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프로퇴사러의 홀로서기
오랜만에 남기는 퇴사회고. 퇴사 후의 스토리를 기록으로 남겨보고자 시작했는데 거의 두달만에 다시 일상을 정리해 본다. 중요한 업데이트가 생겼기 때문이다. 딱 3개월만 일단 나한테 시간을 주자라고 마음 먹고 정말 아무런 구직활동도 하지 않은 채 운동+대학원 공부+영어공부+독서 루틴을 유지하며 시간을 보내었는데, 다음달 다시 사회로 복귀하게 되었다.
이전에서 한번 언급했듯이 아주 조만간에 40대를 앞두고 있는 시점에 8번의 퇴사를 거치면서 이번 3개월 쉼표에서는 나의 10년 후까지를 진지하게 고민하며 방향성을 계속 저울질했고 뛰어들만 하다는 판단 하에 Go 하기로 한 일련의 생각의 매듭들을 끄적여 본다.
정말 느낌대로 마음 가는 대로 이직을 했던 십수년이다. 이제는 정말 그러면 안될것 같아서 조급하게 구직을 하려는 마음도 없었고 새로 시작한 공부 하면서 머리를 좀 채우며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라는 아주 무서운 질문의 답을 찾아보고자 내가 매일 듣고 있는 하와이대저택 영상에서 자주 등장하는 셀프 고립의 시간을 퇴사 후 몇 달 가졌다.
애써 SNS를 거의 들여다 보지도 않고 책 읽으며 동기부여 영상들을 보면서 글도 쓰고 무엇보다 매일 운동하며 멘탈을 다스리는 데 집중했던 것 같다. 예전 같으면 퇴사 후 바로 여행지로 달려갔겠지만 매주 과제를 제출해야 하는 대학원 수업이라는 환경 세팅의 영향 때문 + 새로운 여행지에 대한 환상이 사라진 1인이라 동네 카페에서 커피 한잔 하며 책 읽는 그 여유와 트레이닝복 입고 숨차게 달리는 것 만으로도 하루가 꽉 찬 느낌.
책과 동기부여 영상의 영향을 많이 받았던 3개월이라 원서와 오디오북, 한글책까지 4번 읽은 <퓨처셀프> 읽으며 3개월, 6개월, 1년, 5년 이후를 그려보기도 했고 지난번에 이어서 2번 연속 참가중인 챌린지와 매일마다 다이어리 쓰면서 시간 관리에도 신경을 쓰다 보니 역시 백조가 더 바쁘다. 하루가 금방 간다. 일련의 잠깐 멈춤 시간을 가지면서 회사로 다시 복귀를 선택하게 된 생각의 흐름을 아래에 정리해 보고자 한다.
최근 읽은 <시대예보>에서도 한 챕터로 소개되었던 중간관리자가 사라지고 있다는 현상은 꽤 오래전부터 목격되었다. 정말 필수 관리 인력을 제외하고는 AI로 대체되는 비즈니스 환경의 변화를 잘 읽어야 한다. 개인 성향 또한 반영되었는데, 이미 나는 한 6년 전부터 조직에 소속은 되어 있으나 거의 프리랜서 느낌으로 개인 역량을 잘 펼치는게 중요한 포지션으로 일하다 보니 나에게 중요한 건 주도성과 확장성이다.
스스로 주도적으로 일하면서도 내가 공부하는 영역과의 콜라보로 시너지를 내면서 향후 적어도 5년은 더 커질 분야일까가 두번째 고려 사항이고 사실 가장 중요 포인트는 2년 반으로 잡고 있는 대학원 과정을 일하면서 잘 마칠 수 있느냐다.
선택한 포지션은 이 두 가지를 모두 충족시키는 곳이라서 빠르게 진행되었다. 지금 적분 계산 때문에 머리아파 하지만 이렇게 배운 것들이 바로바로 일하는 업무에도 적용할 수 있고 무엇보다 데이터에 파묻히게 될 포지션이니 개인 캐파 향상과 다양한 기회로의 가지치기가 가능한 외국계라 쉬는 것에 조금 질릴만 한 시점에 다시 사회로의 복귀를 택했다.
세상에는 정말 다양한 방식으로 현금 흐름을 창출할 수 있다는 것을 직간접적으로 몇 년동안 경험하면서 회사가 정답이 아니라는 것은 너무나 잘 알고 있음. 쉬면서 머릿속을 가득 채운 이미지는 해변가에서 칵테일 한잔 시켜놓고 맥북을 두드리는 그런 노마드의 삶이었는데 알고리즘의 도움으로 정말 많은 노마드 외국인들의 영상들을 또 찾아보며 다시 좀 정신을 차림.
최근에 또 들었던 질문이 다시 외국 나갈 생각 있냐인데 해외 근무 경력을 가지고 있으면 앞으로도 계속 따라다닐 질문인 것 같다. 나의 답변은 "지금 현재는 이대로가 좋다. 너무 편안하고 편리하며 안정적이다. 하지만 해외에서의 생활이 너무 좋았기에 정말 좋은 오퍼가 있다면 나갈 의향은 있다." 이게 나의 진심인가 보다. 오롯이 나의 영역을 좀 더 키우며 가끔 여행하고 영어로 일하면서 감은 잃지 않은 채 갈고 닦아서 큰 기회가 있으면 점프업?
내 전문 영역을 회사 경기장 안에서 쌓으면서 파이프라인을 확대하는 것이 내년 목표다. 이렇게 정리하니 이제는 프로 이직러 답게 정말 전혀 새회사에서의 적응이 신경 쓰이지가 않는다. 분위기 또한 개인 역량 개발을 아주 중요하게 생각하는 업계니 일과 공부 그리고 사이드프로젝트의 조화를 어떻게 이룰 것인지를 잘 고민하고 실천해야 겠다.
정말 다이나믹한 한 해를 보내고 있는데 이 또한 지난해 연말에 다이어리에 올해 꼭 하고야 말겠다고 다짐했던 것들이 일어난 영향이다.물론 변수도 있었지만 대학원 입학, 퇴사와 이직, 다이어트 이 세가지는 Top 순위에 있었는데ㅎ 써놓으면 기록이 의식을 지배한다고 믿게 되었다. 무엇보다 정말 놓아 버렸던 체중 감량을 10키로나 지난 몇 달동안 이뤄내면서 안되는게 어딨냐는 자신감이 온몸으로 쫙 퍼짐. 정말 멘탈이 지하에 있거나 변화를 그리는 분들이라면 다이어트 만한게 없다고 자신있게 추천!!
남은 두 달은 24년과 나의 40대를 길게 보고 계획하고 쓰고 액션 플랜을 세우면서 또 사색하는 시간이 될 것 같다. 사회 복귀를 위해 또 몇 년 만에 영어로 일할 생각 하니 걱정은 되지만 오히려 뭔가 한발짝 앞으로 나아갈 수 있을 것 같아서 기대도 되고 그렇다. 이 홀로서기 섹터에는 자립해서 사업을 꾸려야만 할 것 같은 느낌이었는데 공부하는 직장인으로 사이드도 훌륭하게 해내면서 점프업 하는 과정들을 담아보는 방향으로 선회해야 겠다.
(image : Unsplas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