들으며 선선해진 저녁 바람 느끼며 서울 밤하늘을 바라보는데 진짜 완벽했다.


이전에는 이런 시간만 나면 돈 까먹으며 여행으로 흘러 보냈다면

주변을 잘 돌아보면서 시간을 채워 보는 가을이길.



* 나만의 홈트 & 헬스 영상 라이브러리

1) 땅끄부부 옆구리 운동 

2) 핏블리 상체덤벨 (웨이홈트 시리즈)

3) 에이핏 폼롤러 스트레칭(하체)

4) 소미핏 루마니안 데드리프트

5) 천국의 계단 20분 인터벌

6) 모멘트핏 6주 완성 스텝박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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