틀을 벗어난다는 것

흔들리며 쓰는 사람

by 아름답게



Dobby is “free”



해리포터에 나오는 집요정 도비가 해방되는 날,
아마 이런 기분이었을까.


나도 드디어 브런치라는 내 공간을 어떻게 활용하고 싶은지에 대한 그림이 머릿속에 또렷하게 떠올랐다.









뜬금없게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나는 무언가를 쓰고 싶었다.




어쩌면 가슴에 오래 담아둔 감정들을 마음껏 풀어낼 출구가 필요했는지도 모르겠다.



블로그도 운영해보려 했지만, 내 감정들을 여러 갈래로 풀어내기엔 정보 제공형의 색채가 너무 강했다.
그래서 오래전부터 마음에 품고 있던 ‘브런치 작가’에 도전해보기로 했다.



두 번의 탈락 끝에 받은 합격 소식은 유난히 반가웠다.


당시 나는 직장생활에서 강한 직춘기를 겪고 있었고,
내가 만났던 조직의 다크한 얼굴을 차분히, 그러나 솔직하게 기록하고 싶었다.

그래서살면서 가장 임팩트 있었던 사건을 배경으로 털어놓듯 글을 완성했다.



미친 듯이 써 내려가니 마음속에 단단히 뭉쳐 있던 응어리가 조금씩 풀어지는 느낌이었다.

혹시 글을 쓰랬더니 욕을 쓴 건 아닐까 싶어 여러 번 읽고 또 읽었다.



그만큼 당시의 감정은 진했고,
나는 그 감정들을 글 속에 고스란히 내려놓았다.



글만 올리기엔 밋밋한 것 같아 표지도 고민했다.

제목을 바탕으로 챗지피티의 도움을 받아 표지를 하나 만들었고,



그렇게 첫 글을 발행했다.



몇 달이 흐르는 동안
머릿속에 쌓아두었던 생각들과 내 인생의 빌런인듯 빌런 아닌 빌런 같은 사람들을 회고하며 글을 이어갔다.


마땅한 표지가 없어 처음 만들어둔 표지를 계속 활용했다.

아홉 번째 글을 발행한 뒤, 글 목록을 쭉 내려다보던 순간 이유 모를 답답함이 밀려왔다.








나는 사실 이야기 보따리가 많은 사람이다.
‘일상’, ‘여행기’, ‘인생의 프로젝트’, ‘단편소설’까지 나를 표현하고 싶은 갈래는 다양했다.



그런데 그 모든 것을 꾹꾹 눌러 담은 채
어두운 직장 이야기만, 그것도 비슷한 표지로 나열된 글 목록은 나조차도 선뜻 읽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새해를 맞아 과감하게 표지부터 바꾸기로 했다.




내 감성을 한껏 담은 재미있는 짤들로 그동안 발행한 글들의 표지를 하나씩 바꾸기 시작했다.
글에 어울리는 이미지를 찾는 동안 나는 이상하리만치 신이 났다.




그동안 계속 고민했다.
이 공간을 어떻게 분류해야 내가 가장 편안하게 나를 표현할 수 있을지.
답은 쉽게 나오지 않았다.




학창 시절,

어떤 선생님이 이런 말을 해주셨다.

의문을 가지는 순간부터 뇌는 우리가 알아차리지 못하는 동안에도 답을 찾기 위해 일을 한다고.



그러다 어느 순간 번개처럼 해답을 던져준다고.




이번에도 그랬다.
조금 느렸지만, 나의 뇌는 결국 내가 편안해질 수 있는 방향을 찾아주었다.
10대의 속도와 30대의 속도가 다름을 기꺼이 인정하면서.




그렇게 나는
내 공간이 ‘나’로 완성되는 기분을 느꼈고,
마음은 한결 가벼워졌다.



이제야

이 공간을 어떻게 활용할지 그림이 그려진다.




키보드 소리가 유난히 경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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